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진도 콜롬비아의 손에 꼽히는 대도시답게 여러모로 볼 것이 많았다.


시내와 교통

집에서 시내 여러 지역으로 갈 때는 대부분 택시를 이용했다. 환승 할인이 없어서 트램+지하철 등을 조합하면 일인당 3,4천 페소인데 3명이 움직이면 대부분 택시비가 만~2천 페소였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거기다 나를 제외한 둘은 택시 매니아, 거기다 난 택시 아저씨랑 이런 저런 말하기를 귀찮아하는데 메데진 기사 아저씨들은 대부분 묵묵해서 별 불만이 없었다. 탑승 거부는 딱 한 번, 축제 때 공원 앞에서 당했는데 옆에서 지켜본 경찰 언니가 당장 다른 택시를 직접 잡아줬다.)

센트로에 갈 때는 트램을 탔다. 집에서 걸어내려가면 센트로까지 가는 트램이 있었다. 트램은 최신식이라 쾌적했다. 지하철은 케이블카 타러 간다고 한 번 탔다. 케이블카 역이 지하철과 연결된다.



센트로_시장과 광장

시내는 여러 번 나갔다. 주로 쇼핑과 관광 목적이었다. 트램 마지막역인 San Antonio가 지하철과도 만나서 엄청 붐볐다. 각종 과일부터 옷가지, 헌 책, 장난감 등을 파는 노점상과 가게들이 줄비했다. 은행이 몰린 번화가와 고급 상점가, 기념품 시장, 광장까지 이어진다.


와유백_CENTRO ARTESANAL MI VIEJO PUEBLO

작년 대유행했다던 와유백*의 존재를 뒤늦게 알고서 여편님은 장만을 결심했다. 하나 사고, 곧 만날 친구를 위해 또 하나 샀다. 지구 반대편에서 생산된 냉장고 바지도 하나 샀다. 그 외 각종 기념품들은 큰 흥미를 끌지 못했다. (전국민이 쓰고 다니는 콜롬비아식 모자는 동네 시장이나 공원에서 구매했다.) 여편님이 먼저 시범구매를 하고, 보노보노와 함께 다시 찾았다. 한국 가서 지인들 준다며 무려 9개와 아가용 와유백 1개를 샀다.

*한국에서는 모칠라백으로 알려져있으나 모칠라(Mochila) 자체가 스페인어로 가방이라는 뜻이다. 카르타헤나 지역의 와유족 사람들이 생계 수단으로 만든 가방으로 와유백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총각은 우리와 메데진에서 헤어진 후 진짜 와유백을 찾아 머나먼 모험을 떠났다.


광장_PLAZA BOTERO

늘 시내 모험의 종착역이 되었던 곳이다. 휴일이 아니어도 사람이 넘친다. 광장 주변에 식당가가 있어서 점심 메뉴를 두 번 먹었다. 특이한 것은 이 시내 북새통에 식당 사이사이 카지노와 미용실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점심 시간에 밥을 후딱 먹고 카지노 아니면 미용실을 간다는 추축을 해봤다.

보테로 광장이 좋은 점은 거장 보테로의 조각상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여기 조각상들은 자주 해외 순방을 나가기도 한단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조각상을 보다보면 보테로의 그림이나 조각이 큰 과장이 아니란 생각도 하게된다. 또한 안티오키아 미술관 입구 오른쪽에 내가 사랑한 카페(El Laboratorio de Cafe)가 있어서 마음껏 광장을 음미했다.


안티오키아 미술관(Museo de Antioquia)_0728

오전에 살사 강습을 마치고 미술관을 갔다. 기대했던 보테로의 작품을 실컷봤다. 메데진을 포함한 안티오키아 지역 미술관이라 보테로 작품 말고도 다른 작가의 작품이 많았다. 좋은 집안에서 자란 보테로의 그림은 행복과 귀족스러움이 가득했다. 다른 작가들의 보다 서민적인 그림도 좋았다. 기념품 매장에 가니 복사품 그림들의 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안토니오 카노(Francisco Antonio Cano)의 수평선(Horizontes)라는 그림이 마음을 열어줘서 사버렸다. 좋은 통에 담아줘서 그 후로 맘에 드는 그림들을 몇 점 사서 모아 다니고 있다. 무사히 가져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포블라도(POBLADO)_0721_0802

메데진의 번화가 포블라도를 구경하러 갔다. 센트로와 달리 여기는 고층 건물과 사무실, 빌라 등이 위치한 곳이다. 총각과 내가 기대한 예쁜 언니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공원(Parque de la presidenta)를 산책했다. 뒤쪽으로 나가니 번화가였다. 화려한 바와 채식당, 고급진 카페들이 줄비했다. 호스텔과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배고파서 햄버거집을 갔는데 평소보다 2배를 주고 먹었다. 물가가 확실히 비쌌다. 수제 옷가게와 더불어 수선집도 많이 보여서 여편님과 한 번 더 찾아갔다. 안쪽에 들어가니 그나마 저렴하게 점심 메뉴를 파는 식당들이 있었다. 제육볶음을 줘서 매우 만족했다. 유명한 카페(Pergamino Cafe)는 처음엔 너무 붐벼서 지나쳤다가 재방문때 들렀다.


쇼핑_산타페몰(Centro Comercial Santafè)

포블라도의 최대 쇼핑몰이다. 일층에 JUMBO라는 슈퍼마켓이 있는데 외국식품 코너가 빵빵해서 우리의 사랑을 받았다. 남미 대륙에서 본 것 중엔 최대 규모다. 한 번 돌아보는 것만도 체력이 다했다. 후퇴했다. 그 뒤 큰 맘을 먹고 다시 찾았다. 꽃축제를 기념해서 쇼핑몰 일층 라운지에 커다란 꽃밭에 꽃으로 만든 공작새를 구현해놨다. 거기다 각종 기념품 시장까지 열려서 볼거리가 풍성했다.

백화점도 연결되어 있어 쇼핑을 했다. 여편님이 원피스를 고르는 사이 나는 바람막이 하나와 티셔츠 하나를 냅다 샀다. 여편님은 대여섯개의 원피스를 골라서 입어봤지만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탈의실 직원이 건네준 원피스 하나가 딱 맘에 들었다. 원피스를 입고 나선 살사 교습 중 도는 속도가 1.3배 빨라졌다.


서점_Librería Panamericana

산타페몰 옆에 있는 큰 서점 겸 생활용품 점이다. 콜롬비아가 다른 건 다 (한국에 비해) 저렴한데 책 값은 엄청 비쌌다. 기념으로도 하나 살 엄두를 못냈다.


대학_Centro de Egresados Universidad EAFIT

동네에도, 시내에도, 쇼핑몰에도 없으면 대학에라도 있을까 싶어 들어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공식 신분증(여권)이 없으면 못 들어간다고 해서 실패했다.


메데진 꽃축제(Feria de las Flores)_0730 & 0806

메데진에 온지 얼마 안되어 조만간 꽃축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여러 꽃장식을 들고 (등에 지고) 행진하는 것인데 못봤다. 대신 주요 행사가 열리는 공원 지구를 두 번 찾았다. 한 번은 총각, 보노보노까지 다 함께, 또 한 번은 여편님과 둘만 다녀왔다.


공원_Parque de Los Deseos & Parque Norte Medellin_0730

두 팀으로 나눠서 택시를 타고 갔다. 무려 공원 세 개가 맞닿아 있는 곳이다. 시장 건물과 차가 없는 대로에 사람들과 먹거리가 가득했다. 여편님은 냅다 피카츄 풍선을 샀다. (무슨 단체도 아니고 피카츄를 따라 같이 움직였다.) Parque Norte로 가보니 놀이공원이었다. 하지만 입장은 무료였다. 꽃축제 기간이라 공원 곳곳을 행사장으로 꾸며놨다. 안에는 또 먹거리가 가득했다. (딱히 꽃은 많지 않았다.) 맥주 차가 있어서 기대했는데 모두 캔 맥주만 있다고 했다.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왔다. 광장의 먹거리를 지나칠 수 없어 수박과 옥수수, 머릿고기와 곱창 볶음 등을 나눠먹었다.

그 밑에는 모두 테마파크 같은 곳들이었다. 길을 건너 Parque Deseo로 갔다. 여기선 낮부터 공연을 하고 있었다. 열심히 불렀다. 일주일 내내 크고 작은 공연이 있어서 집의 TV로도 많이 봤다.


공원_Jardin Botanico_0806

처음 갔을 때 보타니코 정원의 행사는 8월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 다음 주말을 맞아 공원 지구를 다시 찾았다. 보타니코 공원이라 정말 꽃축제 분위기였다.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몰려왔다. 멀리 보고타에서 단체로 놀러온 할망들도 만났다. 가운데 행사장엔 각 디자이너(?)와 화원에서 출품한 꽃더미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거대하고 예뻤다. 작은 전시도 있었고, 메데진럼 같은 술회사에서 장식한 곳도 있었다. (분홍꽃 사이에 럼들이 가장 아름다웠다.) 꽃 구경도 꽃 구경이지만 이렇게 꽃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게 더 놀라웠다. 콜롬비아는 세계 꽃 수출 3위로 꽃도 많이 팔지만 다들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또 재밌는 것은 각 지역에서 올라온 특산품 구경이다. 단순히 외국 관광객이 타겟이 아니라 그런지 물건 질도 좋고, 곳곳의 아기자기한 상품들이 많았다. 홀랑 넘어가서 Pasto 지방의 반지함, 보고타의 반지, 여성단체에서 만든 꽃 모형 등을 사버렸다. 거기다 30년 전통의 사탕수수 주스(Guarapo), 핫도그, 커피 등을 사먹고 유기농 과일 매장에서 망고스틴을 샀다.

끝으로 커다란 화환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식물이 들어간 전세계 화폐 특별전도 유익하게 관람했다.



전망대 나들이(Parque Arvi)_0807

메데진을 떠나기 전날, 짐정리를 마치고 고민 끝에 전망대를 다녀오기로 했다. 트램을 타고 지하철 역으로 가서 Acevedo역까지 간 다음, 거기서 연결된 케이블카를 타고 종점인 Santo domingo역까지 간다. 여기까진 무려 지하철과 환승까지 되는 대중교통이다. (사실 여기까지의 여정만으로도 만족했다.) 공원이 있는 Arvi역까지는 관광용 케이블카라서 추가 요금을 내야했다.

추가 요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케이블카가 길었다. 그냥 꼭대기 전망대에 내리는 건 줄 알았는데 산을 넘어 공원 한가운데 내렸다. 지역 특산물 시장이 있어서 근처에서 재배한 커피, 와인도 팔고 북적북적했다. 안내센터로 가니 생태 공원 등은 입장료가 있고, 무료인 산책로를 알려주었다. (어디 돈 내고 들어가기엔 이미 시간이 늦었다.) 지역 특산 커피를 한잔 들이키고 산책을 시작했다. 산길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다들 올라오는 시간이다. 중간중간 식당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삼십분을 내려가서야 산책로로 진입했다. 물이 흐르는 계곡이었다. 간단히 산책을 마치고 서둘러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는 줄이 어마어마했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정든 메데진 생활이 이렇게 마감됐다. 우리 덕분에 무리한 총각은 그 후 며칠을 홀로 앓아누웠다고 한다.


은행_CITI BANK

콜롬비아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금융 생활이다. 콜롬비아엔 시티 은행이 여전히 개인, 지점 영업을 한다. 저 머나먼 아르헨티나에서 쓰고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시티은행의 혜택을 드디어 누리게 됐다. 시내는 물론, 각 지역의 중심가에도 시티 은행이 있었다. (뽀빠얀, 살렌토 같은 지방 도시는 없다.) 인출 한도도 백만 페소가 넘어서 넉넉하게, 수수료 부담을 덜고 살 수 있었다.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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