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전주, 맛의 보고다. 멕시코시티에서 맛에 눈을 뜬 우리는 주저없이 와하카로 향했다. 가는 길은 평탄했다. 버스는 안락했다. 오랜만에 보는 뻥 뚫린 교외의 풍경이다. 유명한 푸에블라 화산을 봤다. (며칠 뒤에 터진다.) 와하카 터미널에 도착했다.


와하카(Oaxaca de Juarez)_0918_0930

와하카 주의 주도이다. 그런데 그냥 와하카, 와하카시티로도 많이 불린다. 버스도 와하카 가는 버스는 와하카데후아레즈로 간다. 가운데 네모난 올드타운 구역이 있고, 그 구역 너머에 월마트를 포함한 마트들, 우리가 머물렀던 약간 부촌 등이 있다. 멕시코 전역은 물론, 와하카 주 내의 다른 마을로 가는 교통편이 많다. ADO 버스 터미널도 시내에 있어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숙박_까사 기기_한채_2

귀국도 확정된 마당에 숙소에 돈 아낄 이유가 없었다. 중심가는 아니지만 침실과 거실, 부엌으로 구성된 집을 공기방울로 빌렸다. 방 한 두개 빌려주는 곳은 아니었다. 정원을 중심으로 대문쪽은 주인집이 쓰고, 안쪽 1,2층의 여러 방을 빌려주는 모양이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에 다른 게스트는 없었다.) 연락한 기기 말고도 부모님이 운영을 돕는다. 정원도 예쁘고, 고양이도 몇 마리 돌아다니고, 주인 가족도 잘 챙겨주고, 집도 이층이라 밝고 조망이 좋았다.

집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은 창문으로 비치는 정원을 바라보며, 밀린 여행기를 쓰는 일이었다. 여편님이 실컷 주무신 덕분에 콜롬비아, 쿠바의 여행기를 여기서 쓱싹 썼다. 도착 다음날 큰 지진은 느끼지 못했고, 토요일 아침에 지진이 나는 바람에 여편님을 깨워 마당에 모여 진동을 느꼈다. TV가 있어 뉴스도 보고,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봤다. 책도 부지런히 읽었다. 아침에 문 열어 놓고, 거실 테이블에 앉으면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새소리 운치가 장난아니다.

아침은 주로 주변의 빵집에서 구입한 빵이나 시장의 또르띠야, 포장해서 파는 과일(시장이나 집 앞, 망고, 파파야, 파인애플 등)과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를 먹었다. 점심은 외식을 하고 저녁은 대부분 숙소에서 만들어 먹었다. 멕시코시티에서 먹어본 호박꽃 퀘사디야도 만들어보고, 새우화지타도 만들어 먹고, 바질 패스토로 파스타도 먹고, 버섯을 듬뿍 넣은 알람브라도 시도했고, 시장에서 파는 와하카 소세지(멕시칸 분홍색인데 맛이 없다.)도 볶아봤다. 제육볶음, 된장찌개, 짬뽕 등도 만들어 먹었다. 가장 빛이나는 식재료는 쭉쭉 늘어나는 와하카치즈(Queso Oaxaqueño)와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었다.


교통_시내/시외 버스

숙소에 머문 시간이 많았지만 나름 부지런히 시내를 왔다갔다했다. 보통 시내를 갈땐 걸어갔다가 안쪽 깊숙이 들어가버리면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물어물어 버스 타는 곳을 찾아냈고, 여편님은 능숙하게 병원이나 Inegi로 가는 걸 잡아탔다. 요금도 저렴하다.

교외로 나갈 때(Teotitlán del Valle 갈 때 딱 한 번 탔다.)는 야구장(Estadio Eduardo Vasconcelos)에서 그쪽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그간 남미에서 탔던 목적지만 덕지덕지 붙어있던 시골 시외버스(콜렉티보 ㅂㄷㅂㄷ)를 생각하면 매우 쾌적하고, 겉에 페인트칠도 체계적으로 되어있다.

주변_Reforma_Plaza Parque

우리 숙소 주변을 보통 레포르마(Reforma, 리폼? 재개발?)라고 불렀다. 숙소에서 은행과 슈퍼있는 쪽으로 가니 떡하니 신생 쇼핑몰이 있었다. 별다방, 나잌, 사과가게 등이 있다. 안에 대형마트는 없다. 와하카가 장기체류의 명소로 부상하면서 부자들이 많이 생겼나? 사람들이 많다. 굳이 여기서 밥을 먹고 싶진 않았다. 종종 둘러보기만 했다.나름 부촌인 것 같아 은행과 서점도 있고, 맛있는 식당도 많았다. 집 옆엔 와하카 것을 비롯해 각종 수제맥주를 파는 곳도 있었다. 한 번 먹었다. 맛은 있었으나 매우 비쌌다. 일반 맥주만 파는 점방도 있어서 자주 애용했다. 여편님의 감기 기운도 말끔히 나아서 코로나를 실컷 마셨다.


시장_Mercado Hidalgo

숙소에서 가까운 시장이다. 크진 않아도 갖출 건 다 갖췄다. 신선한 야채과일 가게를 주로 이용했다. 주인이랑 눈이 익어서 얘기도 하고, 버섯도 추천받는 사이가 되었다. 스페인어 잘 한다고 칭찬받았다. 정육점에 고기 사니까 앞에 아줌마가 김치 안다고 했다. 입구에선 또르띠야와 살사를 파는 아줌마가 둘이 있다. 한 아줌마가 장사를 잘한다. 또르띠야와 살사를 사다두니 아침에도 저녁에도 먹기 편했다. 식당가에선 먹어보지 않았다. 앞에서 가끔 길거리 음식을 판다. 또르띠야 안에 밥이 있고, 거기에 양념을 끼얹은 김떡순 같은 조합을 줬다. 둘다 하나씩 먹었다가 배불렀다.


슈퍼_CHEDRAUI, BODEGA, SORIANA

근처 슈퍼가 시원치 않아 대형마트를 찾았다. 거리가 좀 멀어서 삼사일에 한번씩 갔다. 체드라우이가 수입식품 코너가 잘 되어 있어서 애용했다. 나초도 5가지 넘게 팔아서 멕시코 마트는 재미가 있다. (시식도 가능하다.) 해산물도 여기가 더 싱싱했다. BODEGASORIANA가 집에서 더 가까웠지만 수입코너가 부실해서 잘 안갔다.


주변_식당

첫날 저녁엔 근처 슈퍼도 시원치 않고, 어두워지니 식당도 잘 안보였다. 진성갈비 느낌이 나는 곳에서 간단히 소고기 구이와 국을 먹었다(이렇게만 시켜도 배터진다.). 점심 먹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근처 식당 가면 수프와, 고기까지 푸짐하게 저렴하게 줬다.

이 동네 길거리 음식 중에 가장 매력적인 것은 소머리타코였다. 머리고기 삶은 걸, 또르띠야에 듬뿍, 간결하게 내줬다. 꿀맛이라 두 번 먹었다. 그리고 와하카에서 먹은 음식, 아니 멕시코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건, 시외버스 타러 가다 발견한 따끼또(TAQUITO)집이다. 간판도 없이 아침, 점심 장사를 하는 집인데 입구에서 아줌마가 가열된 은색 판에 또르띠야를 반죽해서 굽고 있다. 다양한 속재료들이 있어서 하나 당 10페소씩인 따끼또는 타코보다 좀 더 묵직하다. 제육볶음이나 노빨볶음 등이 핵맛이다. 거기에 음료수도 서비스로 준다. 오이로도 음료를 만든다.


Saludable

근처에 있는 깔끔한 식당이다. 브런치 메뉴를 파는데 충격적으로 양이 적었다. (멕시코 기준) 나름 건강을 생각한 집이다.


Taqueria Flamita Mixe

병원 앞에 있는 식당이다. 병원 직원, 학생들이 단체로 찾는다. 알람브라와 바베큐를 시켰다. 진짜 푸짐하고, 살사도 여러가지로 맛있다. 학교 앞 사랑분식느낌이다.


Marisquería Don Ramón

집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해산물식당이다. 밀또르띠야인게 아쉽지만 (다 깊은 뜻이 있겠지) 새우타코는 푸짐하고 맛깔난다. 다른 요리도 맛있어서 점심부터 북적인다.


Caldos Los Cuchos

계속 지나치다가 마지막날 고심 끝에 들어간 집이다. 이름대로 깔도(수프)가 메인인 곳이다. 규모가 크고, 사람도 많다. (전주국밥?) 그간 일반 식당에서 먹은 수프는 대부분 그냥그랬다. 역시 국밥은 국밥집에서 먹어야 했다. 멕시코 국밥은 또 다양한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산크리스토발에서 국밥을 애용하는 디딤돌이 됐다.


이제 시내 이야기다.


시내_관광정보센터(Secretaria de Turismo)_0921_http://www.oaxaca.travel/index.php/en/

도착 다음날 시내로 가서 와하카에서 할 관광정보를 뒤졌다. 가장 열정있던 요리수업을 알아봤다. 유명한 Casa de los sabores, Season of my heart를 가봤다. 모두 가격이 비쌌다(1500페소?). 우리 같은 배낭여행객을 타겟으로 하는 수업이 아닌 것 같다. (우린 단체 맛원정대가 아니다.) 주변에 천연염색 하는 곳이나, 시골 또르띠야 만드는 곳, 메스칼 공장 투어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를 세밀하게 보는 투어는 별로 없었다. 하루에 몽땅 거기에 유적 몇 개(돌덩이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까지 다 둘러본다고 했다.

다음날 허탈한 마음으로 시내를 가다가 여편님이 관광정보센터에 가보자고 했다. 앞에 사람들이 진득하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리 차례가 왔다. 직원이 우리의 고민을 정확히 이해했다. 우선 버스를 타고 Teotitlán del Valle에 가면 직물 작업하는 곳과 메스칼 공장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직접 전화해서 담당자에게 예약도 해주었다. 다녀와서 또 오면 저렴하게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곳도 주선해주겠다고 했다. (결국 요리수업은 하지 않았다.) 이땐 열정이 넘쳐서 주변의 관광안내 책자도 다 가져왔다. (결국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Teotitlán del Valle_0921

시내 더 들어가기 전에 Teotitlán del Valle 다녀온 얘기부터 하겠다. 야구장 앞은 번잡했다. 그쪽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버스는 우리를 마을 진입로 앞에 내려줬다. 여기서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다. 나무 아래 택시가 있었다. Arte y Tradicion으로 가자고 했다. (택시 탈 필요도 없이 가까운 곳이었다.) 마을 안이 아니라 한참 밖에 나와있는 곳이었다. (단체 관광객을 겨냥한 위치인 것 같다.) 결국 마을 구경은 하지 못했다.


Arte y Tradicion

미리 연락받은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맞아줬다. 천연 염색에 대해 설명해줬다. 염색을 위해서는 각종 천연재료가 활용되었다. (나뭇잎, , 꽃 등) 화학적 조합과는 달리 매우 보드라운 색감이었다. 실재로 색깔 입히는 과정을 보여줬다. 양털은 호주에서 수입한다고 했다. 멕시코 양털은 질이 안 좋단다. 작업장을 둘러봤다. 젊은 친구들부터 나이 많은 아저씨까지 열일하고 있었다. 커다란 배틀로 작업하는 아저씨는 장인 냄새가 펄펄 풍겼다.

따로 관람료는 없고, 작품을 보여주고 파는 식이다. 천연+수제라 시장이나 길에서 파는 거랑은 퀄리티가 다르다. 여긴 물고기, , 꽃 문양이 많아서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좀 사이즈가 되겠다 싶은 건 다 몇 천 페소였다. 얼굴만한 물고기 문양을 두 개 샀다. (개당 300페소)

관광안내소 직원의 주문대로 아저씨가 우리를 택시 탔던 마을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


Fabrica_Don Agave

큰 길 주변엔 메스칼 공장이 여러 개 있었다. 추천 받은 돈 아가베 간판이 보였다. 직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연락하고 온 건 모르는 것 같다. 곤잘레스 느낌으로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남자다.) 한국에선 데킬라가 더 유명하지만 데킬라는 데킬라(Tequila)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메스칼의 한 종류다. 전체 메스칼 중엔 와하카 메스칼이 가장 품질이 좋다고 한다. 당연히 종류도 많다.

먼저 밭을 보여줬다. 메스칼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용설란(agave, 선인장류)이 사용되었다. 우리보다 훨씬 크다.

(재배도 하지만 야생 아가베를 사용하기도 하고 이게 더 맛과 향이 좋다. 뿌리를 사용해 술을 만든다. By 여편님) 뿌리를 불에 구웠다가 찧는다. 다큐에서 봤던 말로 돌 돌려서 용설란 찧는 건 안보여줬다. (시기가 아니다.) 그런 다음 큰 통에 담는다. 어떤 건 벌레(Gusano)를 함께 담그기도 한다. 의외로 맛이 있다고 한다.

다음은 시음시간, 대략 4~5가지를 시음했다. 어떤 건 아예 야생 아가베로 담근 것도 있다. 코요테란 놈은 향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작은 병도 천 페소를 넘기도 했다. 좀 싼 건 없냐고 하니, 1리터에 300페소짜리 댓병 메스칼도 보여줬다. 마셨다. 역시 비싼 거랑 맛이 달랐다. 그럼 마가리타는? 더 싼 걸로 만든다고 했다. 더 맛없었다. 취기가 많이 올랐다. (7,8가지 조금씩 마신 걸 생각하면 두 잔은 넘어섰다. 가지러 가는 사이 여편님이랑 맛있는 걸 한잔씩 더 따라 마셨다.) 코요테 작은 놈을 650페소 주고 샀다. 집까지 고이 모셔왔다. 아직도 개봉 안했다.


관광공사 직원은 꼭 여기서 점심을 먹으라고 했다. 안 그래도 시음한 식당이 마당 한 가운데, 탁 트여서 분위기가 좋았다. 몰레를 추천했지만 전날 먹어서, 따꼬와 칠레데예노를 먹었다. 첼레데예노도 감칠나게 맛있었지만, 충격은 따꼬, 전설의 메뚜기(Chapulines) 따꼬 다. 시장통에도 엄청 많은데 거기선 차마 못먹고 여기서 먹었다. 고소하고, 바삭하고, 매운양념을 한 메뚜기는 또르띠야와 살사를 더하니 꿀떡 넘어갔다. 맛있는 맛이다. 또 배터지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진짜 시내 이야기다.


광장_산토도밍고_Plaza Santo domingo

숙소가 있는 북쪽에서 중심 큰 길을 건너 들어가면, 말 그대로 다른 세상 올드타운이 된다. 사람도 훨씬 많다. 커다란 공원에 분수가 있고, 금요일, 토요일이 되면 여러 먹거리를 파는 장터가 선다. 더 들어가면 산토도밍고 성당과 이걸 둘러싼 식물원(Jardin Botanico)가 있다. 성당 앞 광장에선 나무 아래 앉아서 밥도 먹고, 사진도 찍는다. 성인식 이런 문화가 있어서 여자 애들이 남동생 여럿까지 대동해서 드레스 입고 화려한 촬영을 한다. 골목골목 건물 색깔들이 다양해서 날씨가 좋으면 파란 하늘과 색색이 조화를 이룬다. 괜히 와하카 로고가 형형색색이 아니다. 관광 중심지답게 우편 박물관(Museo de la Filatelia Oaxaca)도 있고, 여러 메스칼을 모아서 판매하는 곳도 있다.


식당_La Olla_0919

유명한 식당이다. 파울라가 우리를 위해 친구들에게 와하카 명소 추천도 받아줬는데 포함되어 있었다. 점심 메뉴는 비교적 저렴했다. 여편님은 몰레 네그로(Mole Negreo)를 난 버섯리조또를 시켰다. 큰 쟁반에 샐러드부터 깔끔하게 나왔다. 리조또도 맛있었다. 몰레(Mole가 멕시코 말로 전통적인 살사를 뜻한다. 과카몰레도 살사의 한 종류인 것이다.) 네그로(카카오는 검다.)는 카카오와 각종 양념을 더해 졸인 와하카 특유의 살사다. 밥과 닭고기에 이 살사를 얹어준다. 살사로는 안어울릴 것 같지만 제법 맛있다. (잘 하는 식당에서 먹어야 한다. 잘못 먹고 탈난 사람도 있다.) 짜장에 밥 얹어 먹는 느낌도 난다. 자주 당기는 맛은 아니었다.

유명한 Casa de los Sabores 요리 수업도 같이 운영하는 곳이다. 주인인 Pilar Cabrera가 유명 요리사다. 요리 수업이 비싸서 대신 식당에서 파는 요리책을 샀다. (영어책이다. 가까운 미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배워가나 보다. 요리 수업 들어도 요리책은 따로 판단다.)


정원_Jardin Botanico_0930

성당 뒤의 성벽 안에 식물원이 있다. 미루고 미루다 밤버스 타고 떠나는 날 가게 됐다. 금요일 오후에 가니 오늘 관람은 끝났다고 한다. 내일 오란다. 정해진 관람 시간에 가이드를 동반해서만 볼 수 있다. 토요일이라 오전 10시에 관람이 있었다. 사무실에 입장료를 내니, 모자도 빌려준다. 모기약도 뿌리라고 준다. 가이드가 온다. 와하카 지역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을 보여준다. 와하카는 멕시코 내에서 생명 다양성이 으뜸인 곳이다. 대략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다. 역시 놀라운 건 선인장이다. 나문지 뭔지 분간 안가는 것들도 있다. 쭉쭉 뻗은 선인장 숲도 있다. 신기한 세상이다.


건축물과 문화센터_Arquitos de Xochimilco_Instituto oaxaqueño de las artesanías_0922

여편님이 오늘은 문화센터와 건축물을 보러 간다고 했다. 따라갔다. (늘 그런다.) 우선 고대 건축물을 본다고 했다. 오래됐다. 근처에 문화센터 같은 곳이 있다. 와하카 지역의 다양한 공예품들을 팔고 있다. 간단하게 투칸 열쇠고리 하나 샀다.


광장_플라자 단자_Plaza de danza_0923

관광정보센터에 토요일 아침 세계 춤 공연이 있다고 했다. 주말 귀찮음을 뿌리치고 부지런히 갔다. , 며칠 전 지진의 여파인지 아무도 없다. 주변은 여러 Soledad 광장, 건물이 많다. 어디서나 고독한 기운이 흐르는 멕시코다. 장례행렬도 지나간다. 음악이 구슬프다.



광장_소칼로(Zocalo)

산토도밍고를 지나 더 중심부로 들어가면 소칼로 광장이다. 여긴 분위기가 더 다르다. 진정한 중심가다. 주변 카페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가운데엔 지진 피해 모금을 하는 사람들, 무슨 일인지 텐트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이 있다. 한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시장통이 시작된다.

공예품 매장이 있었다. 길에서 파는 것보다 약간 더 깔끔한 것들을 모아서 판다. 도매상 같은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여기서 식탁용 짚깔개를 샀어야 했다. 와하카에서 쓰는 나무로된 둥그런 거랑 치아파스에서 쓰는 거랑은 또 달랐다. 끝까지 구하지 못했다.

한쪽엔 대형 새우집이 있었다. 지나기만해도 엄청난 새우튀김의 열기가 쏟아진다. 시장통 오면 한 번씩은 들르고 가는 곳인 것 같다. 못 먹어서 아쉽다.


시장통 안에 별도 건물로된 시장이 여러 개 있다.

시장_Mercado 20 de Noviembre

먹거리 시장이다. 몰레 네그로, Tlayuda 같은 와하카 음식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안쪽엔 고기 골목이 있다. 대략 20~30개의 고기집들이 소세지, 곱창,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한국 수산시장 회센터처럼 식당에 살사와 야채, 음료(콜라나 맥주) 값을 내고, 고기집에서 고기를 사오는 식이다. 또르띠야는? 아줌마들이 지나가면서 판다. 고기 진짜 맛있다. 곱창도 기름기 쏙 빠지게 잘 굽는다. 다시 한 번 멕시코에선 고생해서 고기 사다 구울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낀다. 토요일 점심부터 또 배가 터졌다.


시장_Mercado Benito Juarez

일반 시장이다. 위 아래 두 시장을 섞어 놓은 느낌이다. 메뚜기, 벌레부터 가지가지 재밌는 것들이 많다. 와하카 지역별 다양한 의상을 볼 수 있다. (꽃 수를 놓았는데 동네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프리다가 여기서 장을 보고 의상실을 꾸몄을 것 같다. 여편님은 원피스까지 입어보다가 가벼운 티만 샀다.


시장_Mercado Artesanal

전통 의상, 공예품 등을 파는 곳이다. 위 두 시장에 비해 다소 활기가 떨어진다.


메스칼_Mezcal_El famoso

시장통에 종종 보이는 메스칼집이다. (공장은 Teotitlán del Valle 돈 아가베 옆에 있었다.) 메스칼 투어 가기 전에 이미 여기서 한 병을 샀다. 구사노 들어간 것 부터 기본적인 몇 가지가 있다. 와하카에 머물면서 종종 마셨다. 메스칼 마시다 목 마르면 맥주를 마시라고 배웠다.

카카오_Chocolate Mayordomo

여기도 시장통 주변에 여러 매장이 있는 곳이다. (터미널에도 매장이 있다.) 와하카의 대표 카카오 판매 브랜드이다. 통 카카오부터 잘개 쪼갠 것, 으깬 것, 초콜렛, 몰레 네그로(여기 사람들에게 카카오는 디저트가 아니라 식재료다.) 등을 판다. 와하카 떠나기 전에 여기서 카카오 닙스 1킬로를 샀다. 한국도 카카오 닙스가 유행이라 다들 먹고 있었다. 비교가 안됐다. 현지 시장에서 바로 구매한 것이라 그런지 향미와 풍미, 신선도가 압도적이었다. (치아파스 산크리스토발에서 사온 카카오보다도 질이 훨씬 좋았다.) 홈쇼핑에서 페루산 카카오 닙스를 드시던 모 어머님은 이거 불러먹을 방법 없냐고 하셨다. 다른 카카오 닙스는 줘도 안 드시던 아버님도 탈탈 털어 드시고 계신다.


멕시코 내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커피가 재배되는 곳이다. (치아파스 바로 옆이니까)

브런치_Boulenc

원래는 근처 타코집을 가려했으나 닫아서 브런치를 먹었다. 유명한 곳이라 사람이 많다. 치즈 진하게 올려주는 바게트빵이 맛있다. (물론 살사랑 같이 준다.)


카페_Café La Antigua Gourmet

La olla 근처라 들어간 카페, 유명로스터나 커피 체인점은 아니지만 야외 실내 모두 밝고 쾌적하고, 차분했다. 핫초코가 진해서 머무는 동안 애용했다.


카페_Café Brujula_서점_porrua

와하카 시내에 몇몇 지점을 갖고 있는 와하카 커피가게다. 시내에 있는 곳은 오래된 건물에 정원도 있어서 쾌적하다. 숙소 근처에도 매장이 하나 있었다. 여기 기념 티셔츠는 프리다 칼로 케릭터라서 여편님이 하나 샀다. (프로 중남미 커피집 티셔츠 수집가) 시내 매장 옆에는 Porrua라는 멕시코 유명 서점 매장도 붙어 있다. 특히 여기엔 와하카와 멕시코 음악을 많이 소개해뒀다. 릴라 다운스(Lila Downs) la cantina (술집) 씨디를 하나 샀다.


카페_Café Blason

거의 전국적인 체인이라 매장이 매우 깔끔하다. 와하카는 물론 베라크루즈 등 멕시코 각지의 원두로 커피를 내린다. 오래 작업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쪽은 어두워서 책 읽고 싶은 우리 취향은 아니었다. 쇼파가 매우 편하긴 했다.


카페_Café Nuevo Mundo

와하카 커피를 내건 집이다. 위 커피들과 다르게 매장에서 로스팅하고 바로 판다. (로스팅 정도도 고를 수 있고, 갈아달라면 바로 갈아준다.) 분위기는 좀 로컬했다. 여기서 산 원두로 숙소에서 모닝커피를 만끽했다.


집 없음_0930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했다. 바로 손님이 들어오기로 해서 10시에 방을 뺐다. 그래도 아래 빈방에 짐을 두고, 화장실도 맘편히 쓰라고 했다. 그래도 이미 우리 방은 없고, 낮에 이런 저런 걸하며 시간을 떼워도 시간이 남았다. 하루라도 집이 없는 건 서러운 일이다. 남미 대륙으로 넘어와 수도 없이 밤 버스를 탔지만, 과야킬 습격사건 이후로 거의 백일만에 타는 밤버스였다. 버스야 타면 졸다깨다 바쁜데 정작 힘든 건 버스 타기 전까지의 허전함이다. 오랜만에 타도 밤버스는 잠이 잘왔다. 새벽 치아파스 주도인 툭스틀라를 지나 산크리스토발로 꼬불꼬불 올라가다보니 잠이 다 깼다.


죽음의 날_Dia de Muerto_1102

9월 독립기념일과 함께 멕시코 최대의 축제날은 112일 죽음의 날이다. (할로윈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귀국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와하카에서 푹 머물면서 죽음의 날을 보내려고 했다. 축제는 멕시코 전역에서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와하카 축제가 가장 성대하다고 했다. 나중에 멕시코를 또 여행한다면 꼭 11월에, 와하카를 다시 찾을 것이다.


음악_릴라 다운스(Lila Downs)

지난 회에 언급한 영화 프리다에도 등장한다. 와하카 출신의 가수다. 멕시코 음악하면 산타나, 라쿠카라차 정도만 알았는데 멕시코시티에서 알게됐다. 파울라도 이 언니를 적극 추천해줬다. 와하카에서 열심히 듣다보니 CD(앨범: La cantina: Entre copa y copa...)를 살 정도로 팬이됐다. 와하카 원주민 출신 엄마와 스코틀랜드 아빠 사이에서 자랐고, 메르세데스 소사가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좀 비슷하다.)

LA CANTINA: ENTRE COPA Y COPA 앨범엔 와하카 문화가 잘 녹아든 곡들이 많아서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진짜 몰레(Mole) 만들 것 같은 라이브: La Cumbia del Mole (En Vivo)_https://www.youtube.com/watch?v=8_qakIoYmso) 산타나와 라이브(Una Noche en Napoles_https://www.youtube.com/watch?v=ks7xvjT8bEE)에서도 옆의 (나름 유명한) 언니들보다 너무 돋보여버렸다. 우리가 오기 직전에 와하카 지진돕기 콘서트를 하러 다녀갔다. 아쉽다.


독서_매혹과 잔혹의 커피사_마크 펜더그라스트_을유문화사

오래전부터 읽고 싶던 책이다. 쿠바에서 공수받고 소원을 이루었다. 와하카에서 커피 공부를 열심히했다. (커피 열정이 산크리스토발에서 만개했다.) 나 읽고, 여편님도 읽었다. 미국 중심인게 아쉽지만 (어차피 한국 커피 문화가 태반 미국에서 온 거라) 커피 문화와 산업의 역사에 대해 조예가 좀 깊어졌다.

인상적인 대목은 1900년대 초반만해도 많은 미국의 가정에서 커피를 직접 볶아 먹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부대에서도 꼭 취사병이 커피를 볶았다고 한다. (그러다 간편한 인스탄트가 급격하게 보급됐다.) 그리고나서 대형 로스터들이 등장하고, 균일한 로스팅 어쩌구하는 마케팅이 심해지면서 커피는 원두는 다 사먹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난 집에서 더욱 부지런히 커피를 볶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프레스로 내리는 게 최고라고해서 프레스도 구비해서 마시고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읽은 두 책과 함께 와하카 디씨엠브레 민박에 기증했다.)


다큐_블랙골드(Black Gold_https://www.youtube.com/watch?v=c28cUBjWtmc_http://blackgoldmovie.com/)

책에서 추천한 다큐다. 1시간짜린데 커피 산업의 불균형을 잘 보여준다. 에티오피아 커피가 더 맛있어 보인다.


다큐_블랙 커피_(PBS- Black Coffee)_https://www.youtube.com/watch?v=TTDy-L0NKIg

책에서 같이 추천한 다큐인데 세 시간짜리라 못봤다.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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