치앙마이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난 뒤 우리가 향한 곳은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였다. 실론티라는 이름으로 홍차를 알게되어 홍차의 섬이라는 거 빼고 사전지식은 없었다. 거대한 대륙 인도를 가기엔 겁도 나고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문화권의 스리랑카를 방문하면 인도의 향기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불어 베트남 이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동양의, 인도양의 바닷가에 대한 로망도 함께 했다.
일정과 이동_2016_0309_0407
이전까지 50일간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에서의 이동을 합친 거 보다 더 많은 도시를 더 잘게 부지런히 다녔다. 공항과 가까운 네곰보에서 2박, 제2의 도시인 캔디에서 2박, 아담스피크가 있는 델하우시에서 3박, 힐컨트리 도시인 하푸탈레와 엘라에서 각각 5박과 3박을 했다. 사파리 한다고 우다왈라위에서 1박, 다시 바닷가로 내려와 미리사에서 4박, 콜롬보에서 2박, 트링코말리의 닐라벨리 3박, 우푸벨리 3박 다시 아침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 앞의 호스텔에서 1박하는 엄청 빡센 일정이었다.
이동
1) 버스
이런 빡센 일정이 가능했던 건 스리랑카의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 덕분이다. 앞서 국가들과 달리 스리랑카엔 렌트카를 대절하는 거 외에 투어리스트 버스 같은 게 없다. 그래서 현지 사람들과 같이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 하게 됐다.
첫 도시인 네곰보에서 다음 도시인 캔디로 가면서 버스부터 이용했다. 다행히 숙소에서 터미널이 지척이었다. 터미널에 가면 각 도시로 가는 버스가 줄비해 있고, 버스 앞에 최종 목적지가 영어로 써져있다. 잘 못찾겠으면 물어보면 된다. 버스 안에 차장이 함께 타고 가면서 티켓도 끊어주고 우리같이 어벙벙한 여행자들은 내릴 때 됐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심지어 숙소 근처를 지날 거 같으면 대충 지도 보여주면서 여기도 세워주냐고 하면 세워준다. 고속버스조차도 도심 각 지에서 승객이 원하는 곳에 세워주는 구조다. 나머지 버스들은 그냥 지나는 길이면 다 세워준다.
버스는 대부분 인도에서 넘어온 것들이라 구닥다리고 사설버스에는 어마어마한 사운드 장치가 실려있다. 빨간색 버스는 공공버스고 나머지 온갖색으로 칠해진 것들은 다 사설버스인 것 같다. 버스도 중간 중간 간식 상들이 올라타서 간식도 팔고, 7,8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버스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서 밥도 먹고 살 수 있다. 힐컨트리의 꼬불꼬불한 산간을 버스로 지나는 재미가 꽤나 쏠솔하다. 직행버스가 없는 경우엔 주요 거점 도시에서 환승을 해야되는데 이것도 차장이 다 도와준다. 이거 타고 여기서 내려서 여기행 버스 타면 된다고 알려주는 것도 모자라 환승 지점에서 갈아탈 버스를 세워서 바로 탈 수 있게도 해준다. 덕분에 환승 지점에서 간식을 사겠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먼지도 엄청 먹어야 하고 이 동네 사람들 표준 엉덩이가 작은지 의자도 작아서 2명 좌석에 둘이 앉으면 좁다. 그렇다고 3명 자리에 2명이서 앉았다가 큰 아줌마 아저씨가 쑥 밀고 들어오면 또 낭패다. 다들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지 장거리건 단거리건 늘 사람들로 터졌다 빠졌다 하는게 스리랑카 버스다.
2) 기차
버스를 타고 나면 기차는 로얄이라는 걸 절감하게 된다. 주로 힐컨트리 지역을 여행할 때 기차를 이용했는데 이건 우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다. 스리랑카 힐컨트리 지역의 기차 여행은 계곡과 차밭을 지나는 풍경이 워낙 수려해서 투어로 온 사람들도 자기들 차를 버려두고 기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거기다 주말이면 스리랑카 사람들도 많아서 표 구하기가 어렵다. 마침 우리가 처음 기차를 탄 날도 일요일이라 예매를 할 수가 없었다. 입석도 괜찮다고 티켓을 달라하니 역무원이 빡셀거라며 주의를 줬다. 막상 타보니 3등칸 입석도 나쁘지 않았다. 그냥 우리나라 시골 기차랑 다를게 없다. 거기다 주요 역을 지나면 자리도 생겨서 앉을 수 있다. 배낭 여행객의 로망은 또 입석 뒷칸에 서서 문 밖을 바라보는 거 아닌가. 이등석도 타봤는데 이등석 정도되면 케이티엑스 부럽지 않다. 간식도 얼마든디 살 수 있고, 좌석도 안정적이다. 2등석이든 3등석이든 따로 좌석이 지정되어있진 않아서 2등석 표를 사도 재수 없거나 어리버리 떨면 서서가야 한다는 게 함정이다. 가능하면 기차가 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앉는 게 좋은 풍광을 보기에 좋다고 한다.
기차나 버스나 모두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해서 여기갔다 저기갔다해도 별 타격이 없다. 그 외에 시내나 투어시에 이용한 툭툭 가격은 상대적으로 매우 비싸다. 관광객을 대상으론 가격을 단합하고 있어서 툭툭이들의 단합을 깨는 건 매우 어렵다. 심지어 콜롬보의 툭툭이들은 가격 좀 깍아보려하니 100루피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라며 걸어가라고 했다. 뭐 그래도 서울시내에서 택시 탄다고 생각하면 맘이 좀 편하다. 날이 워낙 더울 때가 많아서 툭툭이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3) <부록> 항공_에어아시아_치앙마이 출국에서부터 콜롬보 입국까지
스리랑카는 섬나라이고, 비자 발급에 일정한 수수료를 필요로 한다. 30일짜리 비자를 온라인으로 신청했다. 괜한 소린 건 알지만 공지사항에 나가는 항공편도 있어야 한다길래 아예 일정을 확정하고 들어갔다. 정확히 30일 꽉 채워서 네팔로 가는 일정을 확정했다. 이것도 꽤나 고심끝에 한 결정이었지만 더 신경을 쓰이게 한 건 에어아시아를 통해 치앙마이에서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스리랑카의 수도인 콜롬보 공항으로 가는 거 였다.
누구 작품인지 고작 몇 십달러 항공권 사는데에도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는 바람에 모바일로 결제하는 데 몇 번이나 펑크가 났다. 그런데 막상 에어아시아 내 계정에는 결제하려던 항공권이 한달 내내 결제 대기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런 것들이 온갖 신경을 자극했고, 웹 체크인인가하는 것도 괜히 피곤한 장치로 보였다. 침착한 여편님 덕에 임시용으로 가져온 노트북으로 꾸역꾸역 결제도하고 웹체크인도 하나는 모바일 하나는 인터넷으로 해버렸다. 결과적으론 걍 모바일로 웹 체크인을 해놓고 공항에 있는 에어아시아 단말기에서 항공권 발급 받으면 되는 거다. 그러고 카운터 가서 짐만 맡기면 땡이다. 이런 쉬운 걸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온갖 전전긍긍을 다 해야했다.
출국날, 치앙마이에서 아침에 예약한 택시가 오지 않았다. 아침 비행기라 7시부터 나와서 기다렸는데 1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안되겠다 싶어서 영혼의 숙적 흑구 황구 집 앞을 당당히 지나(호구들 간다고 새벽부터 엄청 짖었다.) 길가로 나가서 툭툭을 집어 탔다. 공항이 멀지는 않아서 수월하게 도착했다. 일찍 나선 덕에 시간이 남아서 공항에서 남은 바트로 커피도 마셨다. 면세 쇼핑은 상점들이 열지도 않았고 딱히 볼 것도 별로 없었다.
갖은 욕을 다해가면서 찾은 쿠알라룸푸르 제2공항은 에어아시아 전용 공항이라 할 정도였다. 보험이니 좌석 지정료니 짜잘한 것들이 더 붙긴해도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동남아 어디를 가더라도 에어아시아를 타서 쿠알라룸푸르에서 환승해서 가는 게 젤 싼 것 같다. 모든 길은 에어아시아로 통한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다. 티켓 구매나 체크인 등이 생각보다 수월한 걸 알았다면 스리랑카에서 네팔로 가는 비행기도 그냥 또 말레이시아로 갔다가 네팔로 갔을 지도 모른다.
쿠알라룸푸르 공항 칭찬만 해도 한 바닥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쇼핑몰과 결합 형태인데 환승 객이 많아서 그런지 짐카트를 밀고 다녀도 별 이상한 분위기가 아니다. 공항 내의 마트 조차도 짐카트를 밀고 들어갔다. 다양한 여행자의 이목을 끌만한 스포츠, 의류 등등 가게도 많고 세일 전쟁 중이라 구경거리가 많다. 식당도 말레이시아 대표 프랜차이즈인 CHEF CHOW, 파스타 집 등등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맛도 좋았다. 다만 밖은 푹푹 찌는데 안에는 에어컨을 막 틀어놔서 그런지 공기가 좀 답답하긴 했다. 공항에 대한 좋은 인상 덕에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에어아시아 스텝들도 전반적으로 친절하고 시원시원해서 꼬장꼬장해 보이는 홈페이지의 인상을 좀 지웠다. 말레이시아 비자도 하루 체륜지, 뭐하러 왔는지 묻지도 않고 쾅쾅 찍어준다.
이 공항의 하이라이트는 면세점인데 출국게이트에서 탑승 게이트까지 거리가 꽤 있어서 방심하면 큰일날 구조다. 거기다 딴 공항처럼 품목별로 명품들 모아놓은 게 아니라 ENJOY, BEAUTY 이런식으로 코너별 테마를 마련해놔서 구경만 해도 재밌고, 막 사고 싶어지는 구조다. 거기다 양주 코너에는 여편님의 사랑 핸드릭스 진, 봄베이 사파이어 같은 유명주들이 덕후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이쁘게 쌓여있다.
이렇게 지루할만한 환승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콜롬보행 또 다른 에어아시아를 탔다. 첫 비행때 확인한 기내식 가격이 별로 나쁘지도 않고, 저녁 비행 동안 할일도 없어 기내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공항에서 엄청난 값을 주고 수박주스를 시켜먹고 실패한 덕분에 환전한 말레이사아 돈이 아슬아슬했다. 딱 메뉴 두 개를 시켜서 먹으니 좀 짜기도 하고 양도 좀 부족했다. 빵 하나가 아쉬웠다. 첫 비행 때는 까짓 밥 안먹고 말지 했지만 막상 기내에서 남들은 밥 나눠주는 데 난 안주니 좀 섭섭하기도 하고 심리적으로 위축이 됐었다. 결국 시켜먹게 되는 것이 이런 상술의 힘이다 싶다.
밤늦게 도착한 콜롬보 공항은 쿠알라룸푸르와 비교되어 더 한적하고 쓸쓸해 보였다. 늦은 시간이라 서둘러 입국 수속을 마쳤다. 생각외로 이미 다 전자화 되어 있어서 인터넷으로 신청한 비자가 바로 뜨는지 여권 이외에 준비해간 E비자 증빙서류는 쓸모가 없었다. 편도 입국 여부도 묻지 않았다.
태국에서 겪었던 환전의 피로와 전화의 실패를 회복하기 위해 출국장에 보이는 ATM으로 갔다. 사람들이 줄 서 있는데 4개 중 3개가 고장이었다. 다행히 하나는 원활이 작동해서 현금을 바로 두둑히 들고 시작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주요 통신사들이 다들 투어리스트 요금을 판매하고 있었다. 좋다는 소문을 들은 DIALOG는 1300루피부터 요금제가 가능해서 가장 저렴하게 시작되는 AIRTEL에서 1000루피짜리 요금제로 개통했다. 다들 왜 디알로그가 좋다는지 한달내내 실감했다. 에어텔이 잘 안터지는 지역도 많았고, 디알로그 와이파이 존을 수없이 지나쳤다. 어쨌든 한달에 5기가(따로 설명 안해주는데 알고보니 낮 시간 2.5기가, 밤 시간 2.5기가 주는 구조다.)도 쏠솔히 다 쓰지도 못했고, 300루핀가 남은 잔고로 저렴한 국제전화도 쏠쏠하게 썼다.
공항을 나가는 길에 실수로 몸이 불편한 아저씨를 치는 바람에 마음을 크게 졸이긴 했지만 무사히 픽업 나온 툭툭이를 만나 예약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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