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어웨이를 가기 전 오타발로에 잠시 들렀다. 점심을 먹으려고 잠깐 돌아다녔는데도 재밌어보였다. 농장에서 탈출하면서 오타발로를 며칠 돌아보기로 했다.


오타발로(Otavalo)_0707_0711

에콰도르 북부에 위치한 도시다. 주변 계곡 마을 사람들이 몰려오는 토요일엔 남미에서 제일 큰 시장(할망 왈)이 열린다. 오타발로에선 남자들이 머리를 길게 땋고 다니고(느네에게 물어보니 딱 오타발로 사람들만 하는 풍습이란다.) 전통의상을 입고 생활하는 여자들도 많다. 안데스 전통 도시의 분위기도 남아있지만 쿠스코처럼 관광객이 넘치지도 않고 크지도 않는 상위호환의 느낌이다.

대략 이런 느낌이다. El condor pasa_Leo Rojas: https://www.youtube.com/watch?v=8kQZHYbZkLs


주변에 큰 화산과 호수가 있어서 풍광도 수려하고, 코이카가 도운 것으로 추정되는 관광정보센터도 잘 되어있어서 둘러보기 좋았다.


숙박_Rincon del Turista_더블룸_4

할망은 오타발로에 머물게 되면 Atardecer에 머물라고 했다. 터미널과 가깝다. 가봤더니 주말에 단체 손님이 있어서 좋은 방이 없단다. 가격도 좀 비싼편이라 옆 호스텔을 보러 갔다. 가격도 저렴하고 방도 깔끔했다. 전망 좋고 넓은 방을 골랐다. 위에 주방도 사용할 수 있어서 저녁엔 라면, 짬뽕(망함) 등을 만들어 먹었다. 조식은 좀 꽝이다. 빵과 계란은 둘째치고 커피가 너무 맛이 없다. 막판엔 아예 빵만 받아다가 위에서 커피를 타서 마셨다. 수크레에서 묵었던 파차마마와 비슷한 구조였다.


숙소 주변만해도 맛나 보이는 식당이 많았다. 5일간 농장에서 풀과 계란, 닭만 먹은 효과다.


피자_OSKAR PIZZARIA_0707

원래 시골에 있다가 도시에 오면 제일 당기는 건 피자다. 숙소 오는 길에 점찍어둔 피잣집이다. 내부는 복고 컨셉, 옆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죄다 미팅 온 것처럼 느껴진다. 피자는 양이 많았다. 내용물도 실했다. 콜라 한 통을 시켜서 도시의 맛을 맘껏 풍미했다.


식당_콜롬비안_0708

피자집 맞은 편엔 콜롬비안 식당이 있다. 곧 있을 콜롬비아 여행의 열기를 고조시키는 의미로 찾아갔다. 메뉴에 말고기가 있었다. (딱히 다른 메뉴보다 비싸지도 않았다.) 역시 말은 맛있는 것이다. 스테이크 메뉸데도 계란 후라이를 두 개나 얹어준다. 콜롬비아 커피도 팔고, 식당 분위기도 오래된 식민지 시대 주택이라 쾌적하고 좋다. 점심 먹으러 한 번 더 갔다.


카페_Cafeteria S.I.S.A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니 꽤 좋은 카페도 있었다. 레스토랑을 겸하는 곳인데 건물 1층 가게도 고급스럽고 이층에 카페도 고급지다. 내부도 넓은데 위에 테라스에서 저녁 식사나 술을 마시면 좋을 것 같았다. 우린 점심에 커피 마시는 용으로만 들렀다.


그 외 여러 로컬 식당, 멕시칸, 이탈리안에 중국식도 있다. 주말에 갔더니 중국집(CHIFA)에 사람이 많았다. 볶음밥 하나에 볶음면 하나 시켰다가 배터져 죽을 뻔했다.


시장_가축시장(Mercado de Animales)_0708

토요일엔 여러 시장이 열린다. 가장 기대한 건 가축시장이다. 눈 못뜨는 여편님을 일으켜 찾아갔다. 이미 많이들 팔렸는지 동물이 많진 않았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한다. 우린 9시가 넘어서 갔다.) 넓은 공터엔 소, , 돼지 몇 마리가 묶여있다. 막판 돼지를 두고 협상 중인 사람들도 보인다. 새끼들은 몇 달러면 살 수 있어서 여편님에게 사줄까했더니 돼지는 진저리를 친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작은 동물들은 많이 모여있다. , 오리, 토끼, 꾸이 등 귀여운 새끼들이 많다. 주변에 먼지가 많아 적당히 둘러보고 나왔다.


시장_중앙시장(Mercado Municipal 24 de Mayo)_0708

가축 시장은 중앙시장 뒤편에 들어선다. 중앙시장은 매일 여는데 겸사겸사 구경을 갔다. 토요일이라 시장에 놀러온 사람들도 많았다. 3층짜리 현대화된 시장인데 1층엔 아이들이 놀거리도 많다. 1층엔 육류와 생선, 2층엔 야채, 식료품, 과일, 식당 등이 있다. 깔끔하게 구획과 매장이 구분되어 있어서 둘러보기 편하다. 식당 칸에 맛나보이는 메뉴도 많았다. 딸기가 특히 저렴해서 실컷 사다 먹었다. 시내에도 작은 시장들이 곳곳에 있어서 과일과 야채는 그때그때 조달할 수 있었다. (물론 마트도 여러 개 있다.)


시장_공예품 시장(Mercado Artesanal)_0708

중앙 광장엔 늘 기념품과 공예품을 파는 시장이 서는데 토요일엔 골목골목까지 커진다. 대충 둘러봤지만 토요일이라고 기가막힌 물건들이 더 늘진 않았다. 시장이 아니어도 여러 가게에서 비슷한 물건들을 취급한다. 오타발로 내에 직접 전통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도 많았다.


La casa de Intag_0711

우리가 딴 커피를 파는 곳이다. 오타발로에도 인타그 커피 매장이 있다. 커피를 포함한 투어도 소개되어 있다.


공원_콘도르 공원(Parque Condor)_0709

콘도르 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택시 기사에게 콘도르 공원을 물으니 걸어서 한 시간 걸린단다.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쇼가 있다고 했다. (바람이 심하면 안한다.) 한 시반쯤 입장해서 공원을 먼저 둘러보았다. 공원 안에는 매와 독수리들이 큰 우리마다 한 쌍씩 있었다. 꽤 멋진 놈들이 있었다. 그리고 두둥, 콘도르 한 쌍이 큰 우리에서 놀고 있었다. 괜히 황제로 불리는 게 아니다. 머리가 왕관같다. 먹이로는 닭 한마리를 통으로 준다. 웅장한 자태다. 안데스에서는 전통적으로 콘도르를 신성시했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둘러보니 새 조련사가 있었다. 물어보니 3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다른 쪽을 둘러보러 갔다. 거기엔 커다란 맹금류들이 줄에 묵여 있었다. 슬슬 쇼를 보러 갔다.

쇼는 커다란 야외 무대에서 한다. 뒤로 넓은 벌판과 산이 보인다.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고, 조련사가 새를 들고 나타난다. 한 마리를 들고 와서 이리 날렸다 저리 날렸다한다. 줄도 없는데 잘 돌아온다. 한 마리만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두, 세 마리를 계속 데리고 온다. 멀리 갔다가 한참 뒤에 돌아오는 놈도 있다. 아이들은 기념 사진을 찍게 해준다.


전망대_El Lechero_0709

콘도르 파크로 올라오는 도중 갈림길에서 반대로 가면 Lechero라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라기 보단 경치 좋은 언덕이다. 콘도르를 실컷 보고 걸어갔다. 언덕 위엔 커다란 나무가 중심을 잡고 있다. 호수와 마을, 뒤덮은 산이 아주 보기 좋다. 나무를 한 바퀴 돌면서 둘러보고 내려온다. Lechero 주변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해도 뉘엇뉘엇 지고 있어서 마음도 평화로워졌다. 한 시간쯤 걸어내려가니 마을로 돌아왔다.


생일_0709

하마터면 농장에서 생일을 지낼 뻔했다. 다행히 평화로운 생일을 보낼 수 있었다. 외국에서 생일을 맞아보긴 처음이었다. 생일날 아침은 전날 근처 빵집에서 산 1.3달러짜리 작은 딸기 케잌과 과일 샐러드로 준비해주셨다. 촛불은 지나치게 화려한 거 뿐이라 자제했다. 낮에 콘도르 공원을 다녀오고, 저녁엔 키토에서 사온 5또기 카레를 먹었다. 생일날 저녁도 에콰도르에 어울리는 노란색이었다. 행복했다.


콜린과의 대화

호스텔에서 재미있는 친구를 만났다. 여편님이 혼자 아침 먹다가 옆자리 미국인과 친해져서 왔다. 이름은 콜린이라고 한다. 1년째 에콰도르를 탐방 중이다. 여기서 농가주택 하나를 사서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할망 농장에서 좌절했던 자급자족의 불씨를 다시 되살렸다. 토지를 공평하게 분배하면 다들 작은 농장과 이웃들간의 교류로 평화롭게 살 거라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미국 커플의 자연농 다큐멘터리도 봤다고 했다. 뉴욕에서 태어나서 자라다가 포틀랜드(킨포크의 성지!)에서 살다가 왔다.

엄청난 채식주의자다. 심지어 아침에 커피를 타서 마실래? 했더니 아 거기 꿀 넣어서 안 마신다고 했다. 동물이 고생해서 만든 걸 착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여기 에콰도르에선 작은 농장만 있어도 과일을 실컷 따먹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매일 아침, 서로의 자급자족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대화라기 보단 강의에 가까웠지만;;)

꿈만 큰 줄 알았는데 구체적이었다. 어느 날 여자친구라면서 소개했다. 며칠 간 다퉈서 여길 떠나네 마네 했는데 화해하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갈 거라고 했다. 당장은 여자친구와 함께 오타발로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농장 살 돈을 모을 거라고 했다.

떠나는 날 작은 선물이라며 귀여운 디자인의 텃밭 일지를 선물로 줬다. 알려준 이메일로 이런 저런 자료도 보내주고, 블로그에도 글이 빼곡하다. 언젠가 콜린이 농장에서 살면 적당히 일을 도우러 가면 재미있을 것이다. 그래도 난 자급자족을 해도 꼭 작은 돼지 몇 마리는 키울 거다.



오타발로에서 5일은 있을려고 했는데 금방 회복이 됐다. 월요일 하루 쉬고, 콜롬비아 국경으로 향했다. 길에서 국경 가는 버스를 잡아타는 방법도 있지만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단다. 안전하게 Ibarra로 가서 점심을 먹고, Tulcan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툴칸 터미널에서 내려서 배낭 멘 여행자 하나까지 함께 국경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다큐_EBS 다큐프라임_가축

이래저래 가축과 사연이 많았다. 몇 번이나 보다 잠들어서 아직도 다는 못봤다. 총규쇠와 닫는 면도 있고, 친근한 라마, 알파카 얘기도 나온다.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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