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Bogota)_0808_0815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로 왔다. 원래 월요일에 가려했으나 꽃축제의 여파로 하루 미루고 화요일에 떠났다. 새벽같이 터미널에 도착해서 미리 예매한 버스를 기다렸다. 식당에서 조식 메뉴를 사먹었다. 콜롬비아식 아침은 계란, 아레파(Arepa), 치즈, 핫초코가 기본이다. 은근 아침에 먹는 핫초코가 매력있다. 버스 길은 꼬불꼬불 끝도 없다. 중간에 라 도라다(LA DORADA)를 지날 때 여편님은 막달레나 강을 외쳤다. 이 곳 항구에서 막달레나 강을 따라 커피를 카리브해로 날랐다고 한다. 버스에선 영화를 4,5편이나 봤다. 심지어 보고타에 다다르니 퇴근시간,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장장 12시간이 걸려서 보고타 터미널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보노보노가 일러준 호스텔로 향했다.


숙박_Ulucaho Hostel_식물성 게르_7

호스텔은 컬러풀한 벽에 부엌, 공용공간, 잔디밭도 있다. 하지만 휴가철이라 그런지 일주일 내내 비는 방은 없단다. 우리는 제일 안쪽 잔디밭 옆의 게르를 배정받았다. 담쟁이 덩쿨이 천막을 덮고 있는 식물성 게르였다. 보고타는 메데진 보다 고도가 높아서 밤, 새벽엔 매우 쌀살했다. (보노보노에게 보내버린 패딩이 아쉬웠다.) 어찌저찌 침낭과 옷을 껴입으니 잘만했다. 문제는 잔디밭 옆에 벤치에서 술판을 벌이는 놈들이었다. 처음 며칠은 조용하더니 금토 연속으로 잠을 설쳤다. 주인장에게 강조를 하니 일요일부턴 스텝이 나서서 자제를 시켰다. (스텝인 윌은 토요일 밤엔 같이 떠들 정도로 뺀질 거리는 애였지만, 안쪽 방에 머무는 주인장 부부는 매우 점잖으신 분들이다.)

구시가지 중심에 그래도 이만하면 좋은 숙소였다. 양은 적지만 과일과 계란이 포함된 콜롬비아식 아침도 차려주고, 잔디밭에서 마음껏 광합성도 할 수 있다. (대부분 아침에만 해가 난다.) 주방도 잘 되있고, 만들어 먹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메데진에서 요리 열정을 다 쏟아서 간단한 짜파게티나 볶음류만 만들어 먹었다.


호스텔 사람들

간만에 호스텔에 머무니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눈 건 하비에르 아저씨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출신으로 지금은 오스트리아의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친다. 스페인어를 가르쳐서 그런지 말도 천천히 하고 발음도 정확해서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보고타에 딸도 있어서 겸사겸사 놀러왔단다. 아침이면 잔디밭에서 담뱃대로 담배를 태운다. 재밌는 건 중국을 여러 번 여행했다는 거다. 위구르, 티베트 같은 곳까지 구석구석 다녔다. 중국말도 좀 할 줄안다. 결국 떠나는 날 함께 짬뽕을 만들어 먹었다. (메데진에서 총각의 중국 요리를 보며 고추 기름 만드는 데 취미를 붙이던 시기다.) 젓가락질도 수준급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조용한 시골집에 혼자 살고 있으니 언제든 놀러오라고 했다.

저녁으로 짜파게티를 만드는데 옆의 거실에서 누구 생일이란다. 조셉이라는 페루 사람이다. 보고타에 사는 여자친구 발렌티나를 만나러 왔단다. 이 둘은 인터넷으로 만났다고 한다. 남미 대륙에선 다들 말이 통하니 인터넷으로 외국 사람도 많이 만나는 것 같다. 점심에 한식당에서 사온 김이 있어서 선물로 줬다. 바다맛을 아는 페루 사람이라 그런지 좋아했다.


한국에 공연하러 갔었다는 아르헨티나 민속공연단도 만났다. 그리고 호스텔의 마지막 며칠을 휩쓴 언니들을 만났다. 간만에 햇살이 좋아서 밀린 빨래를 널려고 보니 빨랫줄에 옷이 가득했다. 왜 방이 없나 했더니 주말에 단체 손님이 온 것이다. 다 여자들이다. 거침이 없다. 직원들 눈치도 안 보고 빨래를 넌다. (그 안 빤다는 청바지도 널려있다.) 다음날인가 잔디밭에서 햇살을 쬐고 있는데 이 언니들 중 한 명이 말을 건다. 말이 엄청 빨라서 못 알아듣는다. 어찌어찌 대화를 나눈다. FARC란다. 내가 잘못들었나? 얼마 전까지 무장투쟁을 하던 그 게릴라 단체다. 정확하게는 FARC의 여성조직이라고 한다. 평화협정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정치적 투쟁, 사회운동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한다. 관심을 보이니 아예 게릴라 강령집도 줬다. 저녁엔 다른 언니와도 얘기를 나눴다. 자기네 동네로 놀러오란다. 시골엔 공기도 좋고, 보고타처럼 파파야가 비싸지도 않고(대체 얼마나 싸길래), 팔려고 내놓은 집도 저렴하다고 한다. 물건 사고 볼일보러 왔지 대도시는 싫다고 한다. 미리 끊은 비행기만 아니면 진짜 가보는 건데 아쉽다. 군복 입은 사진들도 보여줬다. 투쟁 방향이 바뀐 만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즘도 여편님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이제 막 스마트폰의 세계에 눈을 떠서 그런지 이런저런 광고성 문구를 마구 보낸다.


참고 SNS: MUJER FARIANA https://www.facebook.com/MujeresFarianas/


주변_BBC_BOGOTA BEER COMPANY_0808 &0810 &0813

숙소 주변은 완전 중심가에 대학가다. 메데진에 없던 예쁜 언니들도 많이 보인다. 저녁 10시가 넘으면 숙소 앞에 걸인들이 자리를 잡아서 좀 신경쓰이긴 해도 주변을 돌아다닐만 했다. 저녁 늦게 술집에서 맥주를 한 잔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그 유명한 BBC, 보고타에서 가장 유서깊은 맥주집 중 하나라고 한다. 첫날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달려갔다. 저렴한 가격으로 7가지의 샘플을 맛볼 수 있었다. 피자도 좀 비싸도 맛있었다. 하지만 다음부턴 무난하게 라거만 마셨다. 다른 곳에 비해 확실히 맥주 값이 좀 비쌌기 때문이다. 두 번째 찾아간 날엔 맥주 두 잔을 시키니 아슬아슬 주머니에 꼴랑 천페소가 남기도 했다.

대망의 엘클라시코가 있던 일요일 오후, 주변 술집은 다 닫고 BBC만 열었다. 축구 중계한다고 입간판도 내걸었다. 난 바르셀로나의 팬이지만 (까딸루냐 찬가_3_FC 바르셀로나 캄프누(Camp nou) 직관기http://cordon.tistory.com/161 ) 이날 레알마드리드의 축구는 완벽했다. 거기다 우리형 호날두의 웃통벗는 세레모니의 폭풍간지에는 저절로 기립박수를 쳤다.


시내 교통_TRANS MILENIO

보고타에선 시내, 교외를 많이 돌아다녔다. 보고타엔 지하철도 트램도 없는 대신 버스와 트램, 지하철의 장점을 모두 합친 트랜스 밀레니오가 있다. 대부분의 구간에 버스 전용차로가 적용되고, 환승도 정류장 내에서 이뤄져서 지하철처럼 이용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역이 서울의 환승센터처럼 생겼다. 노선 번호가 앞의 알파벳으로 종점을 파악할 수 있게 배정되고(갈 때와 올 때 버스 번호가 달라진다.) 동네 마을 버스(초록색)는 무료라 별도의 환승시스템 없이도 트랜스 밀레니오를 타러 갈 수 있다. 교통 카드는 대부분의 역에서 쉽게 사고, 충전이 가능하다. 공항까지도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지금 껏 겪어본 대중교통 시스템 중에 가장 편하고, 만드는 데 돈도 별로 안들었을 테고, 환경 파괴도 적었을 최고의 시스템이다.


아드리와 함께 하는 보고타 관광_0809

보고타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아드리를 만나는 것이었다. 아드리는 나와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 스페인어 강의를 했던 선생님이다. 나 말고도 한국인 학생을 많이 가르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2년 전에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심지어 서울에서 잡은 숙소가 우리집 근처라 여편님과 함께 카페에서도 한 번 만나고, 집에 초대해서 불고기도 맛보여줬다. 콜롬비아에 왔더니 당연히 웰컴, 보고타에 오면 꼭 만나기로 했다.

멋모르고 ARTE Y PASION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양쪽 다 찾는데 애를 먹었다. 나보고 건강해 보인다고 칭찬해줬다. (아드리는 여편님을 늘 BONITA ESPOSA라고 강조한다.) 아드리는 이미 오늘의 일정까지 다 짜고왔다.


MUSEO DEL ORO_0809

먼저 황금박물관으로 갔다. 아드리의 예상 방문 시간은 2시간, 하지만 질문이 많은 여편님과 풍부한 지식을 가진 아드리의 조합은 3시간을 초과했다. 화려한 금붙이와 각 지역의 장식물들은, 콜롬비아 구석구석을 못 가서 한에 사무친 여편님을 신나게 했다. 난 이미 녹초가 되어 마지막 기념품 매장에서 반지를 구경하는 둘을 외면했다.


식당_La Puerta Falsa_0809

5, 지친 우리를 위해 아드리는 간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콜롬비아와 한국의 식문화에 대해 얘기했다. 콜롬비아에선 6,7시에 간단한 아침을 먹고, 11시 정도에 누에베라는 간식을 먹고, 2~3시에 점심을 먹고 5시에 또 온세라는 간식을 먹는다. 그리고 9시 정도에 저녁을 먹는다. 한국에 왔을 때 5시에 만나면 저녁을 먹자고 해서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볼리바르 광장에서 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달달한 것들을 파는 식당이었다. 다들 퇴근길에 온세를 먹으러 오는지 붐볐다. 퇴근 전에 간단히 먹고 집에 가면 저녁 준비도 여유롭고 좋을 것 같다. 거리에서 많이 파는 타말도 이 식당의 주메뉴인 것 같다. 아드리는 간단히 주스를 시키고 우리에겐 주메뉴인 흑설탕물(Agua de Panela, 한국의 흑설탕과는 다르게 거의 정제되지 않은 사탕수수액 덩어리다. 이 근방에선 건강식품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와 핫초코를 추천해줬다. 기본으로 작은 빵과 치즈가 같이 나왔다. 다 찍어먹는 거라고 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치즈도 뜨거운 차에 찍으니 보드러워지고, 단단한 치즈라 차 맛에도 별 영향이 없었다.


서점_Centro Cultural Gabriel García Márquez_0809

어느새 해가 졌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서점이다. 사실 이 서점은 예전에 나도 와봐서 꼭 다시 찾을 관광코스기도 했다. 마르케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점이라 문학 코너도 크고, 콜롬비아 관련 서적도 많고, 서점 자체도 잘 꾸며놓아서 구경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런 저런 책을 구경하고 있는데 아드리가 불쑥 책 두 권을 사더니 그 중 한권을 줬다. 콜롬비아 전래동화 책이다. 글자 수가 적으니 읽을만 할 거라고 했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 서점은 나중에 둘이서 한 번 더 구경왔다.

주말에 아드리네 집에 놀러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빡센 일정의 투어로 둘다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시내_MUSEO DE BOTERO_0811

메데진의 열기를 이어 보고타의 보테로 박물관도 갔다. 여긴 관광객이 더 많고 북적인다. 역시 보테로 그림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다른 박물관과도 연결되어 있으나 안갔다. 기념품 매장에서 보테로의 춤 그림을 하나 샀다. 어디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외_초이푸드CHOI FOOD) & EXITO_0810

김밥을 좋아하는 여편님이 초이푸드 노래를 불렀다. 보고타의 한식당인데 아드리가 종종 SNS에 올리는 걸 보면서 알게됐다. 찾아보니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다. 가는 길은 멀었다. 트랜스 밀레니오를 처음 가는 거라 헷갈리기도 했다. 머나먼 허허벌판 같은 동네에서 내려서 주택가로 들어갔다. 한인타운 같은 데 있는 게 아니다. 들어가보니 직장인, 군인 등이 있다. 군인들은 양념치킨을 시켜먹고 있다. 예전 친정집 양념통닭 같은 스타일이다. 우린 오징어김밥, 참치김밥, 떡볶이를 시켰다. 떡볶이와 오징어볶음의 양념은 같은 걸로 보였다. 어묵이 없으니 아쉬웠다. (나중에 아드리가 한국에 오면 제대로된 떡볶이를 만들어 줘야겠다.) 그래도 김밥이 푸짐했다. 정말 컸고, 속도 알찼다. 다 먹고 나서 짜파게티를 샀다. 보노보노가 다녀간지 며칠 안되서 매장에 재고가 별로 없다.

버스를 타기에 앞서 EXITO 대형 매장을 들렀다. 그간 낡을대로 낡은 속옷을 샀다. 콜롬비아에 오니 속옷을 사도 되겠다 싶었다. 가격도 저렴한데 질은 한국 못지 않다. 엑시토는 안그래도 노란색인데 전면에 농부 사진으로 농산물 광고를 하고 있다. 이 땅의 마트를 자부하는 한국의 마트가 떠올랐다.


시내_악기점과 기념품

여편님이 다시 한 번 우쿨렐레를 사겠다고 했다. 시내에 가면 악기점이 많다고 했다. 복잡한 시내로 나갔다. 악기점이 진짜 많았다. 거의 10군데를 돌아 저렴한 메이커를 하나 샀다. 근처에 기념품 매장이 있었다. 박물관 근처의 매장들보다 훨씬 저렴했다. 악기를 손 보러 다시 갔을 때 기념컵을 샀다. Cafe de Colombia가 새겨진 컵으로 커피를 마시면 맛있을 것 같다.


시장_Mercado Paloquemao_0810

집 근처 슈퍼의 과일이 시원치 않아서 농수산물 시장을 찾았다. 거의 닫는 시간이라 후다닥 과일과 야채만 샀다. 훨씬 저렴하고 질이 좋았다. 특히 버섯의 풍미가 어마어마했다.


시장_토요시장, 일요시장_0812 &0813

집 근처에 토요일이라고 무슨 시장이 섰다. 각 지역의 특산품과 기념품을 파는 시장이다. 들어서자마자 와유백과 비슷한 가방을 파는데 훨씬 질이 좋아보였다. (비싸기도 했다.) 후안발데즈가 새겨진 가방을 샀다. 일요일엔 또 다른 광장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커피 스푼 세트 등 아기자기한 것들을 샀다.

콜롬비아는 진짜 이것저것 예쁜 소품들이 많다. 거기다 이게 다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 대상으로도 파는 거라 바가지 쓰는 느낌도 잘 없다. 결국 콜롬비아에서 쓴 돈 중 1/4을 기념품 쇼핑에 쓰고 말았다.


초대_아드리집_0812

대망의 토요일, 시내에서 케잌을 사들고 아드리네집으로 갔다. 트랜스 밀레니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 아드리가 나와있었다. 집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조용한 연립주택 단지였다. 사진으로 많이 봤던 아드리의 어머니를 만났다. 집은 작지만 고풍스럽고 이쁘다. 식사 준비를 도울 아주머니 한 분도 계셨다.

먼저 아구아르디엔테(Aguardiente)를 줬다. 여편님이 메데진에서부터 마시고 싶어하던 술이다. 럼처럼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지만 허브가 들어가있어 향긋하다. 맥주와 소다를 섞은 콜롬비아식 음료(Refajo)도 준다. 그리고 식사시간, 보고타 정통 바베큐 요리(Fritanga). 돼지, , 소세지, 꾸이, 감자를 골고루 익혔다. 거기다 콩나물, 참기름(초이푸드에서 구매 샀다고 한다.), 아보카도가 들어간 샐러드도 준비하셨다. (전날 짬뽕을 과식하는 바람에 많이 못먹었다.) 후식을 먹고 여편님은 틴토(Campesino) 커피 내리는 것까지 전수받았다. 푸짐하게 마무리했다.

나와 화상 강의를 했던 아드리의 방도 구경했다. 아드리의 어머님까지 넷이 한참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드리 어머님은 판다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싶어했다. 아드리는 사료 값이 너무 많이 들어서 안된다고 했다. 두 시에 점심을 먹기 시작했는데 놀다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돌아오는 길엔 아드리가 마을 버스를 태워줬다. 아드리는 2020년에 다시 한국에 올거라고 했다. 그때를 기약하고 헤어졌다.


전망_몬세라떼_0813

여편님의 전망 사랑, 일요일이니 전망대를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따말을 사먹었다. 메데진 슈퍼에서 팔던 것보다 훨씬 따끈하고 맛있다. 전망대쪽으로 가니 옥수수를 판다. 옥수수는 맛이 없다. 언덕은 오래된 기차, 혹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같은 티켓으로 골라서 타면 된단다. 내가 기차를 타자고 했다. 케이블 카는 메데진에서 실컷 탔다. 기차 타고 터널까지 지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언덕 위에는 성당이 있다. 성당 보단 둘러보이는 보고타의 전망이 정말 좋다. (성당 안엔 인파가 가득이라 들어갈 엄두도 안난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기념품 매장들이 많다. 오오 파파 프란치스코 기념품을 판다. 9월에 콜롬비아에 온다는 홍보를 에콰도르에서부터 봤다. 내전 중단에도 한몫한 포프가 평화에 불을 지피러 다시 왔다. (아드리의 엄마는 프란치스코 미사 맨 앞자리를 일치감치 예매했다고 한다.) 우리는 소박하게 부채를 샀다. 기념품 매장을 지나니 먹거리 천지다. 곱창골목을 지났다. 너무 비싸서 안먹기로 했다. 끄트머리에 아드리가 말한 치차를 판다. 산 위에서 마시니 더 막걸리갔다. 반대편엔 아예 등산으로 온 사람들이 바위에서 간식을 먹는다.


내려가는 길엔 줄이 길었다. 그나마 기차 줄이 짧았다. 내려가는 길에 여편님이 시몬 볼리바르 집(Quinta de Bolivar)을 들르자고 한다. 집은 좋다. 통영의 충무공 집을 갔던 기억이 났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까지 차는 별로 없고, 오랜만에 날씨가 맑았다.


남미 대륙 안녕_0815

떠나기 전날, 풍요로운 남미를 떠난다는 두려움에 과일과 야채, 고기를 잔뜩 사서 든든하게 먹었다. 보고타 엘 도라도(El Dorado, 공항 이름도 아름답다.) 공항은 수화물 검사도 까다롭고 수속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일찍 출발했다. 이제 더 이상 추울일은 없을 것 같아서 부피 큰 내 침낭을 버렸다. (이왕이면 노숙자가 가져가도록 양지바른 길에 두었다.) 아마 남미 대륙 중 하나를 고르라면 우선 콜롬비아, 카르타헤나부터 바랑키아, 유명한 커피 산지, 아마존까지 구석구석 여유롭게 흝어보고 싶다.



참고_LOS PUROS CRIOLLO

아드리가 수업 참고용으로 활용했던 프로그램이다. 콜롬비아의 6시 내고향 느낌으로,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커피, 아레파, 타말, 아침 식사, 시장 등을 재미있게 봤다. (YOUTUBE에서 대부분 시청이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los+puros+criollos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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