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에서 커피 체험을 마치고 콜롬비아에 들어서니 커피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수확철은 이미 지났으니 좋은 농장 좋은 카페에서 좋은 커피나 실컷 마시기로 했다.


뽀빠얀_후안 발데즈(Juan Valdez)

콜롬비아 커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다. 거의 오십년이 넘는 동안 콜롬비아 커피를 대표해왔다. 후안 발데즈는 특정 사람이 아니라 노새를 끌고 있는 캄페시노(Campesino, 농부)를 상징한다. 주기적으로 모델을 선발한다. 에콰도르 키토에서도 몇 번 갔지만 본토 후안 발데즈는 좀 다를 것 같아서 뽀빠얀의 후안 발데즈를 찾아갔다.

큰 회사답게 광장 한 가운데에 있다. 여편님과 총각은 아이스 라떼 프라페를 시켰다. 더위사냥을 그대로 갈아놓은 맛이다. 나는 틴토(Tinto)를 시켰다. 한국 카페 식으로 말하면 ‘오늘의 커피’에 가깝다. 콜롬비아에서는 미리 우려놓은 커피를 틴토 또는 캄페시노(Campesino)라고 한다. 이미 설탕도 덜지근하게 들어간 블랙커피다.

나중에 돌아다니다보니 아예 이 틴토를 아침에 길거리에서 많이 팔고, 보통은 여기에 아레파(Arepa)나 치즈 등을 찍어 먹는 게 콜롬비아식 아침이라고 한다. 나중에 살렌토에서 조식을 시켜도 틴토를 줬다.

이후 콜롬비아를 떠날 때까지 후안 발데즈 커피는 입에도 데지 못했다. 공항에 큰 매장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작았다. 나중에 출국 게이트에서 기다리다 급작스레 게이트가 변경되서 지나다보니 그제서야 엄청 큰 매장을 발견했다. 이런저런 굿즈가 많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구경 못한 걸 아쉬워했다.

뽀빠얀도 좌우로 커피가 유명한 나리뇨(NARIÑO), 우일라(HUILA) 주의 사이에 있다. 이 지역 커피도 당연히 괜찮은 모양이다. 시장 가는 길에 길에서도 생두를 말리고 있었다.


살렌토_농장_Las Acacias_0716

사실 살렌토는 휴양지지 커피 재배로 유명한 곳은 아니다. 마니살레스, 페레이라, 아르메니아로 이뤄진 삼각지대가 커피로 유명해 아예 이 지역을 카페테로(Cafetero)라고 부른다. 물론 살렌토도 이 구역에 포함되서 커피 재배엔 좋고, 살렌토에 놀러왔다가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소규모 농장(Finca)들이 여러개 있다. 유명한 곳도 있고 숨겨진 곳(?)도 있어서 고민하던 중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 소녀가 다녀온 곳을 가기로 했다.


일요일인데도 농장은 열려있었고, 앞에 다른 팀의 투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콜롬비아 커피 전반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여전히 스페셜티 커피로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지만, 베트남 등의 커피재배가 확대되면서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그래도 많은 농부들이 콜롬비아 커피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아르메니아로 내다 팔면 가격 변동이 너무 심해서 주로 관광객에게 생산한 원두를 판다고 했다. 작은 커피 묘목부터 보여주면서 커피 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알려줬다. 예전 중남미에 병충해가 심했던 적이 있어서 지금은 아마존의 어떤 묘목과 아라비카 종을 교배한 종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중간 중간 라임, 오렌지, 바나나 나무 등을 심어주면 그늘도 만들어주고 커피의 맛(신맛, 단맛) 등에도 영향을 주고, 바나나 나무는 수분을 많이 먹고 있다가 가뭄 때 수분 조절을 해준다고 한다. 이 농장의 경우 규모도 작고, 밭의 고도가 모두 높아서 농약을 안 쓰지만 큰 농장들은 약을 쓰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면서 커피 밭을 구경시켜주고 다음 공정을 보여준다. 로스팅 기계가 없어서 말리는 과정까지만 보여주고 시음을 한다. 커피는 정제되지 않은 신맛이 매우 강했다. 한 봉지를 샀다. 나중에 다른 심심한 원두와 블랜딩해서 마시니 풍미가 있었다. 나중에 보노보노는 더 알려지지 않은 농장을 가서 설명을 실컷 들었다고 했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터의 차이 등등등

사실 다른 농장 못 가본 건 별로 아쉽지 않은데 Café Jesús Martin(http://www.cafejesusmartin.com/) 을 한번 밖에 못 간게 더 아쉽다. 주변 농장에서 직거래하고 로스팅도 다양하게 해서 커피가 맛있어 보였다.



메데진_El Laboratorio de Cafe: http://ellaboratoriodecafe.com/

메데진에서 바리스타나 배워볼까 하다가 찾았다. 바리스타 과정이 있었지만 가격이 만만한 수준은 아니라서 포기했다. (스페인어로 배울 자신도 없었다.) 그래도 커피를 마셔보기 위해 보테로 광장에 있는 매장을 찾아갔다. 드립 커피를 V60, CHEMEX, 프렌치프레스 등으로 고를 수 있고 콜드 브루도 있다. 원두 종류도 ROJO, ORO, NEGRO 세 가지가 있어서 돌아가면서 마셨다. 개인적으로 ORO의 균형잡힌 맛을 좋아했다. (센트로만 가면 여길 가서 직원들도 우리를 알게 됐다.) 여편님은 여기서 기념 티셔츠도 샀다. (사이즈가 없어서 다른 매장에 있는 걸 가져다줬다.)


바리스타를 안하는 대신 로스팅 공장에서 진행하는 테이스팅 투어를 하기로 했다. 며칠 간 워크숍이 있는 바람에 공장 방문은 칠월 마지막 날에 성사됐다. 최소 인원이 5명이라 보노보노(2명이다.), 총각까지 총 출동했다. 공장은 포블라도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로스팅 공장 겸 카페다. (손님은 없었다.) 근처가 공장 지대라 다른 큰 커피 공장도 있었다. 담당 직원이 와서 투어를 시작한다. 먼저 농장을 소개해준다. 메데진이 속한 안티오키아 주의 농장에서 생두를 조달한다. 시장가보다 높게 쳐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농장도 있다. 농장과 꾸준히 교류를 하고 있다. 지역 내의 커피만으로도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게 놀라웠다.

다음은 생두분별과 로스팅이다. 보통 콜롬비아에서 원두 품질은 크기별로 구분해서 슈프리모를 많이 수출하는데 무조건 크다고 좋은 건 아니란다. 로스팅 기계도 간단히 보여주고 시음을 하러 간다. 커피 맛 지도를 보면서 6잔의 커피를 보고, 냄새 맡고, 마셔본다. 노트에 감상도 쓴다. 담배맛이 나는 것이 일반 슈퍼마켓에서 파는 커피란다. 쟈스민 차 같은 건 게이샤 커피, 소량만 들어온다고 한다. 기념으로 작은 원두도 받고, 소포장 원두도 하나씩 샀다. (생두는 구입할 수 없었다.)


메데진_Pergamino Café: https://us.pergamino.co/

유명하기로는 라보라토리오보다 더 하다. 아무래도 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포블라도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처음 지날 때 하도 붐벼서 포기했다가 다음에 가서 마셔봤다. 여기도 안티오키아와 다른 지역의 원두를 취급한다. 포장이나 디자인 등이 라보라토리오(실험실)와 달리 팬시한 컨셉이다. 여기도 CHEMEX로도 드립을 내려준다. 진하게 두 잔을 통으로 내려줬다. 한국 자유 커피집에서 스티커도 붙여놨다. 예쁜 굿즈들이 많아서 망설이다가 커피 스티커만 사서 컴퓨터에 붙였다.


메데진_모카포트

처음엔 각지에서 사온 원두를 커피메이커로 내려마셨다. 그러다 보노보노가 와서 아랫방의 모카포트를 가져다줬다. 확실히 커피메이커보다 맛있었다. 보노보노가 떠나면서 줌보에 들러 빨간 모카포트를 사다줬다. 감동의 눈물이 날 뻔했다. 휴대용 원두 분쇄기는 은근 찾기가 어려웠다. (페루 마트에서 샀어야 했다.)


한국에선 모카포트 는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고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커피 좀 마신다는 나라 백화점이나 마트엔 만만한 가격에 종류도 가지가지다. 핸드드립은 한가한 주말에나 쇼하는 거고, 태반은 커피국이 됐다. 모카포트는 바쁜 아침에 내려놓기도 편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떼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좋은 원두를 만나니 욕심에 세 번째 모카포트를 질러버렸다. 하난 쓰다 보내고, 하난 사서 바로 보내고, 이건 집까지 잘 가져가 보자.’



보고타_Arte y Pasion (http://www.arteypasioncafe.com/)

메데진에서 콜롬비아 커피 여행의 정점을 찍었다. 보고타에선 숙소에서 주는 커피를 안 마시고 메데진에서 남은 원두를 굳이 모카포트에 직접 내려가며 마셨다.

소박하게 보고타에선 Arte y Pasion 카페를 자주 찾는 걸로 만족했다. 황금박물관 쪽과 대통령궁 쪽에 두 개가 있다. 황금박물관 쪽의 지점을 처음 찾을 땐 당황했다. 매장이 큰 건물 안에 감춰져있었다. 점심 시간이라 점심 메뉴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기도 했다. 오전에 한가한 시간에 가니 쾌적했다. 대통령 궁 쪽의 지점은 커피만 파는 곳이라 좋았다. 두 매장 모두 콜롬비아 각지의 원두를 취급한다. 지역의 원두를 골라서 다양한 형태로 내려달라고 주문할 수 있다.

카페 자체가 바리스타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이라 바리스타들(대부분 어린 학생들이다. 한국에서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다들 너무 잘한단다.)이 자리에 와서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먼저 원두 향을 맡게 해주고, 불린다음 내린다. 자리에서 커피를 내려주니 향이 더 그득했고, 맛이 더 감칠났다. 여편님은 여기서도 기념 티셔츠를 샀다.


예전에 콜롬비아하면 슈프리모만 알아서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색다른 풍미의 원두를 맛보다보니 콜롬비아 커피에 엄청난 애착을 갖게 됐다. 커피를 마실 때 나라를 넘어 지역, 농장, 자연과 사람들까지 보기로 했다. 나의 커피에 대한 열정도 한 단계 올라선 계기였다.



독서_매혹과 잔혹의 커피사_마크 펜더그라스트_을유문화사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미국 대중 문화, 커피 산업에 할애하는 부분이 좀 커서 아쉽지만 이만큼 포괄적으로 잘 다루는 책이 없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한 번 읽어야지 하던 책이다. 여행이 좋은 건 이런 긴 책을 읽을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무겁다. 얼른 읽고 치워버려야겠다. 커피가 대중화된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의 가정에선 원두를 직접 볶아 마셨고, 2차 대전 때 미군엔 전선에서 그때 그때 로스팅한 원두가 배급되었다고 한다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장주가 받는 생두값, 일꾼들이 받는 일당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시계는 전진하기도, 후퇴하기도, 돌기도 한다.

(나도 남편님 덕분에 덩달아 읽고 있다. 미국이 없었다면 커피가 어떻게 되었을까 매번 읽을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EEUU여… - 여편님 왈)


다큐_Black Gold (https://www.youtube.com/watch?v=qLCql6m3Pm4)

앞의 책에서 추천한 다큐다. 좀 이색적인 에티오피아의 풍경도 많이 나오고, 화려한 커피 산업 뒷면의 안타까운 분배의 현실을 다룬다. 그나마 소농 중심으로 짜여진 콜롬비아 커피 산업은 나은 편이다.


다큐_Black coffee (https://www.youtube.com/watch?v=TTDy-L0NKIg)

이것도 앞의 책에서 추천한 다큐다. 분량이 길다. 아직 안 봤다.


다큐_Los Puros criollos_El café (https://www.youtube.com/watch?v=1XXWh0mpet0)

콜롬비아 커피에 대해 소개한 현지 프로그램이다. 꿀잼이다.


다큐_EBS 세계 견문록 아틀라스_커피의 나라_1부 콜롬비아

(https://www.youtube.com/watch?v=zzxMAAEQUUA)

예전에 봤던 다큐인데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을 다뤄서 재밌게 봤다.


도서_Coffee Obsession_한글판: 커피중독_아네트 몰배르_시그마북스

여편님이 보고타 마르케스 서점에서 발견한 책이다. 백번 글보다 좋은 그림 하나가 훨씬 뇌리에 잘 박힌다. 각 나라별 커피 재배를 그림으로 잘 표현해서 10분만에 전 세계 커피를 돌아봤다. 한국에서는 ‘커피중독’으로 번역되어 있다.


참고_콜롬비아의 커피 산업

콜롬비아 커피를 개괄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되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cw5172&logNo=100126283130&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co%2F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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