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찾아 만타까지 가는 바람에 다음 목적지 민도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아침에 출발해 중부 대도시 산토 도밍고에 오후에 도착, 민도로 간다는 완행 버스를 타고 저녁 7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오르락 내리락했다.


민도(MINDO)_0623_0628

수도 키토에서 서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계곡 마을이다. 에콰도르엔 바뇨스를 포함해 유명한 계곡 휴양지가 많다. 튜빙, 리프팅 같은 액티비티를 하기엔 바뇨스가 최고지만 (우린 어차피 안할테니) 민도도 비슷한 액티비도도 있고, 다소 한적한 편이며, 새를 구경하기엔 가장 좋다고 했다. 1,500미터 정도의 계곡 마을이라 날씨가 일정하다. 아침엔 살짝 구름이 끼고 좀 갰다가 다시 흐려져서 비가 오고 그친다. 좀만 위로 올라가도 구름 속이다.


숙박_BIOHOSTAL MINDO CLOUD FOREST_더블룸_5

중심가에서 내려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갔다. 다행히 지나가던 사람이 숙소 찾는 걸 도와준다. 미리 찍어둔 비오 호스텔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숙소를 둘러보고 왔더니 주인이 돌아왔다. 침대도 크고 아늑한 방을 보여준다. (침대 시트와 수건이 하얀 숙소는 참 오랜만이다.) 좋아보인다. 가격 흥정을 해도 많이 깎아주진 않는다. 아침을 아주 푸짐하게 준단다.

조식은 정말 푸짐했다. 진한 주스와 커피, 오물렛, 과일, 빵 등을 골고루줬다. 1층 로비가 넓은 식당인데 한쪽 벽엔 통으로 새를 그려두었다. 바이오바이오한 느낌이다. 윗층엔 해먹도 있고, 우거진 테라스도 있다. 방도 매일 청소를 해주었다. 주방도 사용 가능해서 라면과 파스타를 간단히 먹었다. 간만에 융숭한 대접을 받는 숙소에 머물렀다.

주인 아저씨가 관광 안내를 잘해줬다. 집 바로 옆에 있는 나비 정원, 두 개의 산책로, 새 관찰할 수 있는 곳 등등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본인도 새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하시는 모양이다.) 넉넉하게 오일을 머물며 돌아보기로 했다.


시내 구경과 맛집

외로운 행성을 보고 온 덕분에 맛집과 볼거리를 풍성하게 알고 왔다. 시내는 작다. 투어 가는 벤이나 버스를 빼면 차도 별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가운데 큰 공원이 있는데 주변 산세를 둘러보며 광합성을 했다. 이런저런 꽃들도 예쁜게 많다. 시내 큰 길을 따라 식당과 여행사들이 있고, 주변 골목으로도 맛집 거리, 작은 시장 등이 있다. 야채가게에선 간단히 야채와 파파야 정도만 사다 먹었다.


Dragonfly_0623

장장 12시간 낮버스를 탔으므로 든든한 고기를 먹으러 갔다. 철판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든든하게 먹었다. 가격은 물가를 생각하면 비싼 편이다. 분위기도 고급져서 여편님은 자연스레 와인을 드셨다.


El cheff_0626&0627

맞은 편에 있는 좀 더 로컬한 분위기의 고기집이다. (가평갈비 느낌?) 점심으로 한 번 가보니 소불고기 정식 밖에 없다고 했다. 레몬 쥬스도 맛있고, , 불고기 모두 맛있었다. 다음날 저녁으로 소와 돼지를 하나씩 먹었다. 철판 구이는 앞집 고기의 두툼함과 정갈함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돼지가 맛있었다.


Padrino`s pizza_0624

점심 메뉴를 먹으러 갔다가 옆에서 먹는 피자들이 맛있어 보였다. 저녁에 바로 피자를 테이크 아웃해서 숙소에서 맥주랑 마셨다.


Reposteria Suiza_0625

독일식 소세지를 먹으러 갔다. 기대와 달리 소세지는 작았다. (맛은 있었다.) 식당이 있는 거리 이름 자체가 맛집 거리라 코지하고 다양한(채식, 퀴노아 햄버거 등등) 식당들이 많다. 길 건너편엔 우뚝 솟은 파파야 나무도 보인다.


El Quetzal_0624

초콜렛 가게다. 홈페이지까지 있는 큰 곳이라 카페도 넓고, 상품도 많다. 카카오 투어를 물어보니 매 시간 가능한데 공장을 둘러보고 여러 초콜렛을 맛보는 거라고 한다. 더 알아보기로 하고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마을에서 약간 올라온 언덕이라 경치가 좋다. 산들바람이 분다. 핫초코와 카카오 주스를 시켰다. 카카오 주스는 카카오 과육을 갈아만든 거다. 카카오 열매를 먹어본 결과 과육이 진짜 맛있다. 주스는 환상이다. 이런 주스를 파는 집이 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카카오에서 초콜렛까지_0625

Arte Sano Chocoarte

집 주변을 돌아보는 길에 발견했다. 소박한 오두막 같은 곳인데 초콜렛 투어를 한다고 한다. 들어가서 물어보니 직접 카카오부터 초콜렛까지 만드는 거라고 했다. 일요일 오후에 하기로 했다.

주인장이 소박하게 초콜렛 만들어 팔고, 직접 투어도 하는 가게였다. 투어 시간에 가보니 앞 그룹 투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편히 앉아서 기다렸다. 앞의 투어가 끝나고 다시 준비하고 우리 투어가 시작됐다. 투어는 예상보다 길게 3시간 정도 진행됐다.

먼저 잡지를 하나 보고 있으라고 줬다. 에콰도르 초콜렛에 대한 기사였다. 키토를 축으로 민도, 서쪽의 푸에르토 키토(Puerto Quito) 등으로 이뤄지는 초콜렛 투어와 공정이 소개되어있다. 푸에르토 키토에선 아예 카카오 농가에서 카카오 따는 것부터 초콜렛까지 만드는 투어도 있다고 들었다. 민도는 카카오가 잘 자라기엔 고도가 좀 높다고 했다.


카카오의 역사

카카오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다. 원래 카카오의 원산지는 에콰도르쪽이다. 여기서 시작해서 멕시코 마야문명에까지 퍼졌다. 마야 문명에선 카카오를 매우 신성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스페인 사람들이 와서 이걸 봤고, 냅두다가 신분가 선교사가 조리해보고 맛있어서 설탕쳐서 먹고 인기가 높아졌다. 그후 아프리카에 어마어마한 카카오 농장을 만들고, 이걸 가져다가 유럽에서 고급스럽게 포장해서 파는 것들이 지금의 초콜렛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양이 에콰도르, 브라질 등 중남미에서 생산되는 양보다 훨씬 많다.)


카카오 공정

에콰도르에서 많이 재배되는 종은 Fino de Aroma라는 것이다. (향이 더 좋은 것 같다.) 카카오 열매를 보여준다. (페루에서 맛본게 큰 도움이 됐다. 이건 숙성된 거라 먹기엔 안좋다.) 카카오 열매는 일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다. 이걸 따서 숙성시킨다. 그런 다음 껍질을 벗겨 과육과 함께 숙성시킨다. 그리고 나서 물이 빠지면 카카오 원두(씨앗)을 말린다. 여기까지가 보통 카카오 농가에서 이뤄지는 과정이다.

주인장도 이런 카카오 원두를 구해와서 작업한다. 이제부턴 공정을 함께 실습한다. 먼저 카카오 원두를 로스터 기계에 볶는다. (이 기계로 커피도 볶는다고 한다.) 통을 손으로 돌려가며 로스팅을 마친다. 채에 식히면서 손으로 껍질을 깐다. 이 껍질도 좋다고 해서 받아왔다. 차로 우려서 마시면 꽤나 향미가 좋다. (저렴한 핫초코에 타서 먹으니 고급 핫초코가 되기도 했다.) 이제 원두를 간다. 커피와 달리 카카오 원두를 갈면 진득하게 나온다.


초콜렛 만들기

이 진득한 덩어리(이하 원액)을 그대로 말려도 초콜렛이 된다. 원액엔 지방도 많이 들어있어서 공정을 통해 지방을 분리하기도 한다. 이 지방만 분리한게 카카오 버터다. 또한 우유에 타먹는 핫초코의 원료도 지방을 좀 분리한다. 우유 자체에 지방이 있어서 그냥 초콜렛으로 핫초코를 만들면 너무 느끼하단다. 우린 이 원액으로 퐁듀를 만든다. 그냥 데우면서 휘휘젓는 것이다.

완성된 퐁듀를 바나나, 딸기, 파파야에 얹어서 준다. 맛있다. 맛있는데 한 그릇 다 먹으려니 느끼하다. 저녁으로 라면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간식이다. 다 못먹은 퐁듀는 그대로 굳혀서 싸준다. 다시 초콜렛이다. 두고두고 에콰도르를 떠날 때까지 먹었다.



나비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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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도는 새와 나비도 유명한 곳이다. 나비를 모아 놓은 나비 정원이 시내와 교외에 하나씩 있다. 시내에 있는 건 무려 호스텔 바로 옆이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갔다.

기벼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그냥 비닐하우스로 들어가서 보란다. (뒤에 그룹한텐 이것저것 설명을 해준다.) 형형 색색의 나비들이 난리가 났다. 부엉이 눈처럼 큰 놈도 있다. 하지만 날개를 펴면 반대편은 파란 형광이다. 노란색, 노랑 빨강 등등 아주 다양한 나비가 있다. 하지만 오래 보고 있으면 정신이 없다. 정신 건강을 위해 한 시간 정도 체류하다가 나왔다.

한쪽 편엔 해먹과 의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난간 앞에 새들이 오도록 꿀과 바나나 등을 비치해 두었다. 벌새와 노란 참새, 파란 참새 등이 날아온다. 이것도 열심히 누웠다 일어섰다하며 관찰했다. 12, 점심 시간이 되니 배가 고파서 나왔다.


San Tadeo Birding_0626

호스텔 주인이 추천해준 곳을 갔다. 키토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민도를 빠져나가 도로에 진입, 산 타데오에서 바로 내려준다. 그리고 샛길로 걸어 들어가니 새 보는 곳이 나왔다. 관리인도 있었다. 여기는 새 보는 곳이 두 개다. 아래쪽에서 먼저 벌새를 봤다. 심심하지 않게 차와 커피도 있다. 전날 나비 정원에서 봤던 것과 다른 색깔도 있다. 초록색 위주에 무지개 머리인 것들과 검파 위주의 벌새가 있다. 여기 벌새들은 꿀통에도 자주 있고 근처 나무에도 오래 앉아 있어서 훨씬 보기가 좋다.

벌새를 볼 만큼 보고 위로 올라갔다. 여기선 바나나를 놔둬서 참새류가 많이 온다. 조던 운동화처럼 검은색 바탕에 배가 노란 것과 아예 노란 새가 같은 종이란 걸 알려줬다. 파란새도 자주 찾아왔다. 좀 더 참새스러운 노란새도 있고, 아예 검은새도 온다. 거의 두 시간 가량 관리인 아저씨와 잠답을 하며 새를 지켜봤다. 아예 오늘 처음 오는 새도 있었다. (여편님이 선물받아 온 조류 관찰용 쌍안경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여편님은 투칸을 발견했다. 원래 투칸은 주로 오전에만 활동한다. 뿌리가 너무 두드러져서 밝을 때 돌아다니다간 독수리의 먹이가 되기 쉽단다.


폭포 산책_0627

주인 아저씨는 두 개의 산책로를 추천해줬다. 마을 북쪽의 보호구역은 경치가 좋고, 남쪽은 폭포가 있단다. 남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곧 강줄기가 나오고 오르막이 시작됐다. 페루, 볼리비아에서 시작된 여편님의 목감기는 아직 완치가 되지 않았다. 곧 힘들어했다. 그래도 반은 왔으니 걸어가야 했다. 가다보니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왔다. 이삿짐 올리는 데나 쓸 뚜껑도 벽도 없는 케이블카를 타고 어마어마한 계곡을 건넜다. (이 케이블카 왕복이 이날의 백미였다.)

계곡 너머엔 폭포를 돌아볼 수 있었다. 여러개의 폭포가 있다. 왕복 한 두 시간은 걸린단다. 일단 가까운 거 하나를 보기로 한다. 아담한 폭포가 있다. 바위길로 올라가보니 사람들이 모여있다. 티셔츠를 보니 경찰에서 야유회를 온 것 같다. 몇 명이 번지점프를 하려고 대기 중이고, 다른 사람들이 응원한다. 줄을 보니 옆에 난간에서 사람이 잡는 거다. 보는 내가 다 무섭다. 고심 끝에 한 명은 포기하고 한 명이 뛰어내린다. 내려서 줄을 풀고 알아서 헤엄쳐서 나온다. 보기만해도 스릴이 전염된다.


다른 폭포 돌아보기를 포기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왔다. 내리막은 완만해서 편했다. 가이드와 함께 새를 보러 온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도 투칸을 보고 저 멀리 나무 꼭대기에 초록색 새도 봤다. 새 관찰을 뽀지게 했다. 내가 조류 여행자도 아니고 이 정도로 새를 열심히 볼 줄은 몰랐다.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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