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르셀로나를 다시 찾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FC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5년 전 당시 초보 여행자였던 나는, 일정이 촘촘했고, 내가 머무는 몇 일 동안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열리지 않아 포기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경기 일정에 맞춰 방문한 것이다.


오피셜 유니폼_FC Botiga

사그라다 파밀리아 관람을 마치고, 입장 전에 점 찍어둔 바르셀로나 샵으로 갔다. 바르셀로나엔 수 많은 기념품, 유니폼 가게가 있는데 이건 정말 레알 오피셜 가게였다. 일단 들어가면 제품을 보는게 아니라 클럽과 유니폼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유니폼과 각종 기념품 매장을 보는 구조다. 100유로를 넘는 다양한 버전과 선수 이름이 붙은 유니폼들이 있었다. 한 구석에는 할인가로 파는 것들도 있었다. 예전에 왔을 때 망설이다 유니폼을 안 산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되어 이번엔 오피셜을 뭐라도 하나 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금은 메인스폰서인 카타르 항공이 앞에, 유니세프가 뒷구석에 새겨져있지만 그땐 유니세프가 가슴 한가운데 팍 새겨져있었다. 메시의 최고 전성기이자, 전설 푸욜의 유니폼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기다.


여러 제품 중 눈에 띈 것은 카탈루냐 버전의 유니폼이었다. FC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카탈루냐 깃발 문양인 노란색과 빨간색 줄무늬 유니폼을 1년에 1~2번 정도 입는다. 앞면은 아예 노란색이고, 줄무늬는 뒷쪽에만 있다. 폰트도 보라색이라 여러모로 눈에 띄었다. 할인 중이라 60유로면 구입이 가능했다. 점 찍어두고 Camp nou에 있는 공식 매장에 가서 입어보고(여편님과 나란히 입고 공식 모델 포즈를 취해봤다.), 고민 끝에 며칠 뒤 FC Botiga에 다시 갔다. 맞는 사이즈가 없어 맞은 편에 있는 작은 유니폼 샵에서 구매했다. 여편님도 살까 망설였지만 내껄 같이 입기로 했다.


Camp Nou 답사 및 Mega Store

아침 일찍 구엘 공원을 다녀온 날, 오후에 산책 겸 경기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경기가 늦은 밤이라 동선 파악을 해두면 좋을 것 같았다. 배가 고파 작은 바에서 타파스와 상그리아를 먹었다. 곱창전골 같은 것이 나왔다. 꿀조합이었다. 예전에 왔을 때 경기는 못봤어도 경기장 투어는 한 적이 있어 구조는 익숙했다. 이젠 카타르항공이 너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저거 걸어준 돈으로 수아레즈, 네이마르 사온 거 아니겠나. 바로 공식 기념품 매장인 메가스토어로 향했다. 진짜 지글지글할 정도로 유니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아래에는 자켓, 티셔츠 등 다른 버전의 기념품이 많다. 바람막이나 티셔츠를 살까도 고민했지만 내키는 것이 없었다. 유아용 제품이 기막히게 예쁜게 많았다. 어른 덕후는 대충 만들어도 살거고, 아이들껀 예쁘게 만들어야 팔리는 세상이라 그런가 싶다.


티켓 구매

이탈리아를 떠나기 직전 다음 일정을 구상하다 경기 일정을 봤다. 1218일에 FC바르셀로나와 RCD 에스파뇰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에스파뇰도 바르셀로나가 홈인 구단이다. 카탈루나 더비라고 불리는 지역 라이벌 경기인 것이다. 말은 안하고 끙끙 거리는 날 보고 여편님이 당장 예매하라고 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바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여편님의 지시가 떨어지기 전에 이미 티켓 현황은 다 파악한 상태였다. 이왕 보는 거 좀 좋은 자리에서 보자고 했다. 자리별 가격은 천차 만별이라 50유로에서 백유로가 넘는 자리까지 다양하다. 다행히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백유로 이하의 자리 중 붙은 자리는 경기장 꼭대기 가장 뒷줄 자리 밖에 없었다. 뒷줄이지만 가운데라 만족하기로 했다. 결제는 잘 진행되었다. 수수료 등을 포함하니 1인당 69유로 정도의 가격이었다. 전자티켓이 이메일로 날아왔고, 이걸 핸드폰에 다운으면 아이폰 지갑에 저장되었다. 신기한 세상이다.


몬주익(MontJuic) 공원

경기 당일, 스포츠의 날을 맞아 오전에 몬주익 공원을 찾아가기로 했다. 생각보다 넓은 범위가 산책로, , 박물관, 성벽, 경기장 등을 포함하는 공원 지구였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러 많이 찾는 듯 했다. 주말이라 광장에서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하고 있었다. 언덕 산책로를 돌고 돌아 올라기니 커다란 분수와 계단 건물이 이어졌다. 위로 올라근 계단은 에스컬레이터도 끼고 있었다. 언덕 위에 크게 자리한 궁전은 카탈루냐 예술 박물관(Museo Nacional de Arte De Catalunya)으로 쓰이고 있었다. 내부 전시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의 제약으로 건물만 둘러봤다.


또 돌아 올라가니 올림픽 경기장(Estadio Olimpico)이 있다. 이제는 거의 전설이 된 황영조 선수가 1992년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땄던 곳이다. 경기장 앞에는 무슨 투어별 입장료가 나와있다. 여편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단 들어가보자고 했다. 티켓 없이도 경기장을 둘러보는 건 가능했다. 입장료를 받는 건 경기장 안에서 하는 체험행사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축구공을 들고 들어갔다. 진행요원이 골키퍼를 봐주고,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찼다. 외곽의 육상 트랙에선 100m, 200m, 휠체어 달리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우사인 볼트의 세계 신기록이 새겨져있었다. 한 가족이 체험 중이었는데 엄마가 유난히 열심히 달렸다. 경기장 한 구석엔 바르셀로나 올림픽 역사가 안내되어 있었다. 원래 1930년대에 개최하려고 지은 경기장인데 나치 독일이 개최권을 뺏아갔다나 하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경기장 양식이 고전적이다. 경기장을 나오면 광장이 쭉 펼쳐져있고, 양쪽 언덕엔 성곽도 보인다. 에스파냐 광장까지 걸어내려와 집으로 귀가했다.


경기 전 식사

경기 시작 전에 한국분을 만나 식사를 했다. 몽펠리에 사는 린느가 우리와 같은날 경기를 보러 가는 분이 있다고 해서 만났다. 일요일에 여는 식당이 많지 않아 근처 닭집에서 1차를 하고, 경기장 근처 바에서 맥주를 한 잔 더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바 아저씨가 한국에서 왔다니 이승우 얘기를 했다. 이 근처에 살아서 자주 본단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한창 스페인 신문 뒤적 거리는 시늉을 해보니 여기서도 이승우가 최고급 기대주이긴 한가 보다. 신문 기사에는 징계로 출장하지 못해서 헤메다가 요즘은 실전을 자주 뛰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점점 열기가 고조된 상태로 경기장으로 향했다.


직관기_FC BARCELONA VS RCD ESPANYOL_20161218_2045

경기 시작 한 시간 15분 전에 여유를 두고 입장 게이트로 찾아갔다. 한국분과는 입장 게이트가 달라서 인증샷 하나 찍고 헤어졌다. 암표나 기념품, 맥주를 파는 사람들과 입장객으로 붐볐다. 대략 한 시간 전에 입장이 시작됐다. 테러 위협 등으로 검문이 까다롭다. 이미 배낭은 집에 두고왔는데 우리 간식 바구니가 문제였다. 작은 물통은 반입이 됐지만 1리터짜리 탄산 음료는 뺐겼다. 경기장 외곽은 크게 볼게 없다. 잠실 야구장 들어가는 기분이다. 설렌다.

우리 좌석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 여기도 관중석 입구 양쪽엔 매점이 있다. 맥주, 과자, 탄산 정도만 판다. 화장실도 넉넉하다. 우리 자리를 향해 올라갔다. 고민할 것 없이 끝까지 올라가면 됐다. 뒤에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경기장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아직 사람이 안차셔 관중석에 새겨진 무늬와 양쪽 전광판 등을 감상했다. 헬기곱터에서 찍는 각도와 비슷한 조망이었다. 인증샷을 여러번 찍었다. 여편님에게 잘 좀 찍어보라고 항의했으나 나의 배는 거짓이 없었다.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슬슬 선수들이 들어와서 몸을 푼다. 원정팀인 에스파뇰의 선수들이 먼저 몸을 푼다. 분석 기사를 보니, 최근 성적이 상승세란다. 이전부터 FC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엔 더 거친 집중력을 과시했던 팀이다. 이어서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들어온다. 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 삼총사는 한쪽에서 호흡을 맞춘다. 경기 시작 전, 자리가 거의 꽉찼다. 경기 중 나온 안내에 따르면 약 79천 명이 입장했단다. 오른편 골대 뒷자리엔 서포터즈들이 앉았는데, 한국에서 듣던 응원곡과 비슷하다. 롯데의 강민호, 짝자자작 박수 등등 붉은 악마를 벤치마킹했나 보다. 팀 응원가는 유투브로 사전에 예습을 해서 익숙했다.

초반 신경전 이후 경기는 쉽게 풀렸다. 수아레즈가 특유의 침투력으로 한 골을 넣었다. 후반엔 마에스트로 이니에스타의 지휘력이 살아났다. 그의 마술같은 플레이와 메시의 사람뚫기 신공을 수아레즈가 마무리했다. 이 장면에서의 정적이 최고의 순간이었다. 두 번째 골장면을 집에 와서 몇 번이고 돌려봤다. 결과는 41 대승이었다. 에스파뇰 입장에선 최근 가장 활약이 좋은 골키퍼가 부상으로 아웃된 게 컸다. FC바르셀로나는 근래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경기와 팀 플레이에 집중한 나와 달리, 여편님은 선수 개개인의 면모를 눈여겨봤다. 메시는 바지가 꽉 끼어서 중간 중간 어색한 자세를 취했다. 수아레즈는 생김새 못지 않게 엉덩이도 짐승같이 탄탄하다. 네이마르는 날이 추워서 자꾸 옷 소매를 당겨 손을 감싸고, 플레이가 소극적이다. (네이마르는 결국 이틀 전(직관 후 한 달) 경기에서 손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11경기 무득점을 깨고 골도 넣었다.) 마스체라노와 이니에스타는 도통 구분이 안간다. 피케는 내가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하겠단다. 세르지 로베르토 잘 생겼다. 맘에 든다. 등으로 선수별 평점을 메기셨다. 그러다 경기 막판, 충분히 옷을 따뜻하게 입혔음에도 추위를 느끼고, 맥주가 남긴 졸음으로 힘겨워했다.


경기가 끝나고 몰려나오는 사람들을 헤집고 슈퍼에 들어갔다. 컵라면이 있었다. 난 별 생각이 없었지만 여편님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각자 하나씩 샀다. 집에서 경기 하이라이트를 돌려보며 맥주와 컵라면으로 이날의 여운을 만끽했다.

다음날 여유롭게 일어나 산츠 역으로 가서 마드리드행 기차를 탔다. 여러모로 건강하고, 즐거움 가득한 바르셀로나 생활이었다. 세 번 네 번을 또 가도 재밌게 즐길 것 같은 도시다.



부록_바르셀로나 소원 성취 명세서

경기장 입장권 69유로 X 2 = 140유로

공식 유니폼 60유로

피카소 티셔츠 28유로

BRA 모카포트 41유로

우클렐레 및 커버 36유로

카메라 UV 커버 16유로

: 321유로


참고영상

다큐 BARCA DREAMS(https://www.youtube.com/watch?v=kdCBKeKDO5Q)

응원가 https://www.youtube.com/watch?v=c-r6jGBZXTE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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