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가느냐 마느냐, 고민의 연속이었다. 보노보노의 쿠바 체험담에 여편님은 쿠바행을 포기하려고 했으나, 고민하던 여편님의 베프 솔님이 쿠바행 비행기를 끊었다. 우리도 바로 보고타-아바나 비행기를 끊었다.


공항_보고타_Bogota El Dorado_0815

쿠바는 기다림의 나라라고 했다. 공항 길도 길었다. 보고타-아바나 노선은 새로 생긴 Wingo 항공을 이용했다. 엄청 미리 한 것도 아닌데 값이 쌌다. 미리 도착한 보람도 없이 체크인은 출발 3시간 전에 이루어졌다. 거의 일등으로 체크인을 했다. 다음에 어디 갈 건지를 묻는다. 아웃 티켓을 보여줬다. 쿠바 여행자 카드를 사려고 했는데 콜롬비아 화폐로만 받는다고 한다. 전날 약간만 남기고 이미 다 환전해버렸다. 환전소로 가서 예전에 남은 페루 100페소를 환전해서 없애버렸다. 돌아가서 여행자 카드를 사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남은 돈에 몇 달러를 보테서 햄버거 세트를 하나씩 사 먹었다. 버거왕 옆, 콜롬비아 브랜드인데 빵이 맛있다. 탑승구로 향했다. , 탑승구가 바뀌었다는 신호가 나온다. 부랴부랴 다른 게이트로 이동했다. 지연이다. 거의 한 시간 반을 더 기다려서 탑승했다.


공항_아바나_La Habana Jose Marti_0815_0829

보고타 공항에 비하면 아바나 공항은 참 소박한 편이다. 내려보니 출국장이 사람이 한 가득이다. 더워보인다. 출입국 수속은 간단하다. 여행자 카드 내미니 도장 쾅, 건강 체크 종이 던지니 끝이다. (여행자 보험 등은 묻지도 않는다.) 나가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한국 사람을 만났다. 간단히 환전을 하고 시내로 가는 택시를 같이 탔다. 덕분에 혼잡한 곳에서 택시 기사 고르는 수고를 덜었다. 베다도 숙소 앞에서 먼저 내리고 이 친구들은 센트로의 요반나로 향했다.


2주 뒤, 숙소에서 불러준 콜택시를 타고 아침 일찍 공항으로 돌아왔다. 체크인이 시작 되기를 기다려 또 일등으로 한다. 공항에 둘러봐도 살 만한 건 없어서 남은 쿠바 돈을 달러로 환전했다. 다른 공항의 호화, 북적거림과는 다른 분위기다. 인테리어도 붉은색!. 출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장으로 갔다. 소박한 면세 코너가 있다. 술 코너가 가장 붐빈다. 애용했던 Havana Club 스페셜 작은 병을 하나 샀다. (그래봤자 7달러다.) 면세점인데 쿡으로 계산한다. 어찌저찌 달러와 남은 쿡 동전으로 셈을 마쳤다. 구미를 당기는 카페도 없다. 앉아서 남은 인터넷 카드를 활활 불태웠다.


일정과 이동_20170815_20170829

2주를 여행했다. 섬 나라는 여러모로 힘들다. 대부분 인-아웃 티켓을 미리 끊어야 한다. 괜히 오래 머물렀다가 안 맞으면 남은 기간이 힘들다. 10일 정도 방문하는 솔님의 일정에 더해 추가로 한 군데 정도 돌아보려고 했다.

아바나에 밤 늦게 도착해 2박을 했다. 나의 쿠바 여행 지론은 ‘어차피 다른 데가 별로면 아바나로 돌아오면 된다. 아바나에서 오래 있다가 다른 곳에 짧게 머물면 아쉽다.’이다. 첫날 아바나에서 후라이가 된 솔님이 적극 동의해서 바로 트리니다드로 떠났다. 트리니다드에선 숙소가 좋아서 4박을 했다. 체형을 만나기 위해 산타클라라에서 2박을 했다. 비날레스로 가서 함께 3박을 하고 솔님이 떠났다. (당초 예정은 반 정도만 같이 다니는 거였는데 결국 끝까지 같이 다녔다.) 나머지 2박을 비날레스에서 더 하고 아바나로 돌아갔다. 처음 머문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교통_도시 간 이동

혼자 쿠바에 왔을 땐 아바나 버스도 타고, 현지인 가격으로 박박 우겨서 산티아고 데 쿠바 가는 기차도 탔었다. 하지만 이번엔 초대 손님도 있고, 나이도 먹었으니 무리 안하고 편하게 다녔다. (쿠바의 여름은 모든 로망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콜롬비아에 이어 택시를 많이 탔다.

쿠바는 작은 섬나라에 동서로 고속도로가 쭉 뻗어있고, 교통량도 많지 않다. 남미 대륙에 비하면 도시간 이동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휴가철이라 버스 예매도 쉽지 않고, 일행이 3명이라 콜렉티보 택시(사람 모아서 가는 택시)라는 옵션을 많이 활용했다. 숙소-숙소 인 걸 감안하면 버스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아바나-트리니다드 구간은 숙소 주인의 마케팅에 바로 콜렉티보 택시를 이용했다. (숙소에서 콜렉티보를 부르면 가이드북에 알려진 가격보다 5쿡 정도 비싸긴 했다. 하지만 숙소 안 끼고 했다가 택시가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트리니다드-산타클라라 구간은 국영 여행자 버스인 Viazul을 이용했다. 출발 며칠 전에 터미널에 가서 예매를 했다. 버스는 여행객으로 꽉찼다. 버스도 매우 낙후되서 느렸다. 쿠바 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 보다도 안 좋은 것 같다. 산타클라라-비날레스 구간은 산타클라라-아바나까지 숙소에서 불러준 콜렉티보를 탔고, 아저씨가 여행자 버스 터미널이 아닌 일반 버스 터미널 옆에 내려줬다. 덕분에 보다 저렴하게 비날레스까지 가는 콜렉티보를 타고 갈 수 있었다. 그래도 현지인들에 비하면 비싸게 내는 건지 우리 셋만 타고 갔다.

마지막으로 비날레스에서 아바나까지는 여행자 버스가 아닌 관광사 버스를 이용했다. Habana TourCubacan에서 운행하는 버스인데 아바나의 경우 센트로와 베다도의 호텔 앞에서 내려준다. 버스도 Viazul보다 훨씬 쾌적하고 빠르다. 가격은 Viazul보다 몇 달러 비싼 수준이다.


정세_쿠바-미국 관계

오바마 정권의 가장 큰 성과였던 쿠바-미국 간 관계 완화는 트럼프의 취임으로 바로 뒤집혔다.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진짜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다 이것 때문이었다. 비날레스에서 만난 미국인 말로는, 미국인의 쿠바 일반 자유 관광이 올해 8-9월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바나의 올드카들은 모두 예쁘게 단장되어 있고, 영화 ‘치코와 리타(Chico y rita)’에 나오는 것처럼 올드카를 타고 아바나를 누비는 사람들도 많았다. 막판 며칠을 제외하곤 늘 많은 인파가 작은 마을들을 가득채웠다.


금융_화폐와 ATM

쿠바는 화폐 제도가 특이하다. 쿠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쿠바 페소(CUP, MONEDA)와 공산품 거래 및 여행자 화폐로 쓰이는 쿡(CUC) 두 가지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행자들이 적정 비용을 지불하게 해서 관광수입을 극대화한 것이다. (물론 두 화폐 가치의 엄청난 차이로 소득 격차 등 많은 문제가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쿡은 단순히 달러와 연동시키고 거기에 약간의 수수료를 더한 것 뿐이다. 달러와 로컬 화폐가 통용되는 많은 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대신 국가 입장에선 효율적인 외화 관리가 가능해진다.


미리 환전을 두둑히 해둔 솔님 덕분에 공항에서 약간의 유로를 환전(예전엔 달러 환율이 매우 불리했는데 요즘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하고 거의 돈 걱정없이 지냈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 ATM으로 돈을 뽑았다. Banco de Credito y Comercio만 두 번 이용했다. 몇 번 시도해도 안 뽑혀서 문제가 있나 했더니 마스터카드여서 그랬다. VISA카드로 인출하니 500, 700쿡씩 술술 나왔다.

쿠바 페소, 모네다의 경우 거의 쓸일이 없었다. 솔님이 미리 아바나의 환전소에서 한 시간 동안 후라이가 되가며 준비한 240CUP(=10CUC)를 겨우 썼다. 모네다 피자 한 번 안 먹고, 산타클라라에서 말택시 탈 때나, 흥정하다가 약간 더 깎고 싶을 때 1달러 대신 20모네다를 내는 식으로만 활용했다. 몇몇 로컬 식당에서도 모네다와 함께 쿡 가격을 알아서 제시하고 계산을 해줬다.


인터넷_인터넷 카드와 와이파이 공원

쿠바는 인터넷도 다르다. 인터넷 접속을 하려면 전화국에서 줄을 서서 인터넷 카드를 사야 한다. 솔님의 아바나 경험을 듣고, 일단 아바나에선 포기하기로 했다. 트리니다드 광장의 전화국에서 구매했다. (5시간에 7) 생존 보고도 문자(한 통에 몇 백원)로 하고, 바라데로의 숙소를 알아보는데 썼다. 인터넷으론 대충 가격대만 파악하고 여행사 사무실에 물어봤다. 방이 별로 남지 않아 바라데로는 포기했다.

숙소 침대에서 각자 누워 와이파이뽕을 맞을 시간에 멍하니 눕거나, 음악을 틀거나, 책을 읽거나, 사상 토론을 하고 특정 인물을 찬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넷을 안하니 셋 다 엄청난 쾌적함을 느꼈다. (세상 모든 게 포기하면 편하다.) 머리가 가벼워졌다. 솔님은 이를 ‘디지털 디톡스’라고 명했다. 그러다 한 번 포털에 들어가니 복잡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고 했다. 우리도 그냥 안 쓰기로 했다. 나중에 솔님이 주고 간 카드를 썼다. 더운 공원에서 와이파이를 잡으려고 늘어지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랩탑으론 접속도 안됐다. 겨우 다음 여행지 숙소만 예약하고 말았다. 인터넷 세상은 오랜만에 들어가면 참 재미없는 곳이었다.



아바나(La Habana)_0815_0817 & 0828_0829

쿠바의 수도, 혁명 광장, 말레꽁 해안도로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 낭만이 넘치는 도시다. 하지만 그만큼 넘치는 호객꾼과 사기꾼, 올드카에서 뿜어지는 매연과 바다의 습기, 열섬 현상이 더해져서 8월엔 어마어마한 더위까지, 호텔이 아닌 까사에 생활자가 오래 버틸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숙박_까사 아델라(CASA ADELA)_트리픔 룸_2+ 1

아무리 아날로그 여행의 로망이 있어도 아바나 숙소는 미리 예약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호아끼나, 요반나 등 북적북적한 곳에서 솔님과 셋이 접선하는 것도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까사 예약 사이트를 뒤지다가 공기방울을 보니 좋아 보이는 집이 있었다. 처음 3박을 예약해서 똘님이 먼저 하루를 자고 있다가 다음날 밤에 숙소에서 우리가 합류하기로 했다. (셋이 같은 방에 자는 것도 외국 여행 가면 온갖 사람들과 도미토리에 자는 거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데 모두 동의했다.쿠바는 대부분 도미토리도 별로 없고, 방 단위로 가격을 받아서 한 방에 자는 게 이득이다.)


택시가 집 앞에 내려줬다. 오래된 아파트다. 벨을 누르고 계단을 올라 올라 가니 맨 윗층에서 우리를 맞아준다. 간단히 주인과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두둥 솔님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방에서 나타났다. 둘은 소리를 지르며 반가워했다. 잠시 그녀의 일일 아바나 체험기를 듣고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었다. 소문대로 커피가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2주 동안 이 집 커피가 최고라는 게 판명났다.) 샌드위치나 주스도 모두 맛있었다. 당장 이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뒤이어 아델라 아줌마의 마케팅이 시작됐다. 트리니다드를 갈 거라고 하니, 비날레스가 시원하고 좋단다. 그래도 일단 트리니다드를 가겠다고 하니 까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알아보기도 귀찮고 믿어보기로 했다. 고민 끝에 택시도 아델라에게 부탁했다. 아바나는 너무 커서 여행사든 터미널이든 알아보러 가는 것도 큰일이다.

숙소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방에 최신 에어컨이 달려있고, 2명이 자기엔 침대가 작았지만 화장실도 깔끔했다. 거실은 전망도 좋고, 가구도 다 좋아보이지만, 주로 주인들이 기거하는 곳이다. 너무 더워서 밥만 먹으면 방으로 대피했다. 우리 말고도 맞은 편 방엔 늘 다른 투숙객이 있었다. 명함을 보니 아바나 센트로에도 아파트를 운영하는 것 같았다. 사업 수완이 띄어난 그녀를 신뢰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쿠바 여행은 아델라가 지배했다.


저녁도 맛있었다. 돼지고기를 요청했는데 팔둑만한 통삼겹이 나왔다. 잡곡밥도 착착 감겼고, 주스도 맛있었다. 아델라의 구아바 주스도 쿠바 제일이다. 다음날 아침까지 든든히 먹고 떠났다. 2주 뒤, 우리 둘만 아델라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미리 비날레스에서 전화(대부분 까사에서 전화 한 두 통은 쓰게 해줬다.)로 방과 저녁 식사를 예약했다. 처음 썼던 방과 같은 방을 줬다. 에어컨 아래 자리에 솔님도 없고, 선반 위에 우리 몫의 택배 거리도 없는 방을 보니 허전했다. 그냥 저녁을 미리 부탁했더니 소박한 메뉴가 나왔다. 콩 수프를 줬는데 된장찌개 같았다. (솔님은 한국 가자마자 된장찌개를 끓일 거라고 했다.) 야채 볶음과 흰 밥에 비장의 깻잎 통조림을 겻들였다. 한식 부럽지 않은 식사였다. 부실한 메뉴 대신 디저트가 나왔다. 진한 초코맛 아이스크림이었다. 다음날 아침, 끝까지 맛있었다.


선물_솔택배_0815

메데진에서 보노보노에게 짐까지 부탁하고 나니, 솔님에게 받을 게 많아졌다. 뭐든 다 가져다주겠다는 말에 귀이개, 5(이 중 2권은 손수 중고 서점에서 픽업해 오셨다.) 등을 부탁했다. 거기에 최신 커피 믹스와 통조림 깻잎 절임, 컵라면 3개를 챙겨오셨다. 심지어 여편님에게 원피스 하나를 그냥 주었다. 그리고 끝까지 우리의 콜롬비아, 쿠바 기념품 몇 점과 다 읽은 책까지 이고 가셨다. (본인의 기념품이 또 어마어마했다.)



베다도(VEDADO)에서 센트로(CENTRO)까지_0816

길고 긴 서론이 끝났다. 본격적인 아바나 관광 이야기다.


말레꽁(MALECON)

유명한 아바나의 해안도로다. 제주시 탑동 해안도로에 가도 이런 방파제는 다 있다. (에콰도르 과야킬에도 있는 걸 보면 보통 명사인 것 같다. 찾아보니 둑, 제방이란 뜻이다.) 어디든 해안도로는 드라이브하면 좋고, 파도 보면서 산책하고, 걸터 앉아서 맥주를 마시건 수다를 떨 건 좋다. 그래도 아바나 왔으면 말레꽁이라는 여편님의 열정에 숙소에서 나가자마자 밤 바다로 나갔다. 열대야를 피하러 온 시민들이 많다.

다음날 아침, 센트로로 나가면서 밝은 말레꽁을 또 보러 나갔다. 잠시 바다 감상을 하고 너무 더워서 골목으로 돌아왔다. 말레꽁이 유명해진 것은 드라이브,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서막, CHAN CHAN이 깔리는 대목이다. 밤밤 바바바바 밤바밤바밤…. 운 좋게 말레꽁을 차를 타고 두 번이나 달렸다. 심장 터지는 순간이다. 한 번은 둘째날 센트로 관광 후 숙소로 택시 찬스, 두 번째는 비날레스에서 돌아오는 데 센트로에 들른 버스가 베다도까지 말레꽁 도로를 따라서 갔다.

마지막 날 숙소 체크인을 하고 해질녘의 말레꽁을 또 걸어보기로 했다. 호텔 나시오날(HOTEL NACIONAL)에서 미국 대사관이 있는 길을 걸었다. 더운 해안도로다.


골목길

아바나의 평범한 골목길을 걸어보는 것도 의의가 있었다. 말레꽁에서 골목길로 돌아와 센트로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경기가 좋은 지 건물 수리 작업들이 한창이다. 그러다 두 명이 와서 말을 건다. 자기네 동네에서 축제를 하니 구경하러 같이 가잔다. 냄새가 난다. 따라가다보니 제법 활기찬 골목이 나온다. 관광객도 있다. 바로 들어간다. 확실하다. 우린 안 마실 거라고 나왔다. (전날 솔님은 공항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과 다니다가 현지인에게 덜컥, 모히토 한 잔을 뜯겼다고 한다.)


까삐똘리오(CAPITOLIO NACIONAL) 주변

겨우 중심 광장까지 기어왔다. 땡볕이 내리쬐었다. 까삐똘리오 주변의 그늘로 피신했다.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다. 보노보노가 알려준 일식집(NIPPON SHOKUDOU)을 가기로 했다. 저렴한 가격에 맛난 튀김과 덮밥이 나왔다. 라임 주스와 함께 흡입했다. 다시 피난처를 찾았다.

솔님이 그깟 호텔 에어컨 얼마 안한다. 커피 자기가 살테니 가자고 했다. 플라자 호텔에는 CUBITA(쿠바 커피 브랜드)를 비롯한 명품 가게가 많았다. 둘러보지 못했다. (공항에도 매장에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센트럴 파크 호텔(HOTEL PARQUE CENTRAL)에 들어가려고 했다. 경비원이 나를 제지했다. 뭐라뭐라 하길래 돌아가라는 줄 알았다. 한바퀴 빙 돌아도 입구가 없어서 다시 물었다. 내 복장이 문제란다. 너무 더워서 팔을 자른 민소매 티를 입고 있었다. 그럼 여자는? 괜찮다고 한다. 다른 호텔로 갔다. 텔레그라포 호텔(HOTEL TELEGRAFO)는 우리를 시원하게 맞아줬다. 건물 안쪽까지 파랗고 높은 디자인이다. 가우디 풍인지 천장도 오묘하고 높다. 물론 커피 가격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소독 시간이라 나가라고 할 때까지 에어컨을 맘껏 마시며 버텼다.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de Cuba_0816

냉기 충전 후 미술관으로 갔다. 국립 미술관은 쿠바관과 국제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두 개 동시에 보면 할인이 되지만 쿠바관 하나 제대로 보기에도 벅차다. 식민지 시절의 평화로운 그림, 열대 섬의 풍경 등이 지나고 혁명을 맞이 한다. 그리고 나서도 그림들은 다양한 색채를 보인다. 민중적인 삶, 아프리카에서 온 노예들의 삶, 아프리카에서 이어져 온 문화색에 대한 특별 전시 등등 문 닫을 때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Tomás SanchezRelación이란 그림은 여전히 인상이 깊다.


나와 솔님은 거의 체력이 다해서 미술관 앞에서 쉰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여편님은 더 돌아보자고 한다. 오비스포 거리를 갔다. 인파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여러 가게들을 대충 돌아보고 바닷가에서 기지를 바라본다. 모두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갔다.


공연_Jazz club la zorra y el Cuervo_0816

하바나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어딜 갈까하다가 살사는 다른 데도 많을 거고, 재즈 공연을 보기로 했다. 숙소가 있는 VEDADO엔 괜찮은 바가 많다. 가장 유명하다는 재즈 클럽을 갔다. 공연은 10시 시작이다. 가보니 5년 전에 홀로 찾았던 그 재즈바다. 오늘은 거의 100세에 이른 재즈 할아버지의 생일이란다. 친히 나오셔서 인사를 하고, 공연 중간에 올라와서 드럼을 쳤다. 그 전까진 기력이 하나도 없어 보였는데 신기하게 드럼 앞에서니 에너지가 넘친다. 현실 부에나 비스타가 여기 있었다.

우린 입장료에 포함된 모히또 한 잔씩을 마시고 졸음이 밀려온다. 결국 솔님이 먼저 포기를 외쳤다. 숙소로 돌아가서 꿀같이 잤다.



다시 아바나

산타 클라라에서 비날레스로 가기 위해 아바나로 한 번 돌아왔고, 비날레스에서 다시 또 아바나로 돌아왔다. 택시, 버스로 아바나 시내를 두 번이나 제대로 돌아봤다. 덕분에 여편님은 혁명 광장도 두 번이나 만끽했다. (안 그랬으면 따로 혁명광장을 가야 했다.)


호텔_Hotel Nacional de Cuba_0816 & 0828

솔님이 여기서 모히또를 한 번 마셔야 한다고 했다. 정원도 산책할 수 있고, 좋다고 했다. 재즈바에 가기 전에 들렀다. 그냥 들어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식당을 물으니 아래로 내려가라고 한다. 식당은 아직 영업 준비 중이다. 모히또를 마실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호텔 로비만 돌아보고 재즈바로 향했다.

다시 아바나로 돌아온 나와 여편님, 저녁 먹기 전에 호텔 나시오날을 다시 찾았다. 호텔 내부엔 기념품 가게도 많다. 이번엔 입구에서 쭉 들어갔다. 야외로 연결된 바가 여기에 있었다. 말레꽁 해안 도로 위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예전에 쓰던 포대와 벙커 같은 곳도 있다. 커다란 체 게바라와 콤파이 세군도의 사진도 걸려있다. 약간 비싼 모히또를 홀짝였다. 취기가 오르고 감성이 도진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여행을 꿈꾸게 하는 도입부다.

Buena Vista Social Club_Chan Chan: https://www.youtube.com/watch?v=6JEdf7XsV5g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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