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_신영복_201601

베트남에선 출발 직전 부랴부랴 챙겨 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동남아 관련 잡이 루트 아시아를 읽었다. 시종 일관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끊이질 않는 신영복 선생의 편지들 덕분에 감사한 마음으로 양가 부모님께 엽서를 보낼 수 있었다. 또한 선생은 책을 많이 읽는 것 보다 생각의 깊이를 강조했고, 지식의 습득이 한 팔이며, 이를 행하는 것이 다른 한 팔이라 하셨다. 감옥에 갇혀 한쪽 팔만 커가는 것이 안타깝다 하셨다. 또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사태를 객관화하여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여기게 한다는 것이었다. 기사만 보고 어, 하는 데 그치기 보다 이들의 사태를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는 자세를 가져야 겠다.


새로운 인생_오르한 파묵_201602

치앙마이 도서관에서 읽은 책이다. 내 이름은 빨강을 코로 읽어서 파묵에 대해서는 왠지 모를 호감만 갖고 있었다. 초반에 좀 꾸역꾸역 읽히는 똘아이의 자아정체성 얘기다. 버스 타고 무작정 돌아가는 여행 얘기라 좀 끌리게 된다. 서구와 전통의 대립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은 별로 공감가지 않는다. 돌고 도는 여행이야기는 늘 재미가 있다. 이 산더미 같은 사회과학 서적 속에 보석같은 소설이었다.


맹자_최인호_201604

최인호의 공자맹자 시리즈를 읽어보려고 집에 공자 중고책을 사다놨었는데 마침 맹자가 보였다. 냉큼 빌려서 트레킹 전까지 후닥 읽었다. 또 다른 최인호의 산문집은 여편님만 읽고 난 읽지 않고 반납했다. 산과 어울리는 작가고, 안그래도 동남아를 다니며 고조된 종교의 열기를 잘 보듬어 주었다.


파이 이야기_얀 마텔_201605

네팔에서 얻어온 파이 이야기를 아침마다 읽었다. 마침 우리도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에 있는 거라 감정이입이 잘됐다. 난 동물 이야기를 믿는다. 여러 종교가 혼재해있는 이 지역을 떠돌며 느낀바도 적절히 버무러져 좋았다. 너무 오랜만에 제대로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작년에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셀프'를 먼저 읽은 덕에 복잡한 정체성 이야기도 편하게 다가왔다.


희망의 발견시베리아의 숲에서_실뱅 테송_201607

시베리아의 월든을 생각했으나 그런 책은 아니었다그럼에도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다책을 궤짝으로 들고 가서 시베리아의 오두막에 반 년을 살았단다워낙 어수선한 시기라 책이 잘 읽히지는 않았지만 예상대로 여편님은 이 책을 너무 좋아했다다 읽지 못했는데 가져와서 마저 볼 걸 그랬다.


너의 시베리아_리처드 와이릭_201608

조금 아쉬웠다거의 다 읽었더라도 실뱅 테송의 시베리아 책을 가져왔어야 했다횡단열차에서 대충 읽고 한국사람들이 많은 칸의 화장실에 놔두고 왔다.


죄와벌_도스토예프스키_201608

바이칼에서 읽기 시작해 무거워 던져버리고 싶어 열심히 읽었지만 쌍트페테르부르크까지 따라왔다어두침침한 쌍트페테르부르크 방에서 하숙생 감성을 부풀리기에 좋았다역시나 대작이고 고전인 것이 그 구성이나 흡입력 면에서 이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준 것이 실감된다작가의 인생 얘기도 들여다보니 대작을 쓰려면 인생이 어지간히 가혹해야되나 싶었다.


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_오르한 파묵오르한 파묵 변방에서 중심으로_이난아_201610

오르한 파묵 전문 번역가인 이난아씨의 파묵 연구서를 먼저 읽었다이스탄불을 바로 읽으니 별로라는 여편님의 추천이었다그의 배경과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좀 더 알고나니 이스탄불을 읽기가 훨씬 수월했다그렇다고 다른 에세이 마냥 술술 읽히진 않았다그가 너무나도 애정하는 도시 이스탄불과 그의 삶에 대해 끝임없는 묘사의 향연이 펼쳐진다그래서 트라브존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 나라 사람들의 습관 하나하나소품 하나하나를 더 눈여겨 볼 수 있었다.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도 더욱 배가 된다도시에 여전히 남아있는 대제국의 영광은 서양인들에게는 신비와 아름다움이 되지만현재도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아련한 향수가 되고 이는 현재에 대한 비애가 된다이런 정서가 이스탄불과 그곳의 사람들에게 꾸준히 남아있다는 얘기를 한다파묵은 서양 여행자의 이스탄불 여행기와 회화를 탐독하면서 이스탄불 여행자와 생활자의 상반된 모습을 잘 대비시켜준다.

어쨌든 오르한 파묵과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어느 도시를 볼 때 마다 한 걸음 더 멈춰서 생각해 볼 것들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기도 하다도시 여행이 대부분인 우리에게 좋은 여행 지침서의 역할도 한다그런 면에서 도시를 볼 때 건물 뿐만 아니라 그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는 얘기가 인상 깊었다.

끝으로 이 책에서 주구장창 나오는 얘기가 서구에 대한 터키인들의 열등감과 서구화에 대한 열망이다터키가 유로 축구 대회에 나가고월드컵 유럽 예선에 속하고언제든 유럽 연합에 가입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라는 것들이 여전한 사실임을 뒷받침한다허나 총균쇠를 읽으며 형성된 요즘 나의 시각에서는 터키그리고 아랍권 모두를 서양 혹은 서구로 분류하고 싶다기독교와 이슬람교 모두 여타의 종교는 달리 매우 유사점을 많이 갖고 있으며그 기원 또한 같다한 뿌리를 갖는 두 종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라는 점과터키와 시리아 인근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형성된 농경문화(빵 문화)를 기초로 한다는 점이 이들 문화의 중요한 공통점이다이스탄불을 동양의 시작점으로 보면서 터키부터 모두 동양의 세계라고 보는 것은 여러모로 포괄적이지 못한 틀이다.


굳이 이스탄불부터 일본에 이르는 문화권을 하나로 묶고 싶다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를 언제 시작했느냐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그런면에서 모두 제3세계에 속했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자본주의 체제의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문화를 동경하고 과거의 영광스러운 문화를 그리워 하는 면이 이들 지역 사람들이 갖는 정서적 유대감일 것이다구분이야 어떻든한국전쟁 참전 말고도 우리의 한과 비슷한 비애의 정서를 공유한다는 점을 알게되니 한결 더 친근한 나라로 다가오는 것이 터키다


영혼의 자서전_니코스 카잔차키스_201611_

슬슬 전자책에 물이 오른 여편님이 이걸 구매하셨다그녀는 크레타 가는 길에 순식간에 다 읽었고난 틈틈이 크레타를 떠나고 나서야 다 읽었다난 테블렛으로 봐서 그런지 가독성이 별로 좋지 않았다그리스 신화나 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니 얜 자꾸 왜이러나 싶었다크레타에서 자란 이야기크레타 사람들의 이야기조르바 찬양만 재밌게 읽었다대략적인 그의 생을 살필 수 있었다서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겸 나중엔 그의 저작들을 하나 하나 읽어봐야 겠다물론 난 니코스보다 조르바를 훨씬 좋아한다조르바가 치는 산투르를 크레타에서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그건 크레타 전통 악기가 아니라 그런지 없었다부주키는 많이 볼 수 있었다.

어찌저찌 에라클리온에 다시 돌아와 그의 무덤을 찾았다시내에서 좀만 더 걸어들어가면 있다옆에 축구장에선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었다에라클리온 전경이 보였고단촐하게 십자가가 하나 세워져있는 무덤이다그의 묘비명을 한 번 직접 보고 싶었다.


Δεν ελπίζω τίποτα. Δε φοβούμαι τίποτα. Είμαι λέφτερος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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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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