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파스(Chiapas)_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 _1001_1011

치아파스, 산크리스토발 모두 나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치아파스 주도가 아래 툭스틀라(Tuxtla Gutierrez)로 바뀌기 전까지는 중심도시였고, 지금도 행정을 제외한 관광, 문화 등에선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1995년 전설적인 게릴라 사파티스타의 봉기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자료 영상에 점거된 청사가 중심부의 그 건물이다.)

오 년전 홀로 여행했을 때 이곳에서 2주간 머무르며 자원활동을 했다. 한국워크캠프를 통해서 신청한 현지 단체의 이름은 Natate(https://www.natate.org.mx/)였고, 교육용 식물 정원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한국 친구들도 몇 명 있었고, 멕시코 현지 스탭들, 유럽과 미국에서 온 친구들까지 잘 어울려 지냈다. 오전엔 작업을 하고, 아침과 점심은 까사 아르볼(La Casa en el Árbol Instituto Cultural)에서 먹고 (그때도 난 홀로 또르띠야와 팥을 물리지 않고 먹었다.) 오후엔 다시 까사 아르볼에서 스페인어를 배웠다. 그때 우릴 가르쳤던 강사 메모(Memo)는 스페인어 과외 사업을 시작하더니 그 사이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스페인어 강사가 되었다. 저녁엔 Cafe Bar Revolucion에서 살사를 배웠다.


일요일 새벽 터미널에 내리 익숙한 돌길을 보니 기억의 쓰나미가 용솟음쳤다. 지난 여행의 (실질적) 시작과 이번 여행의 종착지는 같은 곳이었다. 시내를 가로질렀다. 새벽까지 클럽에서 논 청년들이 해장하는 듯 이른 아침 거리에서 삼삼오오 타말을 먹고 있었다. 광장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조식 세트를 먹고 다시 숙소로 갔다.


까사 쿠쿨(Casa Kukul)_파란방(Azul)_열흘

마지막 숙소다. 비수기라 그런지 공기방울에 나오는 숙소들의 물가가 한결 저렴했다. 깔끔한 숙소를 들어가보니 쿠쿨이라는 브랜드로 여러 숙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중 정원이 아름다운 숙소에 정원이 잘 보이는 방을 골랐다. 일요일 아침에 가니 일찍 오라던 호스트는 없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와있다. 아직 준비가 안됐으니 아침 먹고 오란다. 근처 카페에 가서 또 차를 마시며 시간을 떼웠다. 한떼의 축제행렬이 지나갔다.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사탕을 던져줬다. 다시 숙소로 갔다. 아직도 청소 중이다. 일하는 분들과 함께 온 아이들과 놀았다. 한국 문양의 연필을 줬다. 하나 갖고 놀다가 잃어버렸다. 다시 하나 줬다.


넓은 방에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는 공간도 있고, 화장실도 딸려있다. 새벽에 좀 춥긴했다. 오전마다 청소를 해준다. 일층에 세탁기가 있어 빨래도 해준다. 거실은 별도 사업(코워킹스페이스)을 위해 준비 중이다. 주방도 넓긴한데 약간 어둡다. 커피나 내려 마시고 (콜롬비아에서부터 들고 다니던 모카포트는 손잡이가 날아가서 기증했다.) 과일이나 썰어 먹고, 라면 한 번 끓여먹고 말았다. 대부분의 끼니는 밖에서 해결했다.

규칙적으로 오전에 나가서 돌아다니다 들어와서 낮잠 자고, 저녁 먹으러 다시 나갔다. 머문 시간도 별로 없고, 옆방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교류가 없었다. 어느 날은 잠을 설치기도 했다. 절대 귀국에 따른 긴장감이 아니다. 살 좀 빼보겠다고 저녁 적게 먹었다가 속쓰림에 설친 것 뿐이다. 밤에 일어나 빵이나 우유, 바나나를 먹었다.


워킹투어_1004

https://www.facebook.com/freewalkingtoursancristobal/

산크리스토발에 프리워킹투어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어지간한 도시에 다 있긴하다.) 알차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매일 아침 10시나 오후 5시에 광장 십자가에서 모인다. 요일별로 가이드 봉사를 돌아가면서 한다. 원래 산크리스토발 출신이 대부분인데 오늘은 폴란드 출신으로 장기체류 중인 언니다. 모인 사람들은 우릴 빼면 다 유럽, 미국 사람들 같았다.

중간에 Casa del pan에서 쉬면서 간식을 먹는 것 빼곤 3시간을 부지런히 다녔다. 광장, 시장은 물론 곳곳의 좋은 카페와 식당도 추천해줬다. (그런 게 그려진 지도도 준다.) Iglesia del Cerriloo 가 있는 광장에 갔다. 여기서 토요일 밤에 이웃들과 타말을 나눠먹는다고 했다. (토요일에 가보니 허허벌판 아무도 없었다.) 어느 정글같은 박물관도 보여줬다. 사파티스타 관련 물품을 파는 가게도 들렀다. (숙소 근처였다.) 하이라이트는 치아파스 전통술 포쉬(Pox)를 마시는 것이다. 바로 들어가니 마침 비가 쏟아졌다. 밖에선 다국적기업의 석유독점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코카콜라는 치아파스의 좋은 물로 코카콜라를 마구 찍어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약간 싸게는 판다.) 술은 진하고 맛있었다. 마지막엔 정작 이 술 대신 다른 술을 사왔다.


아나 만남_1003

치아파스엔 반가운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거의 일년 전, 터키에서 후와 함께 만난 아나(Ana). (터키 유람기_3_파묵칼레와 에페수스_http://cordon.tistory.com/139) 자칭 치아파스의 딸, 치아파스 홍보대사인 아나는 유럽 여행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미국에서도 오래 머물다 쿠바도 두 번 갔다가 때마침 치아파스로 돌아왔다. 집은 툭스틀라(예전엔 공항에서 일했다.)에 있어서 우리도 산크리스토발 가기 전에 툭스틀라를 들를까 고민했었다. 정작 아나는 어차피 산크리스토발에 자주 온다고 했다. 산크리스토발엔 이탈리아 사람이 피자를 만들고, 치아파스 각 지역의 공예품도 다 모이니 쇼핑하기도 좋아서 툭스틀라 사람들도 자주 온다고 한다. 이날도 마침 엄마와 함께 산크리스토발에 왔다며 급연락이 닿았다.

과달루페 거리(Real de Guadalupe)의 카카오나티바에서 만났다. 아나 엄마는 잠시 인사를 나누고 먼저 집으로 갔다. (아나는 집에서 카우치서핑을 오래 전부터 해서 각지의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했다. 엄마는 아나가 또 누굴 집으로 데려올까봐 겁났을 수도 있다.) 사실 아나의 동생이 산크리스토발 시장 등지에서 수공예품을 구해다 좀 더 가공해서 미국 등에 온라인으로 판다고 한다. (https://www.instagram.com/sosa_caustica/)그 물건들을 구하러 왔다. 동그란 전통 가죽가방도 샀다고 자랑했다. 그간 지낸 얘기, 여행 얘기, 산크리스토발 주변의 볼거리, 먹을 거리, 앞으로 할 일 등등 이야기를 나눴다. 잠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는데 재미가 있어서 더 할 생각이라고 했다. 여행 내내 여편님이 들고 다니던 비단천으로 만든 공기를 일년 반만에 드디어! 선물로 줬다. 툭스틀라에 뭐가 있냐고 하니 동물원을 적극 추천했다. 동물을 가둔게 아니라 보호구역처럼 해놓고 구경하는 느낌이고, 치아파스 내에서 사는 동물들만 모여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툭스틀라는 구경가지 못했다.


요리수업_1004_https://www.eltzitz.com/

워킹투어에서 요리수업 정보도 얻었다. 고대고대하며 메일을 보냈다.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가보니 어학원이었다. 수업은 별도로 가정집에서 한다고 했다. 알려준 주소의 파란 대문집을 찾아갔다. 치카(이름이 기억 안난다.)가 우리를 맞아줬다. 집은 엄청 좋았다. 물론 그녀의 집은 아니다. 어학원 사장으로 추정되는 독일 할망의 집인 것 같다. 주방도 트이고, 쾌적하고, 테라스도 따뜻하고, 다 원목이고, 정원의 잔디와 꽃, 나무도 아름다웠다.

집에는 애들 두 명이 놀고 있었다. 하나는 치카의 딸이고, 하나는 딸 친구라고 했다. 9월 지진 때 파손된 학교가 아직 복구가 안되서 숙제만 내준다고 한다. (애들은 살판났다.) 종종 애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단다. 수업 방해 안하고 잘 논다.


본격적인 수업 내용은 어제 직접 복습하신 여편님이 쓴다. 안쓴다.

우선 요리하며, 먹으며 마실 주스를 만들었다. 분말가루가 준비되어있다. 주황색쌀음료다. 무려 세 가지의 살사를 만든다. 자주 먹는 과카몰레, 초록살사(Salsa verde), 붉은살사(Salsa rojo). 과카몰레는 쉽다. 아보카도 까서(중남미 반년이면 아보카도 해체하는 건 도마도 필요없다.) 으깨고 토마토, 양파, 라임 같이 으깨면 끝이다. 초록살사는 초록토마토와 파랗고 매운 고추 몇가지를 같이 넣고 끓인다. 붉은살사는 토마토, 양파, 마늘, 말린 고추를 팬에 굽는다. 그걸 통으로 간다. 고기 삶은 물도 조금 넣는다.

주요리로 소고기를 삶는다. 쭉쭉 찢는다. 장조림이다. 호박꽃도 손질한다. 꽃 밑둥의 튀어나온 것들은 먹는 게 아니라고 한다. 양파 등과 가볍게 볶아준다. 와하카치즈 쭉쭉 늘여서 또르띠야에 싸먹으면 된다.


대망의 또르띠야도 만든다. 많은 옥수수 중 푸른 옥수수가 준비되어 있다.먼저 옥수수 알을 네 다섯 시간 불린다. 그리고 석회가루를 약간 넣고 삶는다. (석회가루를 넣으면 옥수수 껍질이 잘 벗겨진다.) 이런 과정을 거친 옥수수가 준비되어 있다. 떡빻는 기계 같은 것에 넣고 빻는다. 두 세번 거쳐야 곱게 빻아진다.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서 반죽 누르는 도구(나무)에 넣으면 만두피처럼 얇고 넓어진다. (결국 우린 이 도구를 사서 들고왔다.) 그리고 석회칠해진 판에 굽는다.

준비한 음식을 테라스의 식탁에 차린다. 진짜 또 배가 터져라 먹었다.


Punto y Trama_1009_1010

더 이상 뭘 배울 의욕도 없고, 떠날 날이 다가오던 토요일, 여편님이 뽐뽐 수업을 발견했다. 뽐뽐(폼폼, Pompones)은 중남미 곳곳에서 볼 수 있는(페루, 볼리비아 알파카들이 두르고 다니고, 산크리스토발에선 시장 곳곳에서 파는) 동그란 실뭉치 이은 것이다. 이틀 동안 세 시간씩 배운다고 했다. 일요일에는 안한다. , 화 오후에 이걸 배우겠다고? 수요일 새벽에 떠나는데? 여편님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을 보였다.

난 그 시간에 카페에서 놀고 있었으므로 설명은 생략한다.


*여편입니다.

마지막 여행지라 보니 그동안 억눌렀던 구매 욕구가 불꽃솟듯 솟았습니다. 하지만 다 사갈 수는 없는 법. 그러던 중 만들기를 배우면 가서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뽐뽐’을 배웠죠!

뜨개질이나 다른 직조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편이어서 이게 한국에도 있는지 몰랐는데 있더군요. 게다가 쉽게 만들 수 있는 ‘폼폼메이커’도 있더라구요!

하지만 치아파스에서는 그냥 살사병에 실을 둘둘 말아서 그걸 쏙 빼서 가장자리를 가위로 죽 잘라 실로 묶어서 그걸 또 가위로 사각사각 다듬는 걸로 폼폼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필요한건 실, 가위, 살사 병이었죠.

엮을 줄도 만드는 걸 배웠고 하트모양으로 자르는 것도 배웠습니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하겠다는 저의 의지는 이렇게 꺾여, 두달 반이 지난 지금도 방산시장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현실과 날씨는 이렇게 가혹하구나 생각합니다.


Iglesia de Guadalupe_1005

Real de Guadalupe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우리 숙소로 빠지는 길이 있고, 더 쭉 가면 커다란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을 올라가면 과달루페 성당이 있다. 흥겨운 찬송가가 한창이다. 사실 이 언덕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성당 오른쪽으로 가면 La Maldita Cafe가 있다. 여기 테라스가 전망이 죽인다. 간단히 허브티 하나 시켜놓고, 일몰을 감상했다. 그나마 이 계단 오르내린 것이 산크리스토발에서 우리가 한 운동의 전부다.


과달루페 거리(Real de Guadalupe)_까르멘 대문(Arco Torre del Carmen)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Real de Guadalupe는 차도 안다니고, 주변 골목골목까지 식당과 상점이 이어져서 걷기만해도 재미가 있다. 많은 식당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장사를 하니 근방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했다. 카페에서 사람 구경도 했다.

오래 앉아있으면 원주민 할머니, 아이들이 이것저것 들고와서 사라고 한다. 대부분 시장에도 있는 거라 살 생각은 안하게 된다. 정중히 거절해도 자꾸 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아이가 물건이 아니라 물이 마시고 싶다고 해서 마시던 물을 줬다. 지진 때문에 학교를 안 가서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원래 학교를 못 가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굳이 경제사정이 괜찮아도 친구들따라 팔러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한편에선 각지에서 모여든 히피들이 자기들 물건을 판다. 정작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은 이쪽이다. 누군 정말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게 없어서 흔한 물건을 판다. 누군 가진게 너무 많아서 다 버리고 이 저렴한 물가의 혜택을 보면서 트랜디한 물건을 판다. 주절주절

까르멘 대문이 있는 쪽은 좀 더 고급지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옷 가게들이 오래된 건물 안에 들어차 있기도 하다. 여기도 주말, 저녁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근처에 문화센터(Centro Cultural El Carmen)와 전시관도 있다. 전시는 못봤다.



나머지는 먹고 마시고 사는 이야기다. 산크리스토발에서 물갈이를 했다거나, 길이나 시장통에서 막 집어 먹었다가 탈났다는 사람이 많아서 가능하면 괜찮아보이는 식당에서만 먹었다. (물론 시장에서 과일이나 옥수수 등 간식은 사먹었다. 우린 그간 이 근방 음식과 균에 적응해서 별탈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침은 동네 근처나 과달루페 거리 외곽에서 먹었다. 주로 또르띠야에 스크램블 에그를 겻들여서 먹었다. (멕시코 스타일) 따말(Tamal, 각종 고기, 야채를 넣어 찐 것) 세트도 만족스러웠다. 멕시코 따말은 콜롬비아랑 달리 크기가 작고, 내용물도 더 담백하다. 당연히 아침부터 후끈하게 살사랑 먹는다. 근처에 또 무슨 베지터블 식당이 있었다. 점심 메뉴인 커리를 시켰는데 그때야 조리를 시작했다. 맛은 있었으나 그거 먹자고 하루를 버릴 순 없었다. 진짜 맛있는 로컬 타코 식당이 있었다. 바베큐를 또르띠야로 돌돌 말아주는 Taquita가 주메뉴다. 지날 때 마다 성황이라 한 번 테이크 아웃해서 먹었다. 맛있었다.


파차마마(Pachamama)

첫날 점심을 찾아 돌아다니다 발견했다. 5년 전에 하루 머물던 호스텔 주인이 추천했던 식당이다. 햄버거, 피자 등을 파는데 당연히 멕시코식이다. 야채버거도 맛있었다. 피자도 푸짐했다. 길가 테이블에서 사람 구경하며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파차마마는 어디서 들어도 친근하다. Gracias pachamama por estas comidas.


엘 깔데로(El Caldero)

첫날 터미널에서 광장을 가면서 발견했다. 좋아보였다. 나중에 찾아가니 대박 맛집. 아나도 추천하는 곳이었다. 깔도, 국밥집이다. 내용물이 어마어마해서 전골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프리미엄 해산물 깔도가 맛있다. 백숙도 먹었다. 최적 조합은 깔도 하나 시키고, 따코를 몇 개 추가해서 먹는 것이다. 또르띠야가 찰져서 따코도 깔끔하고 맛있다. 3번 넘게 먹은 우리 단골집이었다.


라 루페(La lupe)

과달루페 거리를 걷다보면 바로 눈에 띄는 집이다. 화려한 옷을 입은 언니들이 메뉴판을 보여준다. 그냥 비싸기만 한 줄 알았는데 맛도 있는 곳이었다. 고급 한정식집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큰 장점은 각종 살사와 할라피뇨, 노빨 등을 샐러드바에서 맘껏 떠다 먹을 수 있는 점이다. 화지타, 퀘사디야 같은 무난한 요리를 먹었다. 개방형 주방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준다. 깊은 맛이 난다. 가게 내부도 전통전통하다. 단점은 아저씨들이 끊임없이 술 더 안시키냐고 보채는 것이다.


엘 따콜레토(El Tacoleto)

테디커피 아시아리코 안쪽에 있는 따코집이다. 깔끔하고, 브로콜리 볶음도 있어서 따코와 궁합이 잘 맞았다. (따코 메뉴만 두 개 시키면 또 배터져 죽는다.)


엘 보니(El Bony)

집에서 나가다 발견한 새우집이다. 이 산골에서도 새우를 먹을 수 있다니. 일요일 아침 브런치로 출격했다. 어리버리한 직원의 실수로 새우칵테일(Cocteldecamaron, 커다란 잔에 새우와 야채, 살사를 부은 것)가 큰 거 작은 거 두 개, 문어 볶음이 하나 나왔다. 또르띠야는 한참 뒤에야 나왔다. 태평양 건널 때까지 새우 생각이 안나게 먹었다.

콜로체(Coloche)

분위기 전환을 위해 파스타도 먹으러 갔다. 아시아 음식으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파스타와 샐러드, 와인을 겻들였다. 간만에 식당에서 차분함을 느꼈다. 근처에 멕시코 와인을 파는 곳이 있어서 한 병 사서 숙소에서도 마셨다.


롤과 스시_아시아리코(Asiatico)

여편님이 초밥이든 김밥이든 안 먹으면 죽겠다고 해서 집 근처의 요이 스시를 발견했다. 심지어 1+1 행사라 하나 가격에 롤 두개를 샀다. 이건 김밥도 롤도 아닌 것이 한 줄에 밥 네 공기는 들어갔을 정도로 꾹꾹 눌러쌌다. 이렇게 사단이 난데에는 사연이 있다. 산크리스토발엔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아시아 음식도 괜찮은 곳이 많다. 첫날 찾아간 태국 식당은 휴가 중, 그래서 찾아간 아시아리코도 휴가 중이었다. 우리가 떠나기 전 마침내 아시아리코가 문을 열었다.

사장이자 쉐프님은 한국 분이셨다. 롤을 말아주셨는데 우리가 상상한 그 맛, 아니 일본에서 먹은 것 다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아보카도 롤에는 아보카도가 잔뜩, 새우롤에는 새우가 잔뜩 멕시코 식재료와 그의 솜씨가 환상적인 조화였다. 점심부터 롤 두 개에 볶음밥 하나를 먹고 말았다. 지진 때문에 휴가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셨다고 한다. 대신 전설의 과테말라 럼과 근처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아시아 식당을 또 추천해주셨다.


추천해주신 식당을 찾아갔다. 라멘 말고도 팟타이 쌀국수 등의 메뉴를 팔았다. 라멘을 먹었다. 면을 직접 뽑는 곳이라고 했다. 두부 디져트도 줬다. 두부도 직접 만든다고 했다. 맛있었다. 또 먹고 싶었다. 아쉽게도 월, 화를 쉰다고 했다.


(사생활 등을 생각하여 쓸까말까 했으나, 테디 빼고 산크리스토발 여행기를 쓰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았다.)

Teddy’s Coffee Factory_https://www.facebook.com/Teddys-Coffee-Factory-743368225792028/

태국 식당에 아시아리코까지 휴가라고 절망하던 차, 바로 옆에 꼬미다 꼬레아(한국음식, Comida Corea)가 보였다. 그런데 식당 이름은 테디 커피다. 다음날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한국음식을 팔긴 파는 듯하다. 돌진하는 여편님을 막을 수 없었다. (난 귀국이 코앞인데 또르띠야 한 장이라도 더 먹어야 했다.) 어리버리한 직원을 제치고 사장님이 우리를 맞아주셨다. 김치도 더 주셨다. 비빔밥과 라면을 시켰다. 맛있게 먹었다. 원래 카페 가서 커피를 마시려다가 라면의 열기를 바로 지우기 위해 커피를 시켰다.

프렌치 프레스로 바로 진하게 내려서 고풍스러운 잔에 담아줬다. 일반 식당의 커피 맛이 아니었다. 여운을 즐기고 커피 맛있다고 하니, 사실 남편 분이 근처에서 커피 공장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식당 이름이 테디의 커피 공장인 것이다. 콜롬비아에서부터 커피에 빠져서 귀국길에 생두를 좀 가져가볼까 한다고 하니,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일반 카페나 커피 볶는 집에서도 생두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며칠 뒤 아침에 가게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사장님과 테디, 푸른 눈의 개 블루까지 차를 타고 공장으로 갔다. 공장은 시내에서 살짝 외곽에 있었다. 간단히 공장 구경을 하고, 직원이 커피를 한 잔 내려주었다. 콜롬비아 커피였는데 역시 품격있었다. 치아파스 커피는 멕시코 내에선 최고로 꼽히지만 세계적으론 그리 유명세를 타지 못한다. 실상 유명한 과테말라 안티구아와 같은 산맥이라 품질이 더 좋은 경우도 많고, 가격은 저렴해서 이걸 사다가 과테말라 커피라고 속여서 파는 업자들도 있다고 했다. 와하카에서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테디의 커피 설명에 부지런히 아는 척을 할 수 있었다.

생두를 부탁드리니 Caracolillo(피베리라고 알려진 커피 체리 하나에 생두가 하나만 들어간 커피), SHG Organico(치아파스 유기농 커피는 유기농 커피 중에선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Marago Blend(Elephant, 코끼리 원두라고도 불리는데, 크기가 크다는 거지, 코끼리똥 커피는 아니다.)를 조금씩 골라주셨다. (말도 안되는 가격만 받으셨다.)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또 식당에 가서 치킨을 먹었다. 먹고 나서 테디, 사장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훈훈한 시간이었다. 떠나기 전 다 읽은 책 한 권을 드렸는데 또 원두를 500그램이나 주셨다. (이것도 더 사올걸 후회할 정도로 볶은지 한달이 지나도 맛있었다.)


카라히요 카페(Carajillo Café)_http://carajillo.mx

테디 커피를 만나기 전 과달루페 거리의 많은 카페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다. 한쪽엔 카페가 있고, 다른쪽엔 토스타도르(TOSTADOR, 로스터)도 있다. 여기 토스타도에서도 생두를 판다고 했지만 볶은 원두랑 같은 가격을 받는다고 했다. 우선 San Pedro 원두를 사서 숙소에서 내려 마셨다. 신기하게도 좀 식으면 아몬드즙 같은 고소함과 든든함이 밀려왔다. 카페에선 TYC라는 이름의 블랜딩 커피를 팔았다. 블랜딩인데도 여러가지 오묘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떠나기 전 토스타도에서 TYC와 부르봉(BOURBON Y CATURRA) 원두를 샀다. (170페소) 둘다 훌륭했다. 인기가 많아 토스타도에서 볶은지 하루 이틀 밖에 안된 여러 종류의 원두를 구입할 수 있다.

멕시코 커피의 성지답게 블루커피 등등 좋은 카페와 토스타도가 많지만 테디와 카라히요 커피 마시기에도 바빴다.

하지만 얼마전 산크리스토발에도 스타벅스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속상했다. 연대와 투쟁의 치아파스 인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라 성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열발자국만 걸어가면 풍미도 신선도도 최고인 커피들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즐비한 곳, 산크리스토발라스카사스 다.


Cacao Nativa

치아파스 카카오 체인점이다. 과달루페 거리 초입에 있는 곳을 애용했다. 분위기도 쾌적하고, 핫쵸코도 진하기별로, 우유 있이 없이 가능했다. 오후 5시쯤 살짝 추워질 때 저녁의 열기를 고조시키기 딱이었다. 시장에서 카카오 구할 길이 없어 여기서 파는 100% 카카오 500그램(230페소)을 사왔다. 와하카에서 산 것만큼 신선하지 않았다.



Mercado de Artesanias de Santo Domingo

광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만나는 시장이다. 그간 수 많은 공예품 시장을 가봤지만, 관광객 대상으로 한 시장 중에 최고다. 워킹 투어로 간 이후 근처를 지날 때마다 종종 들렀다. 보면 볼수록 집집마다 다른 특색이 보인다. 와하카처럼 여기도 주변 마을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대부분의 공예품들은 하나하나 마을에서 직접 만들어 온 것이다. 호박같은 보석도 판다. 주위엔 박물관과 성당도 있는데 지진 우려로 운영하지 않았다. 고심고심 고심 끝에 새와 꽃이 수 놓아진 쿠션 커버 2450페소, 식탁용 깔개 4600페소, 유니콘/투칸/돼지/다람쥐 인형 250페소, 개량한복 느낌의 티셔츠 150페소, 뽐뽐과 카메라 넣을 손가방 등 225페소를 썼다. 모두 충실히 거실과 식탁을 장식하고 있다. 마침 집중 쇼핑의 날이 주말이라 적당히 지를 수 있었다.


Mercado Jose Castillo Telemans_1005

산토도밍고 시장 위로 가면 가까운 일반 시장이 있다. 겉으로 보기보다 들어가보면 시장 규모가 크다. 각종 과일, 야채, 고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것을 판다. 우린 요리수업에 봐둔 살사의 재료들을 찾았다. 이왕이면 씨로 구입해서 한국에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토종 씨앗은 없었다. 대부분의 고추 씨앗은 이미 거대 종자회사들에서 파는 것이었다. 역시 수확해도 거기서 다시 씨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사봤다. 돌아다니면 닭과 칠면조들이 진을 치고 있다. 어떤 아주망들은 닭을 거꾸로 해서 닭다리를 잡고 있었고 닭은 꼼짝않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외곽 마을에서 손으로, 자전거로, 차로 데리고 온 아이들이다. 나오는 길에 보부상에게 또르띠야 누르는 도구 35페소, 나무 주걱을 5페소 주고 샀다. 가게의 반값이다.

시장 외곽에는 여러 마트가 있다. 마트에 들어가서 우리가 사랑한 Sanissimo 옥수수 비스켓을 샀다. 귀국길 공항에서 간식으로 먹고, 한국 와서 엄마들 맛보여드렸더니 당장 다 내놓으라고 했다.


Merpo Sur_1007

와하카 식탁 깔개와 법랑컵과 그릇에 대한 미련이 남아 더 일상적인 걸 찾고자 큰 시장으로 갔다. 콜렉티보를 타고 갈 수 있다. 아빠 일 도우러 나왔는지 차장 어린이의 눈빛에 책임감이 초롱초롱했다. 시장이 끝도 없이 이어진 곳이었다. 정말 다양한 것을 팔았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우리 기준, 시골에서 책가방, 나일롱 츄리닝 등을 사러 오는 느낌이다.) 청과물 시장에 가면 진짜 어마어마한 양의 토마토와 바나나를 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나름 재밌는 곳이다. 간식으로 망고와 옥수수를 사먹었다.


Mercado de Dulces y Artesanias Ambar_1007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산토도밍고 시장과 큰 차별점이 없다. 실내에 좀 더 쾌적하게 정리했다는 정돈데 눈에 띄는 물건은 없었다.




네미 사파타(NEMI ZAPATA)_http://www.nemizapata.com/

워킹투어 때 들른 곳이다. 사파티스타와 관련된 굿즈를 판다. 특히 칠레 화가 BEATRIZ AURORA가 아기자기한 그림톤으로 그린 그림들을 자석, 엽서, 포스터의 형식으로 파는 게 매력이다. 세계평화 등의 메세지가 멕시코의 토속적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있다. 자주 들르며 자석, 엽서 포스터 등 300페소 어치를 샀다.

과달루페 거리에도 사파티스타 굿즈를 파는 곳들이 몇 개 있다. 그 중 여성 사파티스타 굿즈 가게에서 여편님은 붉은 에코백을 하나 샀다. SIN MUJER NO HAY REVOLUCION, 여성 없이 혁명없다. 자본주의는 마초라고 했으므로 맞는 말이다.


엽서 쓰기

시내 가게에서 파는 엽서들은 별로 시원치 않았다. 다행히 네미 사파타에서 좋은 엽서를 대량 발굴했다. 엽서 하나 보내겠다고 해놓고 미루던 곳들에 일괄 배송했다. (모두 다 한달 남짓, 우리보다 늦게 잘 도착했다. 엽서 배송비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서점_Librería Chilam Balam & Abuelita Books

시내에도 여러 서점이 있다. 광장 바로 윗쪽에는 Librería Chilam Balam가 있는데 일반 서점이면서도 멕시코, 치아파스 관련된 서적도 많이 비치되어 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 중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걸 기념으로 샀다. 350페소. 대신 네루다의 시집은 헌책방 Abuelita Books에서 샀다. 오 년 전에도 여기서 쿠바 가이드북을 샀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주인이 치아파스 시집이라며 엄청 낡은 종이 덩어리를 줬다. 나중에 길거리의 다른 서점에도 마구 비치된 걸로 보아 숙소에 기증하고 왔다. 그 외에 아기자기한 서점이 또 있었다. 프리다 그림책을 사오는 걸 깜빡했다.


그 외 길거리 상점들에서 과테말라 럼(ZACAPA RUM, 정가 1000페소, 멕시코시티 공항 면세점에서 30% 할인에 1+1 할인 중이었다. ) 아디다스 모양의 또르띠야 티셔츠 2360페소, 집 근처 가게에서 범낭컵 4, 각질 제거용 천연 목욕솔 4개 등을 샀다. 동주전자, 동후라이팬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동후라이팬이 로스팅에 그렇게 좋다는데 아쉽다.



정신없이 쇼핑을 하고, 떠나기 전날 짐을 쌌다. 대략 한 시간이 걸렸다. 호스트에게 내일 공항 가는 셔틀이 새벽 5시로 당겨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산 크리스토발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어 곧 도로가 통제될 예정이라고 한다. 더 알아볼 사이도 없이 인터넷이 안됐다. 약간의 불안감 속에 일찍 잠이 들었다. 다행히 셔틀은 5시에 집 앞으로 왔고, 질풍같이 툭스틀라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체크인까진 한참 시간이 남았다모던한 공항을 배경으로 꼬깃꼬깃 비닐에 싸온 아보카도와 파파야, 바나나를 실컷 먹었다. 나도 여편님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일기장은 1011일부터 하얗다.



부록_영화_다니엘 블레이크

귀국 동기부여를 위해 봤다. 빡침이 끊임없이 빡치는 세상이다.


부록_도서_마르코스_21세기 게릴라의 전설_베르트랑 데 라 그랑쥬_박정훈_휴머니스트

콜롬비아에서 읽었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부사령관 마르코스에 대한 이야기다. 다소 비판적으로 마르코스와 사파티스타 운동을 다뤘다. 지금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http://enlacezapatista.ezln.org.mx/


부록_도서_비아캄페시나_세계화에 맞서는 소농의 힘

중남미를 중심으로 전개된 농민운동 이야기다. 사람보다는 단체와 관련된 이야기라 생각보다 흥미가 덜했다.

https://viacampesina.org/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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