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잡설들을 기록해본다. 우선 한국 돌아오는 일기다.


귀가일기_1011_1013

그간 서쪽으로 돌며 축적한 시차의 이득을 귀가길 한방에 까먹었다. 거기에 환승에 환승을 더하니 집까지 돌아가는데 23일이 걸렸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우선 항공권은 귀국 한 달 전, 멕시코시티에서 끊었다. 장거리 항공권은 가격 변동이 심하므로, 미쿡 LA공항에서 대만 타이페이를 거쳐, 인천공항에 떨어지는 일정이었다. LA공항에서 밤에 비행기를 탄다는 점, 인천공항엔 오전 11시에 떨어진다는 점이 매우 맘에 들었다. 중화항공(CHINA AIRLINES)이라고 나왔지만, 알고보니 대만항공이었다. 며칠 뒤, 치아파스까지만 여행한다는 루트를 확정하고, 치아파스 툭스툴라 공항에서 멕시코시티를 거쳐 LA공항으로 가는 편을 끊었다. 멕시코항공(AERO MEXICO)였지만 다른 저가항공과 별다른 가격차이가 없었다.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었다. LA공항을 거치는 항공은 모두 기본적으로 항공사가 제공하는 무료 수화물(부치는 짐)이 하나씩 적었다. 대만항공의 경우, 다른 노선은 무료 수화물이 1인당 2갠데, LA에서 출발하는 항공은 무료수화물이 하나였다. 우리야 어차피 큰 짐은 배낭 하나씩이니 이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멕시코항공, 기본 무료 수화물이 하나니, 미국까지 가는 노선은 무료 수화물이 0개였다. 그래서 수화물 옵션을 나중에 추가했다. 추가해도 홈페이지 어디서도 확인이 안되서 헤멨다. 어찌저찌 페이스북 계정에 메신져로 물어보니 짐 추가 됐다고 답을 줬다.


툭스툴라(TGZ)_멕시코시티(MEX)_1011_09:25_11:10_이코노미

준비한 간식을 다 먹고, 짐을 부치고 티켓을 받았다. 중간에 멕시티에서 환승 후 바로 출국하는 건데도, 여기서 출국 서류를 챙겨준다. 멕시코시티에선 바로 게이트로 가면 된다고 한다. 멕시코의 입출국 제도는 이해하려고 하면 안된다. 공항 탑승구는 좁다. 꼴랑 게이트가 3개인 공항이다. 커다란 창밖을 보니 안개천지다. 당연히 비행기가 안뜬다. 연착이다. 딱 봐도 아침 비행기는 상습적으로 연착되는 것 같다. 비행기 언제 뜨냐고, 우리 다음 비행기도 있다고 물으니, 니네 시간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다음 비행기 시간 안 맞는 사람들은 다음 비행기 시간도 바꿔주는 모양새다.) 1시간을 기다리니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고, 비행기가 하나 둘 내린다. 2시간이 지나자 우리 비행기가 내리는 게 보인다. 그 사이 작은 기념품점도 구경하고, 빵도 하나씩 사먹었다.

새벽 산크리스토발에서 출발해서, 마냥 기다린 거에 비하면,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비행기는 금방이었다.


멕시코시티 공항(MEX)_LA공항(LAX)_1011_14:30_16:40_이코노미

처음 칸쿤 공항에서 왔을 때는 공항 노숙의 여파로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이번엔 다음 비행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짧고 굵게 공항을 둘러봤다. 넓긴해도 면세코너가 한쪽에 몰려있어서, 다음 비행기를 신경써야 했다. 우린 여기서도 와하카에서 본 식탁깔개를 찾아해맸다. 어느 기념품 가게에도 그런 건 없었다. 눈물을 닦고, 주류 코너로 갔다. 외국술은 제껴두고, 멕시코 술 중엔 데낄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도 그 사이에 메스칼 이름을 단 것들이 있었다. 그 중에 와하카나, 다른 시내 마트에서도 많이 봤떤 LEYENDA 브랜드의 OAXACA 메스칼 큰 병을 하나 샀다. 이미 우리 배낭엔 작은 메스칼과 과테말라 럼 큰 병이 있었다. 요즘 인천공항 면세점 특별 단속 기간이라는 썰이 돌아서 꾹 참았다. 가장 충격적인 건, 산크리스토발에서 천 페소 주고 산 ZACAPA 럼이 면세점에선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1+1 행사까지하면서 팔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출국 과정은 신기하게도, LA행 비행기 게이트 앞에서, 멕시코 입국 때 작성하고 도장받은 출입국카드만 승무원에게 제출하면 끝이었다.


나름 국제선이라고 기내식 기대했는데, 꼴랑 간식이 끝이다. 미국으로 넘어가는 비행기, 사막이 보이고 도시가 보인다.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집들이 가지런하다. LA에 가까워오니 도시가 더 잘보인다. (평생 미국땅 처음보는 1) 와중에 10여 년전, 미국 와봤던 여편님은, ‘미국 입국은 준비를 철저히 해야해. 예전에도 그랬는데 지금은 더 하겠지. 그때도 입국 전에 미리 가상대화 연습하고 그랬어. 발음도 구린데 어버버하면, 거기다 그런 모자 들고 다니면 딱 봐도 불법체류할 것 같잖아. 준비 단단히.’ 블라블라 내가 왜 여길 왔고, 나는 곧 비행기를 탈거며, 여기 비행기 티켓 서류가 있다 등을 영어로 그려봤다. 진심 이 시기만은 스페인어가 영어보다 편하던 때였다. 자꾸 스페인어가 나오려는 걸 영어로 참았다.


LA공항(LAX) 체류기_1011

어느새 저녁이 다됐다. 긴장어린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이상한 기계 주변으로 줄을 섰다. 뭐지? 우리도 저 기계로 뭔가를 해야했다. 띡띡 누르니 다행히 영수증 같은 것이 나왔다. 그걸 들고, 다시 입국 심사 줄을 섰다. ‘, 저 아저씨 봐봐. 순대국밥 사장님 같은 인상 아니니?’, ‘아니, 딱 봐도 중국사람 같은데? 한국 사람 저렇게 안 생겨.’, ‘우리 아빠 저렇게 생겼는데?’ 이러다 그 아저씨한테 심사를 받게 됐다. 두근두근, ‘한국 사람이세요?’ 두둥, 이름표에 SONG라고 쓰여있다. 한국 말로 어디 여행하다 왔냐 등을 가볍게 묻는다. 과테말라 안 갔어죠? GUATEMALA IS TERRIBLE. 내가 미국에서 나눈 영어회화의 전부다.

다음 관문은 세관이다. 귀여운 비글이 지나가며 냄새를 맡는다. 우리의 옥수수 모자에 흥미를 갖는다. 다행히 이건 음식물 취급을 안 받는다. 무사히 모든 절차를 통과했다.


나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안내가 없다. 더듬더듬 뒤지니 우리가 가야할 터미널은 반대편에 있었다. 누구 안내데스크에서 안내해주는 사람도 없다. 중간에 아이폰을 사러갈까 했던 고민은 싹도 나오지 않는다. 정신 바짝 차리고 출국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한산했던 이쪽과 달리 새로운 터미널은 반짝반짝, 휘황찬란했다. 들어갔더니 사림이 어마어마하다. 여기가 LA공항인지 인천공항인지, 아시아 사람들 천지다. 추석연휴의 영향인 것 같다. 앉을만한 자리도 화장실 앞에만 있다. 심지어 친근하게 커피빈도 있다. 멕시코에서 사온 술도 다시 배낭에 넣을겸 짐을 다시 정리했다. 옥수수 과자를 꺼내 먹으며, 그새 떠나온 멕시코가 그리워졌다. 엉엉


아직도 출국까진 시간이 남았다. 어느새 밖은 어두워졌다. 여편님과 번갈아가며 공항을 둘러봤다. 아직 우리 비행기 데스크는 개시도 안했다. 3시간 전에 열릴 모양이다. 이제 지친다. 같은 시간대에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는 비행기편도 있다. 잠깐 1 부럽다. 저녁을 먹기로 했다. (원래도 안 먹을 생각은 없었다.) 미국에 오면, 햄버거를 먹어 보고 싶었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LA공항에도 유명한 안과밖 햄버거가 있다고 했다. 엄청 기대했으나, 비행기 티켓 없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다행히 공항 이층에 식당이 몇개 있었다. 여편님이 저 백작 샌드위치도 유명한 거라고 위로해줬다. 주문은 능숙한 여편님이 하고 왔다. 심지어 중간에 메뉴 하나를 환불까지 받아왔다.

배가 좀 든든해지니 체크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유롭게 내려갔다. 두둥, 줄이 어마어마하게 생겼다. 제 시간에 비행기 못타는 거 아닌가 했다. 베트남에서 온 단체팀은 각자 어마어마한 전자제품도 챙겨왔다. 그래도 다행히 티켓을 받았다. 출국장도 난항이었다. 여기도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겨우겨우 들어갔다. 들어가니 비교적 한산했다. 둘다 지칠대로 지쳐서 면세점이 뭐고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적당히 쉴 곳을 헤메다, 쇼파가 많은 곳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비행기 타러 갔다. 옆에 또 인천행 비행기 탑승줄이 보인다. 2 부럽다.


LA공항(LAX)_타이페이 공항(TPE)_1012_00:35_1013_05:30_13시간 55_이코노미

부러움은 비행기에 들어서자마자 사라졌다. 대만항공은 엄청나게 아늑했다. 익숙한 백색톤이 아니라, 나무톤의 비행기 내부에, 대나무톤으로 구역 칸막이를 해놔서, 동남아 스파온 느낌이다. 지친 몸이 폭 녹는 듯했다. 밥은 또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빵과 파스타는 손이 델 정도로 뜨끈했다. 와인도 깔끔했다. 차는 당연히 맛있다. 이런 저런 영상을 보다가, 뷰티 인사이드를 매우 재밌게 봤다. 자다깨다 자다깨다 아침을 또 맛있게 먹었다. 밖에 비가 내리는지 비행기가 좀 흔들렸다. 하지만, 이 육중한 비행기가, 악천후 속에서도 충격 하나없이 부드럽게 착륙했다. 수 백번의 비행에서 최고로 꼽는 착륙이었다. 조종사의 실력까지 완벽한 비행기였다.


타이페이 공항(TPE)_1013_07:45_인천공항(ICN)_11:10_2시간 25_이코노미

타이페이 공항에 내리니 정신이 좀 들었다. 슬슬 공항 면세점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공항만 봐도 아기자기 재미나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중국 문화의 향기가 깔려있으면서도, 일본처럼 정돈이 잘된 느낌이다. 둘다 대만에 꽂혀서 다음을 기약했다. 가볍게 우롱차 하나를 샀다. 창밖에 아직도 비가 내렸다. 동이 트니 비행기를 탈 시간이다. 입국은 예상보다 순조로웠다. 세관에서 우리를 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긴, 단기로 나갔다가 케리어에 명품 담아오는 사람 잡기도 바쁠텐데, 쭈구리 배낭 열어볼 시간이 있을리 없다. 술이나 더 사올걸 그랬다.


적응기_10

마중나온 장인 장모님을 따라 처갓집으로 갔다. 가볍게 국수를 먹으니 잠이 쏟아졌다. 2시부터 저녁 6시에 장모님이 깨울 때까지 넋놓고 잤다. 만찬을 즐기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전날 올라와놓고, 오늘 온다고 거짓말을 했다. 통화 중에 우리집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거짓말을 하는 능력은 있으나, 들키는 능력도 겸비했다.) 그간 우리집에 들어와 살던 동생이 옮길 집을 알아볼겸 왔다. 그 후 일주일 간은 시차 적응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 여행 내내 시차 적응이라곤 모를 정도로 1년 여를 14시간 시차에 천천히 적응했는데, 한방에 10시간을 적응하려니 힘들었다. 저녁 8시만되도 잠벼락을 맞기 일쑤였다. 그리고 곧바로 새롭게 일할 사람들과 함께 제주도로 23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아침부터 밤까지 한국적인 일정으로 움직이다보니 시차 적응은 자연스럽게 됐다. 중간에 다른 사람들과 회식자리도 가졌다. 한국 와서 만난 거라곤 가족 밖에 없다가, 낯선 사람들 그것도 일로 만나려니 어색함이 활화산처럼 터졌다. 회와 해산물만 부지런히 먹었다. 안타깝게도 이날 잠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2년 동안 안달루시아에서 올리브 따다 온걸로 기억할 것이다.

10월 귀국의 가장 큰 메리트는 기아의 한국시리즈를 편안히 보는 것이었다. 당초 연말 귀국을 예정했을 때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당연히 우승했다.


그 후 10월 말에 동생이 이사가기 전까진 집안이 난장판이었다. 우리 짐을 풀기도 애매하고, 동생 짐도 싸야했다. 하림의 노래 중 아일랜드에서를 들으며, 여행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달콤하게 쉴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건 어디 엄마한테 붙어사는 대학생(혹은 노총각)이 배낭여행 다녀왔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이었다. 내가 돌아갈 집도 내가 정리하려면 달콤한 이불까지 손이 참 많이 간다. 다 누군가의 희생이 도움이 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였다. 괜히 여행 내내 밤낮으로 운전한 버스/택시/기차/비행기 기사, 숙소의 스탭들, 식당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적응기_11

예상과 달리 111일부터 임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1월부터 출근하는 줄 알았다.) 힘들었다. 오랜 시간 엉덩이 붙이고 앉는 일이 쉬운게 아니었다. 워드/엑셀 단축키가 헷갈렸다. 그래도 열심히 일했다. 복학생의 마음이 이런게 아닐까 싶었다. 여행 중 읽었던 블로그 중 하나는, 여행 기간 돌아가서 뭐할지에 대해 고민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한다. 돌아와서 운 좋게 취업이 됐다고 한다. 이 얘기를 읽고 여행 기간 고민은 자제하려고 했지만, 자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됐다. 하지만 그때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을 하고 있다. 여행도 내가 잘나서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듯이, 와서 일하는 것도 팔할이 운이다. 스페인어는 쓸일이 없으니 공부를 안하게 된다. 한국에선 라틴어 수업이 인기였다고 한다. 나도 라틴어나 배워볼까한다.


적응기_12

한국에 온 순간 이미 2017년은 끝난 기분이었다. 거기다 11월부터 2018년을 준비하는 일을 하다보니 연말이라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여행 전과 후가 갖는 차이가, 연도 변화보다 컸다. 출근도 익숙해졌다. 마침 임시 근무지가 전직장 근처라 예전 회사 사람들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니 다 반가웠다. 틈틈이 다른 지인들도 만났다. 여행 얘기를 하자고 만나지만 보통은 각자 일상 얘기를 하게 된다. 여행기라도 안 썼으면 다 휘발유가 될뻔했다. 부록 몇 편을 더 쓰고, 사진 정리를 해볼 계획이다. 오늘은 꼭 배낭을 빨겠다.


1223일 엘클라시코를 매우 재밌게 봤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세계시민의 정체성으로 1231일엔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사진도 찍어 올렸다. 그간 취미로 가장 공들인 건 커피다. 최근 인스타를 보면 민망할 정도로 커피 투성이다. 멕시코에서 가져 온 여러 커피를 마시고, 볶았다. 다른 지역의 원두나 생두도 꾸준히 마셔보고 있다. 서울의 전설적인 커피집에서 마셔봐도 집에서 먹는 커피만 못하다. 커피를 볶겠다고 솥을, 프레스도 내려마시겠다고, 프레스도 구비했다. 또 하나 만족스러운 아이템은 스피커다. 15만원대 스피커를 하나 장만했더니 삶의 질이 부쩍 높아졌다. 여편님이 어린 시절에 모은 음악, 중고서점에서 라틴 음악 건져오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녁 먹고, 스피커 앞에 누우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잠이 든다. 중남미 여행에서 큰 소득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다. 이젠 음악은 나의 영혼이다. La musica es mi alma.



1월부턴 다시 다이어리를 쓰기로 했다. 쓰다가 안썼더니 휑한 느낌이다. 기록은 중요하다. 이 여행 전, 내 주활동 범위는 성수와 마포였다. 그땐 변방의 느낌이 강했는데 연남파크, 성수벨리 등 힙한 주류가 됐다. 새로운 비전 2020을 구상하고 있다. 혁신은 변방에서 나온다.

며칠 전, 사장님은 적응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지도 또 다른 공간으로 바뀌면서 삶의 질이 부쩍 높아졌다. 아침 출근 시간 2호선 지하철 무리에 속하지 않는 다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원래 여행 후 일상 적응 걱정은 출퇴근 시간에 서울 지하철 몇 번 타보면 사라진다.

여행기는 이렇게 마친다. 추가할 부우로옥 몇 편은 잡다한 것들만 정리할 생각이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가 둘이 장기여행을 다니는 걸 보면, 저건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둘이 다녀보니 좋은 점이 많다. (싸우긴 피터지게 싸운다. 그래도 붙어 다니는 시간으로 따지면 맞벌이부부 10년 차와 맞먹는 양이니, 이정도면 잘 지내는 편이다.) Happiness only real when shared.



부록_영화_다시 태어나도 우리_20170916

오자마자 상영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엄마, , 여편님 셋이서 봤다. 티벳이 다시 우릴 부른다는 계시였다.


부록_영화_페터슨(Paterson)_20180101

신년 영화제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봤다. 5일제의 따분함을 알리는 영화였다.


부록_독서_불안과 경쟁없는 이곳에서_201711

귀국 후 읽은 여러 책 중에 일과 상관없는 유일한 이야기였다. 매일 딱딱한 글만 읽다가 이런 이야기를 접하려니 잘 들어오지 않았다. 막판엔 재밌게 읽혔다.


부록_독서_녹색평론_149~156

지난 삼개월 독서의 우선순위는 밀린 녹색평론 읽기였다. 끝내기 무섭게 구독 연장한 신간과 2년 연장 사은품이 도착했다. 짚한오라기의 혁명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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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파스(Chiapas)_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 _1001_1011

치아파스, 산크리스토발 모두 나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치아파스 주도가 아래 툭스틀라(Tuxtla Gutierrez)로 바뀌기 전까지는 중심도시였고, 지금도 행정을 제외한 관광, 문화 등에선 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1995년 전설적인 게릴라 사파티스타의 봉기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자료 영상에 점거된 청사가 중심부의 그 건물이다.)

오 년전 홀로 여행했을 때 이곳에서 2주간 머무르며 자원활동을 했다. 한국워크캠프를 통해서 신청한 현지 단체의 이름은 Natate(https://www.natate.org.mx/)였고, 교육용 식물 정원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한국 친구들도 몇 명 있었고, 멕시코 현지 스탭들, 유럽과 미국에서 온 친구들까지 잘 어울려 지냈다. 오전엔 작업을 하고, 아침과 점심은 까사 아르볼(La Casa en el Árbol Instituto Cultural)에서 먹고 (그때도 난 홀로 또르띠야와 팥을 물리지 않고 먹었다.) 오후엔 다시 까사 아르볼에서 스페인어를 배웠다. 그때 우릴 가르쳤던 강사 메모(Memo)는 스페인어 과외 사업을 시작하더니 그 사이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스페인어 강사가 되었다. 저녁엔 Cafe Bar Revolucion에서 살사를 배웠다.


일요일 새벽 터미널에 내리 익숙한 돌길을 보니 기억의 쓰나미가 용솟음쳤다. 지난 여행의 (실질적) 시작과 이번 여행의 종착지는 같은 곳이었다. 시내를 가로질렀다. 새벽까지 클럽에서 논 청년들이 해장하는 듯 이른 아침 거리에서 삼삼오오 타말을 먹고 있었다. 광장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조식 세트를 먹고 다시 숙소로 갔다.


까사 쿠쿨(Casa Kukul)_파란방(Azul)_열흘

마지막 숙소다. 비수기라 그런지 공기방울에 나오는 숙소들의 물가가 한결 저렴했다. 깔끔한 숙소를 들어가보니 쿠쿨이라는 브랜드로 여러 숙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중 정원이 아름다운 숙소에 정원이 잘 보이는 방을 골랐다. 일요일 아침에 가니 일찍 오라던 호스트는 없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와있다. 아직 준비가 안됐으니 아침 먹고 오란다. 근처 카페에 가서 또 차를 마시며 시간을 떼웠다. 한떼의 축제행렬이 지나갔다.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사탕을 던져줬다. 다시 숙소로 갔다. 아직도 청소 중이다. 일하는 분들과 함께 온 아이들과 놀았다. 한국 문양의 연필을 줬다. 하나 갖고 놀다가 잃어버렸다. 다시 하나 줬다.


넓은 방에 개인 창고로 쓸 수 있는 공간도 있고, 화장실도 딸려있다. 새벽에 좀 춥긴했다. 오전마다 청소를 해준다. 일층에 세탁기가 있어 빨래도 해준다. 거실은 별도 사업(코워킹스페이스)을 위해 준비 중이다. 주방도 넓긴한데 약간 어둡다. 커피나 내려 마시고 (콜롬비아에서부터 들고 다니던 모카포트는 손잡이가 날아가서 기증했다.) 과일이나 썰어 먹고, 라면 한 번 끓여먹고 말았다. 대부분의 끼니는 밖에서 해결했다.

규칙적으로 오전에 나가서 돌아다니다 들어와서 낮잠 자고, 저녁 먹으러 다시 나갔다. 머문 시간도 별로 없고, 옆방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교류가 없었다. 어느 날은 잠을 설치기도 했다. 절대 귀국에 따른 긴장감이 아니다. 살 좀 빼보겠다고 저녁 적게 먹었다가 속쓰림에 설친 것 뿐이다. 밤에 일어나 빵이나 우유, 바나나를 먹었다.


워킹투어_1004

https://www.facebook.com/freewalkingtoursancristobal/

산크리스토발에 프리워킹투어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어지간한 도시에 다 있긴하다.) 알차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매일 아침 10시나 오후 5시에 광장 십자가에서 모인다. 요일별로 가이드 봉사를 돌아가면서 한다. 원래 산크리스토발 출신이 대부분인데 오늘은 폴란드 출신으로 장기체류 중인 언니다. 모인 사람들은 우릴 빼면 다 유럽, 미국 사람들 같았다.

중간에 Casa del pan에서 쉬면서 간식을 먹는 것 빼곤 3시간을 부지런히 다녔다. 광장, 시장은 물론 곳곳의 좋은 카페와 식당도 추천해줬다. (그런 게 그려진 지도도 준다.) Iglesia del Cerriloo 가 있는 광장에 갔다. 여기서 토요일 밤에 이웃들과 타말을 나눠먹는다고 했다. (토요일에 가보니 허허벌판 아무도 없었다.) 어느 정글같은 박물관도 보여줬다. 사파티스타 관련 물품을 파는 가게도 들렀다. (숙소 근처였다.) 하이라이트는 치아파스 전통술 포쉬(Pox)를 마시는 것이다. 바로 들어가니 마침 비가 쏟아졌다. 밖에선 다국적기업의 석유독점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코카콜라는 치아파스의 좋은 물로 코카콜라를 마구 찍어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약간 싸게는 판다.) 술은 진하고 맛있었다. 마지막엔 정작 이 술 대신 다른 술을 사왔다.


아나 만남_1003

치아파스엔 반가운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거의 일년 전, 터키에서 후와 함께 만난 아나(Ana). (터키 유람기_3_파묵칼레와 에페수스_http://cordon.tistory.com/139) 자칭 치아파스의 딸, 치아파스 홍보대사인 아나는 유럽 여행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미국에서도 오래 머물다 쿠바도 두 번 갔다가 때마침 치아파스로 돌아왔다. 집은 툭스틀라(예전엔 공항에서 일했다.)에 있어서 우리도 산크리스토발 가기 전에 툭스틀라를 들를까 고민했었다. 정작 아나는 어차피 산크리스토발에 자주 온다고 했다. 산크리스토발엔 이탈리아 사람이 피자를 만들고, 치아파스 각 지역의 공예품도 다 모이니 쇼핑하기도 좋아서 툭스틀라 사람들도 자주 온다고 한다. 이날도 마침 엄마와 함께 산크리스토발에 왔다며 급연락이 닿았다.

과달루페 거리(Real de Guadalupe)의 카카오나티바에서 만났다. 아나 엄마는 잠시 인사를 나누고 먼저 집으로 갔다. (아나는 집에서 카우치서핑을 오래 전부터 해서 각지의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고 했다. 엄마는 아나가 또 누굴 집으로 데려올까봐 겁났을 수도 있다.) 사실 아나의 동생이 산크리스토발 시장 등지에서 수공예품을 구해다 좀 더 가공해서 미국 등에 온라인으로 판다고 한다. (https://www.instagram.com/sosa_caustica/)그 물건들을 구하러 왔다. 동그란 전통 가죽가방도 샀다고 자랑했다. 그간 지낸 얘기, 여행 얘기, 산크리스토발 주변의 볼거리, 먹을 거리, 앞으로 할 일 등등 이야기를 나눴다. 잠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는데 재미가 있어서 더 할 생각이라고 했다. 여행 내내 여편님이 들고 다니던 비단천으로 만든 공기를 일년 반만에 드디어! 선물로 줬다. 툭스틀라에 뭐가 있냐고 하니 동물원을 적극 추천했다. 동물을 가둔게 아니라 보호구역처럼 해놓고 구경하는 느낌이고, 치아파스 내에서 사는 동물들만 모여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툭스틀라는 구경가지 못했다.


요리수업_1004_https://www.eltzitz.com/

워킹투어에서 요리수업 정보도 얻었다. 고대고대하며 메일을 보냈다.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가보니 어학원이었다. 수업은 별도로 가정집에서 한다고 했다. 알려준 주소의 파란 대문집을 찾아갔다. 치카(이름이 기억 안난다.)가 우리를 맞아줬다. 집은 엄청 좋았다. 물론 그녀의 집은 아니다. 어학원 사장으로 추정되는 독일 할망의 집인 것 같다. 주방도 트이고, 쾌적하고, 테라스도 따뜻하고, 다 원목이고, 정원의 잔디와 꽃, 나무도 아름다웠다.

집에는 애들 두 명이 놀고 있었다. 하나는 치카의 딸이고, 하나는 딸 친구라고 했다. 9월 지진 때 파손된 학교가 아직 복구가 안되서 숙제만 내준다고 한다. (애들은 살판났다.) 종종 애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단다. 수업 방해 안하고 잘 논다.


본격적인 수업 내용은 어제 직접 복습하신 여편님이 쓴다. 안쓴다.

우선 요리하며, 먹으며 마실 주스를 만들었다. 분말가루가 준비되어있다. 주황색쌀음료다. 무려 세 가지의 살사를 만든다. 자주 먹는 과카몰레, 초록살사(Salsa verde), 붉은살사(Salsa rojo). 과카몰레는 쉽다. 아보카도 까서(중남미 반년이면 아보카도 해체하는 건 도마도 필요없다.) 으깨고 토마토, 양파, 라임 같이 으깨면 끝이다. 초록살사는 초록토마토와 파랗고 매운 고추 몇가지를 같이 넣고 끓인다. 붉은살사는 토마토, 양파, 마늘, 말린 고추를 팬에 굽는다. 그걸 통으로 간다. 고기 삶은 물도 조금 넣는다.

주요리로 소고기를 삶는다. 쭉쭉 찢는다. 장조림이다. 호박꽃도 손질한다. 꽃 밑둥의 튀어나온 것들은 먹는 게 아니라고 한다. 양파 등과 가볍게 볶아준다. 와하카치즈 쭉쭉 늘여서 또르띠야에 싸먹으면 된다.


대망의 또르띠야도 만든다. 많은 옥수수 중 푸른 옥수수가 준비되어 있다.먼저 옥수수 알을 네 다섯 시간 불린다. 그리고 석회가루를 약간 넣고 삶는다. (석회가루를 넣으면 옥수수 껍질이 잘 벗겨진다.) 이런 과정을 거친 옥수수가 준비되어 있다. 떡빻는 기계 같은 것에 넣고 빻는다. 두 세번 거쳐야 곱게 빻아진다.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서 반죽 누르는 도구(나무)에 넣으면 만두피처럼 얇고 넓어진다. (결국 우린 이 도구를 사서 들고왔다.) 그리고 석회칠해진 판에 굽는다.

준비한 음식을 테라스의 식탁에 차린다. 진짜 또 배가 터져라 먹었다.


Punto y Trama_1009_1010

더 이상 뭘 배울 의욕도 없고, 떠날 날이 다가오던 토요일, 여편님이 뽐뽐 수업을 발견했다. 뽐뽐(폼폼, Pompones)은 중남미 곳곳에서 볼 수 있는(페루, 볼리비아 알파카들이 두르고 다니고, 산크리스토발에선 시장 곳곳에서 파는) 동그란 실뭉치 이은 것이다. 이틀 동안 세 시간씩 배운다고 했다. 일요일에는 안한다. , 화 오후에 이걸 배우겠다고? 수요일 새벽에 떠나는데? 여편님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을 보였다.

난 그 시간에 카페에서 놀고 있었으므로 설명은 생략한다.


*여편입니다.

마지막 여행지라 보니 그동안 억눌렀던 구매 욕구가 불꽃솟듯 솟았습니다. 하지만 다 사갈 수는 없는 법. 그러던 중 만들기를 배우면 가서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뽐뽐’을 배웠죠!

뜨개질이나 다른 직조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편이어서 이게 한국에도 있는지 몰랐는데 있더군요. 게다가 쉽게 만들 수 있는 ‘폼폼메이커’도 있더라구요!

하지만 치아파스에서는 그냥 살사병에 실을 둘둘 말아서 그걸 쏙 빼서 가장자리를 가위로 죽 잘라 실로 묶어서 그걸 또 가위로 사각사각 다듬는 걸로 폼폼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필요한건 실, 가위, 살사 병이었죠.

엮을 줄도 만드는 걸 배웠고 하트모양으로 자르는 것도 배웠습니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하겠다는 저의 의지는 이렇게 꺾여, 두달 반이 지난 지금도 방산시장을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현실과 날씨는 이렇게 가혹하구나 생각합니다.


Iglesia de Guadalupe_1005

Real de Guadalupe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우리 숙소로 빠지는 길이 있고, 더 쭉 가면 커다란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을 올라가면 과달루페 성당이 있다. 흥겨운 찬송가가 한창이다. 사실 이 언덕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성당 오른쪽으로 가면 La Maldita Cafe가 있다. 여기 테라스가 전망이 죽인다. 간단히 허브티 하나 시켜놓고, 일몰을 감상했다. 그나마 이 계단 오르내린 것이 산크리스토발에서 우리가 한 운동의 전부다.


과달루페 거리(Real de Guadalupe)_까르멘 대문(Arco Torre del Carmen)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Real de Guadalupe는 차도 안다니고, 주변 골목골목까지 식당과 상점이 이어져서 걷기만해도 재미가 있다. 많은 식당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장사를 하니 근방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했다. 카페에서 사람 구경도 했다.

오래 앉아있으면 원주민 할머니, 아이들이 이것저것 들고와서 사라고 한다. 대부분 시장에도 있는 거라 살 생각은 안하게 된다. 정중히 거절해도 자꾸 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아이가 물건이 아니라 물이 마시고 싶다고 해서 마시던 물을 줬다. 지진 때문에 학교를 안 가서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원래 학교를 못 가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고, 굳이 경제사정이 괜찮아도 친구들따라 팔러 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 한편에선 각지에서 모여든 히피들이 자기들 물건을 판다. 정작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은 이쪽이다. 누군 정말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게 없어서 흔한 물건을 판다. 누군 가진게 너무 많아서 다 버리고 이 저렴한 물가의 혜택을 보면서 트랜디한 물건을 판다. 주절주절

까르멘 대문이 있는 쪽은 좀 더 고급지다.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옷 가게들이 오래된 건물 안에 들어차 있기도 하다. 여기도 주말, 저녁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근처에 문화센터(Centro Cultural El Carmen)와 전시관도 있다. 전시는 못봤다.



나머지는 먹고 마시고 사는 이야기다. 산크리스토발에서 물갈이를 했다거나, 길이나 시장통에서 막 집어 먹었다가 탈났다는 사람이 많아서 가능하면 괜찮아보이는 식당에서만 먹었다. (물론 시장에서 과일이나 옥수수 등 간식은 사먹었다. 우린 그간 이 근방 음식과 균에 적응해서 별탈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침은 동네 근처나 과달루페 거리 외곽에서 먹었다. 주로 또르띠야에 스크램블 에그를 겻들여서 먹었다. (멕시코 스타일) 따말(Tamal, 각종 고기, 야채를 넣어 찐 것) 세트도 만족스러웠다. 멕시코 따말은 콜롬비아랑 달리 크기가 작고, 내용물도 더 담백하다. 당연히 아침부터 후끈하게 살사랑 먹는다. 근처에 또 무슨 베지터블 식당이 있었다. 점심 메뉴인 커리를 시켰는데 그때야 조리를 시작했다. 맛은 있었으나 그거 먹자고 하루를 버릴 순 없었다. 진짜 맛있는 로컬 타코 식당이 있었다. 바베큐를 또르띠야로 돌돌 말아주는 Taquita가 주메뉴다. 지날 때 마다 성황이라 한 번 테이크 아웃해서 먹었다. 맛있었다.


파차마마(Pachamama)

첫날 점심을 찾아 돌아다니다 발견했다. 5년 전에 하루 머물던 호스텔 주인이 추천했던 식당이다. 햄버거, 피자 등을 파는데 당연히 멕시코식이다. 야채버거도 맛있었다. 피자도 푸짐했다. 길가 테이블에서 사람 구경하며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파차마마는 어디서 들어도 친근하다. Gracias pachamama por estas comidas.


엘 깔데로(El Caldero)

첫날 터미널에서 광장을 가면서 발견했다. 좋아보였다. 나중에 찾아가니 대박 맛집. 아나도 추천하는 곳이었다. 깔도, 국밥집이다. 내용물이 어마어마해서 전골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프리미엄 해산물 깔도가 맛있다. 백숙도 먹었다. 최적 조합은 깔도 하나 시키고, 따코를 몇 개 추가해서 먹는 것이다. 또르띠야가 찰져서 따코도 깔끔하고 맛있다. 3번 넘게 먹은 우리 단골집이었다.


라 루페(La lupe)

과달루페 거리를 걷다보면 바로 눈에 띄는 집이다. 화려한 옷을 입은 언니들이 메뉴판을 보여준다. 그냥 비싸기만 한 줄 알았는데 맛도 있는 곳이었다. 고급 한정식집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큰 장점은 각종 살사와 할라피뇨, 노빨 등을 샐러드바에서 맘껏 떠다 먹을 수 있는 점이다. 화지타, 퀘사디야 같은 무난한 요리를 먹었다. 개방형 주방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준다. 깊은 맛이 난다. 가게 내부도 전통전통하다. 단점은 아저씨들이 끊임없이 술 더 안시키냐고 보채는 것이다.


엘 따콜레토(El Tacoleto)

테디커피 아시아리코 안쪽에 있는 따코집이다. 깔끔하고, 브로콜리 볶음도 있어서 따코와 궁합이 잘 맞았다. (따코 메뉴만 두 개 시키면 또 배터져 죽는다.)


엘 보니(El Bony)

집에서 나가다 발견한 새우집이다. 이 산골에서도 새우를 먹을 수 있다니. 일요일 아침 브런치로 출격했다. 어리버리한 직원의 실수로 새우칵테일(Cocteldecamaron, 커다란 잔에 새우와 야채, 살사를 부은 것)가 큰 거 작은 거 두 개, 문어 볶음이 하나 나왔다. 또르띠야는 한참 뒤에야 나왔다. 태평양 건널 때까지 새우 생각이 안나게 먹었다.

콜로체(Coloche)

분위기 전환을 위해 파스타도 먹으러 갔다. 아시아 음식으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파스타와 샐러드, 와인을 겻들였다. 간만에 식당에서 차분함을 느꼈다. 근처에 멕시코 와인을 파는 곳이 있어서 한 병 사서 숙소에서도 마셨다.


롤과 스시_아시아리코(Asiatico)

여편님이 초밥이든 김밥이든 안 먹으면 죽겠다고 해서 집 근처의 요이 스시를 발견했다. 심지어 1+1 행사라 하나 가격에 롤 두개를 샀다. 이건 김밥도 롤도 아닌 것이 한 줄에 밥 네 공기는 들어갔을 정도로 꾹꾹 눌러쌌다. 이렇게 사단이 난데에는 사연이 있다. 산크리스토발엔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아시아 음식도 괜찮은 곳이 많다. 첫날 찾아간 태국 식당은 휴가 중, 그래서 찾아간 아시아리코도 휴가 중이었다. 우리가 떠나기 전 마침내 아시아리코가 문을 열었다.

사장이자 쉐프님은 한국 분이셨다. 롤을 말아주셨는데 우리가 상상한 그 맛, 아니 일본에서 먹은 것 다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아보카도 롤에는 아보카도가 잔뜩, 새우롤에는 새우가 잔뜩 멕시코 식재료와 그의 솜씨가 환상적인 조화였다. 점심부터 롤 두 개에 볶음밥 하나를 먹고 말았다. 지진 때문에 휴가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셨다고 한다. 대신 전설의 과테말라 럼과 근처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아시아 식당을 또 추천해주셨다.


추천해주신 식당을 찾아갔다. 라멘 말고도 팟타이 쌀국수 등의 메뉴를 팔았다. 라멘을 먹었다. 면을 직접 뽑는 곳이라고 했다. 두부 디져트도 줬다. 두부도 직접 만든다고 했다. 맛있었다. 또 먹고 싶었다. 아쉽게도 월, 화를 쉰다고 했다.


(사생활 등을 생각하여 쓸까말까 했으나, 테디 빼고 산크리스토발 여행기를 쓰면 너무 허전할 것 같았다.)

Teddy’s Coffee Factory_https://www.facebook.com/Teddys-Coffee-Factory-743368225792028/

태국 식당에 아시아리코까지 휴가라고 절망하던 차, 바로 옆에 꼬미다 꼬레아(한국음식, Comida Corea)가 보였다. 그런데 식당 이름은 테디 커피다. 다음날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 한국음식을 팔긴 파는 듯하다. 돌진하는 여편님을 막을 수 없었다. (난 귀국이 코앞인데 또르띠야 한 장이라도 더 먹어야 했다.) 어리버리한 직원을 제치고 사장님이 우리를 맞아주셨다. 김치도 더 주셨다. 비빔밥과 라면을 시켰다. 맛있게 먹었다. 원래 카페 가서 커피를 마시려다가 라면의 열기를 바로 지우기 위해 커피를 시켰다.

프렌치 프레스로 바로 진하게 내려서 고풍스러운 잔에 담아줬다. 일반 식당의 커피 맛이 아니었다. 여운을 즐기고 커피 맛있다고 하니, 사실 남편 분이 근처에서 커피 공장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식당 이름이 테디의 커피 공장인 것이다. 콜롬비아에서부터 커피에 빠져서 귀국길에 생두를 좀 가져가볼까 한다고 하니,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일반 카페나 커피 볶는 집에서도 생두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며칠 뒤 아침에 가게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사장님과 테디, 푸른 눈의 개 블루까지 차를 타고 공장으로 갔다. 공장은 시내에서 살짝 외곽에 있었다. 간단히 공장 구경을 하고, 직원이 커피를 한 잔 내려주었다. 콜롬비아 커피였는데 역시 품격있었다. 치아파스 커피는 멕시코 내에선 최고로 꼽히지만 세계적으론 그리 유명세를 타지 못한다. 실상 유명한 과테말라 안티구아와 같은 산맥이라 품질이 더 좋은 경우도 많고, 가격은 저렴해서 이걸 사다가 과테말라 커피라고 속여서 파는 업자들도 있다고 했다. 와하카에서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테디의 커피 설명에 부지런히 아는 척을 할 수 있었다.

생두를 부탁드리니 Caracolillo(피베리라고 알려진 커피 체리 하나에 생두가 하나만 들어간 커피), SHG Organico(치아파스 유기농 커피는 유기농 커피 중에선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Marago Blend(Elephant, 코끼리 원두라고도 불리는데, 크기가 크다는 거지, 코끼리똥 커피는 아니다.)를 조금씩 골라주셨다. (말도 안되는 가격만 받으셨다.)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또 식당에 가서 치킨을 먹었다. 먹고 나서 테디, 사장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훈훈한 시간이었다. 떠나기 전 다 읽은 책 한 권을 드렸는데 또 원두를 500그램이나 주셨다. (이것도 더 사올걸 후회할 정도로 볶은지 한달이 지나도 맛있었다.)


카라히요 카페(Carajillo Café)_http://carajillo.mx

테디 커피를 만나기 전 과달루페 거리의 많은 카페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다. 한쪽엔 카페가 있고, 다른쪽엔 토스타도르(TOSTADOR, 로스터)도 있다. 여기 토스타도에서도 생두를 판다고 했지만 볶은 원두랑 같은 가격을 받는다고 했다. 우선 San Pedro 원두를 사서 숙소에서 내려 마셨다. 신기하게도 좀 식으면 아몬드즙 같은 고소함과 든든함이 밀려왔다. 카페에선 TYC라는 이름의 블랜딩 커피를 팔았다. 블랜딩인데도 여러가지 오묘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떠나기 전 토스타도에서 TYC와 부르봉(BOURBON Y CATURRA) 원두를 샀다. (170페소) 둘다 훌륭했다. 인기가 많아 토스타도에서 볶은지 하루 이틀 밖에 안된 여러 종류의 원두를 구입할 수 있다.

멕시코 커피의 성지답게 블루커피 등등 좋은 카페와 토스타도가 많지만 테디와 카라히요 커피 마시기에도 바빴다.

하지만 얼마전 산크리스토발에도 스타벅스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속상했다. 연대와 투쟁의 치아파스 인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관광객들이 많은 곳이라 성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열발자국만 걸어가면 풍미도 신선도도 최고인 커피들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즐비한 곳, 산크리스토발라스카사스 다.


Cacao Nativa

치아파스 카카오 체인점이다. 과달루페 거리 초입에 있는 곳을 애용했다. 분위기도 쾌적하고, 핫쵸코도 진하기별로, 우유 있이 없이 가능했다. 오후 5시쯤 살짝 추워질 때 저녁의 열기를 고조시키기 딱이었다. 시장에서 카카오 구할 길이 없어 여기서 파는 100% 카카오 500그램(230페소)을 사왔다. 와하카에서 산 것만큼 신선하지 않았다.



Mercado de Artesanias de Santo Domingo

광장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만나는 시장이다. 그간 수 많은 공예품 시장을 가봤지만, 관광객 대상으로 한 시장 중에 최고다. 워킹 투어로 간 이후 근처를 지날 때마다 종종 들렀다. 보면 볼수록 집집마다 다른 특색이 보인다. 와하카처럼 여기도 주변 마을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대부분의 공예품들은 하나하나 마을에서 직접 만들어 온 것이다. 호박같은 보석도 판다. 주위엔 박물관과 성당도 있는데 지진 우려로 운영하지 않았다. 고심고심 고심 끝에 새와 꽃이 수 놓아진 쿠션 커버 2450페소, 식탁용 깔개 4600페소, 유니콘/투칸/돼지/다람쥐 인형 250페소, 개량한복 느낌의 티셔츠 150페소, 뽐뽐과 카메라 넣을 손가방 등 225페소를 썼다. 모두 충실히 거실과 식탁을 장식하고 있다. 마침 집중 쇼핑의 날이 주말이라 적당히 지를 수 있었다.


Mercado Jose Castillo Telemans_1005

산토도밍고 시장 위로 가면 가까운 일반 시장이 있다. 겉으로 보기보다 들어가보면 시장 규모가 크다. 각종 과일, 야채, 고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것을 판다. 우린 요리수업에 봐둔 살사의 재료들을 찾았다. 이왕이면 씨로 구입해서 한국에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토종 씨앗은 없었다. 대부분의 고추 씨앗은 이미 거대 종자회사들에서 파는 것이었다. 역시 수확해도 거기서 다시 씨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사봤다. 돌아다니면 닭과 칠면조들이 진을 치고 있다. 어떤 아주망들은 닭을 거꾸로 해서 닭다리를 잡고 있었고 닭은 꼼짝않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외곽 마을에서 손으로, 자전거로, 차로 데리고 온 아이들이다. 나오는 길에 보부상에게 또르띠야 누르는 도구 35페소, 나무 주걱을 5페소 주고 샀다. 가게의 반값이다.

시장 외곽에는 여러 마트가 있다. 마트에 들어가서 우리가 사랑한 Sanissimo 옥수수 비스켓을 샀다. 귀국길 공항에서 간식으로 먹고, 한국 와서 엄마들 맛보여드렸더니 당장 다 내놓으라고 했다.


Merpo Sur_1007

와하카 식탁 깔개와 법랑컵과 그릇에 대한 미련이 남아 더 일상적인 걸 찾고자 큰 시장으로 갔다. 콜렉티보를 타고 갈 수 있다. 아빠 일 도우러 나왔는지 차장 어린이의 눈빛에 책임감이 초롱초롱했다. 시장이 끝도 없이 이어진 곳이었다. 정말 다양한 것을 팔았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우리 기준, 시골에서 책가방, 나일롱 츄리닝 등을 사러 오는 느낌이다.) 청과물 시장에 가면 진짜 어마어마한 양의 토마토와 바나나를 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나름 재밌는 곳이다. 간식으로 망고와 옥수수를 사먹었다.


Mercado de Dulces y Artesanias Ambar_1007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산토도밍고 시장과 큰 차별점이 없다. 실내에 좀 더 쾌적하게 정리했다는 정돈데 눈에 띄는 물건은 없었다.




네미 사파타(NEMI ZAPATA)_http://www.nemizapata.com/

워킹투어 때 들른 곳이다. 사파티스타와 관련된 굿즈를 판다. 특히 칠레 화가 BEATRIZ AURORA가 아기자기한 그림톤으로 그린 그림들을 자석, 엽서, 포스터의 형식으로 파는 게 매력이다. 세계평화 등의 메세지가 멕시코의 토속적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있다. 자주 들르며 자석, 엽서 포스터 등 300페소 어치를 샀다.

과달루페 거리에도 사파티스타 굿즈를 파는 곳들이 몇 개 있다. 그 중 여성 사파티스타 굿즈 가게에서 여편님은 붉은 에코백을 하나 샀다. SIN MUJER NO HAY REVOLUCION, 여성 없이 혁명없다. 자본주의는 마초라고 했으므로 맞는 말이다.


엽서 쓰기

시내 가게에서 파는 엽서들은 별로 시원치 않았다. 다행히 네미 사파타에서 좋은 엽서를 대량 발굴했다. 엽서 하나 보내겠다고 해놓고 미루던 곳들에 일괄 배송했다. (모두 다 한달 남짓, 우리보다 늦게 잘 도착했다. 엽서 배송비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서점_Librería Chilam Balam & Abuelita Books

시내에도 여러 서점이 있다. 광장 바로 윗쪽에는 Librería Chilam Balam가 있는데 일반 서점이면서도 멕시코, 치아파스 관련된 서적도 많이 비치되어 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 중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걸 기념으로 샀다. 350페소. 대신 네루다의 시집은 헌책방 Abuelita Books에서 샀다. 오 년 전에도 여기서 쿠바 가이드북을 샀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주인이 치아파스 시집이라며 엄청 낡은 종이 덩어리를 줬다. 나중에 길거리의 다른 서점에도 마구 비치된 걸로 보아 숙소에 기증하고 왔다. 그 외에 아기자기한 서점이 또 있었다. 프리다 그림책을 사오는 걸 깜빡했다.


그 외 길거리 상점들에서 과테말라 럼(ZACAPA RUM, 정가 1000페소, 멕시코시티 공항 면세점에서 30% 할인에 1+1 할인 중이었다. ) 아디다스 모양의 또르띠야 티셔츠 2360페소, 집 근처 가게에서 범낭컵 4, 각질 제거용 천연 목욕솔 4개 등을 샀다. 동주전자, 동후라이팬을 파는 가게도 있었다. 동후라이팬이 로스팅에 그렇게 좋다는데 아쉽다.



정신없이 쇼핑을 하고, 떠나기 전날 짐을 쌌다. 대략 한 시간이 걸렸다. 호스트에게 내일 공항 가는 셔틀이 새벽 5시로 당겨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산 크리스토발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어 곧 도로가 통제될 예정이라고 한다. 더 알아볼 사이도 없이 인터넷이 안됐다. 약간의 불안감 속에 일찍 잠이 들었다. 다행히 셔틀은 5시에 집 앞으로 왔고, 질풍같이 툭스틀라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체크인까진 한참 시간이 남았다모던한 공항을 배경으로 꼬깃꼬깃 비닐에 싸온 아보카도와 파파야, 바나나를 실컷 먹었다. 나도 여편님처럼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일기장은 1011일부터 하얗다.



부록_영화_다니엘 블레이크

귀국 동기부여를 위해 봤다. 빡침이 끊임없이 빡치는 세상이다.


부록_도서_마르코스_21세기 게릴라의 전설_베르트랑 데 라 그랑쥬_박정훈_휴머니스트

콜롬비아에서 읽었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부사령관 마르코스에 대한 이야기다. 다소 비판적으로 마르코스와 사파티스타 운동을 다뤘다. 지금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http://enlacezapatista.ezln.org.mx/


부록_도서_비아캄페시나_세계화에 맞서는 소농의 힘

중남미를 중심으로 전개된 농민운동 이야기다. 사람보다는 단체와 관련된 이야기라 생각보다 흥미가 덜했다.

https://viacampesina.org/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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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전주, 맛의 보고다. 멕시코시티에서 맛에 눈을 뜬 우리는 주저없이 와하카로 향했다. 가는 길은 평탄했다. 버스는 안락했다. 오랜만에 보는 뻥 뚫린 교외의 풍경이다. 유명한 푸에블라 화산을 봤다. (며칠 뒤에 터진다.) 와하카 터미널에 도착했다.


와하카(Oaxaca de Juarez)_0918_0930

와하카 주의 주도이다. 그런데 그냥 와하카, 와하카시티로도 많이 불린다. 버스도 와하카 가는 버스는 와하카데후아레즈로 간다. 가운데 네모난 올드타운 구역이 있고, 그 구역 너머에 월마트를 포함한 마트들, 우리가 머물렀던 약간 부촌 등이 있다. 멕시코 전역은 물론, 와하카 주 내의 다른 마을로 가는 교통편이 많다. ADO 버스 터미널도 시내에 있어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숙박_까사 기기_한채_2

귀국도 확정된 마당에 숙소에 돈 아낄 이유가 없었다. 중심가는 아니지만 침실과 거실, 부엌으로 구성된 집을 공기방울로 빌렸다. 방 한 두개 빌려주는 곳은 아니었다. 정원을 중심으로 대문쪽은 주인집이 쓰고, 안쪽 1,2층의 여러 방을 빌려주는 모양이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에 다른 게스트는 없었다.) 연락한 기기 말고도 부모님이 운영을 돕는다. 정원도 예쁘고, 고양이도 몇 마리 돌아다니고, 주인 가족도 잘 챙겨주고, 집도 이층이라 밝고 조망이 좋았다.

집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은 창문으로 비치는 정원을 바라보며, 밀린 여행기를 쓰는 일이었다. 여편님이 실컷 주무신 덕분에 콜롬비아, 쿠바의 여행기를 여기서 쓱싹 썼다. 도착 다음날 큰 지진은 느끼지 못했고, 토요일 아침에 지진이 나는 바람에 여편님을 깨워 마당에 모여 진동을 느꼈다. TV가 있어 뉴스도 보고,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봤다. 책도 부지런히 읽었다. 아침에 문 열어 놓고, 거실 테이블에 앉으면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과 새소리 운치가 장난아니다.

아침은 주로 주변의 빵집에서 구입한 빵이나 시장의 또르띠야, 포장해서 파는 과일(시장이나 집 앞, 망고, 파파야, 파인애플 등)과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를 먹었다. 점심은 외식을 하고 저녁은 대부분 숙소에서 만들어 먹었다. 멕시코시티에서 먹어본 호박꽃 퀘사디야도 만들어보고, 새우화지타도 만들어 먹고, 바질 패스토로 파스타도 먹고, 버섯을 듬뿍 넣은 알람브라도 시도했고, 시장에서 파는 와하카 소세지(멕시칸 분홍색인데 맛이 없다.)도 볶아봤다. 제육볶음, 된장찌개, 짬뽕 등도 만들어 먹었다. 가장 빛이나는 식재료는 쭉쭉 늘어나는 와하카치즈(Queso Oaxaqueño)와 다양한 종류의 버섯이었다.


교통_시내/시외 버스

숙소에 머문 시간이 많았지만 나름 부지런히 시내를 왔다갔다했다. 보통 시내를 갈땐 걸어갔다가 안쪽 깊숙이 들어가버리면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물어물어 버스 타는 곳을 찾아냈고, 여편님은 능숙하게 병원이나 Inegi로 가는 걸 잡아탔다. 요금도 저렴하다.

교외로 나갈 때(Teotitlán del Valle 갈 때 딱 한 번 탔다.)는 야구장(Estadio Eduardo Vasconcelos)에서 그쪽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그간 남미에서 탔던 목적지만 덕지덕지 붙어있던 시골 시외버스(콜렉티보 ㅂㄷㅂㄷ)를 생각하면 매우 쾌적하고, 겉에 페인트칠도 체계적으로 되어있다.

주변_Reforma_Plaza Parque

우리 숙소 주변을 보통 레포르마(Reforma, 리폼? 재개발?)라고 불렀다. 숙소에서 은행과 슈퍼있는 쪽으로 가니 떡하니 신생 쇼핑몰이 있었다. 별다방, 나잌, 사과가게 등이 있다. 안에 대형마트는 없다. 와하카가 장기체류의 명소로 부상하면서 부자들이 많이 생겼나? 사람들이 많다. 굳이 여기서 밥을 먹고 싶진 않았다. 종종 둘러보기만 했다.나름 부촌인 것 같아 은행과 서점도 있고, 맛있는 식당도 많았다. 집 옆엔 와하카 것을 비롯해 각종 수제맥주를 파는 곳도 있었다. 한 번 먹었다. 맛은 있었으나 매우 비쌌다. 일반 맥주만 파는 점방도 있어서 자주 애용했다. 여편님의 감기 기운도 말끔히 나아서 코로나를 실컷 마셨다.


시장_Mercado Hidalgo

숙소에서 가까운 시장이다. 크진 않아도 갖출 건 다 갖췄다. 신선한 야채과일 가게를 주로 이용했다. 주인이랑 눈이 익어서 얘기도 하고, 버섯도 추천받는 사이가 되었다. 스페인어 잘 한다고 칭찬받았다. 정육점에 고기 사니까 앞에 아줌마가 김치 안다고 했다. 입구에선 또르띠야와 살사를 파는 아줌마가 둘이 있다. 한 아줌마가 장사를 잘한다. 또르띠야와 살사를 사다두니 아침에도 저녁에도 먹기 편했다. 식당가에선 먹어보지 않았다. 앞에서 가끔 길거리 음식을 판다. 또르띠야 안에 밥이 있고, 거기에 양념을 끼얹은 김떡순 같은 조합을 줬다. 둘다 하나씩 먹었다가 배불렀다.


슈퍼_CHEDRAUI, BODEGA, SORIANA

근처 슈퍼가 시원치 않아 대형마트를 찾았다. 거리가 좀 멀어서 삼사일에 한번씩 갔다. 체드라우이가 수입식품 코너가 잘 되어 있어서 애용했다. 나초도 5가지 넘게 팔아서 멕시코 마트는 재미가 있다. (시식도 가능하다.) 해산물도 여기가 더 싱싱했다. BODEGASORIANA가 집에서 더 가까웠지만 수입코너가 부실해서 잘 안갔다.


주변_식당

첫날 저녁엔 근처 슈퍼도 시원치 않고, 어두워지니 식당도 잘 안보였다. 진성갈비 느낌이 나는 곳에서 간단히 소고기 구이와 국을 먹었다(이렇게만 시켜도 배터진다.). 점심 먹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근처 식당 가면 수프와, 고기까지 푸짐하게 저렴하게 줬다.

이 동네 길거리 음식 중에 가장 매력적인 것은 소머리타코였다. 머리고기 삶은 걸, 또르띠야에 듬뿍, 간결하게 내줬다. 꿀맛이라 두 번 먹었다. 그리고 와하카에서 먹은 음식, 아니 멕시코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건, 시외버스 타러 가다 발견한 따끼또(TAQUITO)집이다. 간판도 없이 아침, 점심 장사를 하는 집인데 입구에서 아줌마가 가열된 은색 판에 또르띠야를 반죽해서 굽고 있다. 다양한 속재료들이 있어서 하나 당 10페소씩인 따끼또는 타코보다 좀 더 묵직하다. 제육볶음이나 노빨볶음 등이 핵맛이다. 거기에 음료수도 서비스로 준다. 오이로도 음료를 만든다.


Saludable

근처에 있는 깔끔한 식당이다. 브런치 메뉴를 파는데 충격적으로 양이 적었다. (멕시코 기준) 나름 건강을 생각한 집이다.


Taqueria Flamita Mixe

병원 앞에 있는 식당이다. 병원 직원, 학생들이 단체로 찾는다. 알람브라와 바베큐를 시켰다. 진짜 푸짐하고, 살사도 여러가지로 맛있다. 학교 앞 사랑분식느낌이다.


Marisquería Don Ramón

집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해산물식당이다. 밀또르띠야인게 아쉽지만 (다 깊은 뜻이 있겠지) 새우타코는 푸짐하고 맛깔난다. 다른 요리도 맛있어서 점심부터 북적인다.


Caldos Los Cuchos

계속 지나치다가 마지막날 고심 끝에 들어간 집이다. 이름대로 깔도(수프)가 메인인 곳이다. 규모가 크고, 사람도 많다. (전주국밥?) 그간 일반 식당에서 먹은 수프는 대부분 그냥그랬다. 역시 국밥은 국밥집에서 먹어야 했다. 멕시코 국밥은 또 다양한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산크리스토발에서 국밥을 애용하는 디딤돌이 됐다.


이제 시내 이야기다.


시내_관광정보센터(Secretaria de Turismo)_0921_http://www.oaxaca.travel/index.php/en/

도착 다음날 시내로 가서 와하카에서 할 관광정보를 뒤졌다. 가장 열정있던 요리수업을 알아봤다. 유명한 Casa de los sabores, Season of my heart를 가봤다. 모두 가격이 비쌌다(1500페소?). 우리 같은 배낭여행객을 타겟으로 하는 수업이 아닌 것 같다. (우린 단체 맛원정대가 아니다.) 주변에 천연염색 하는 곳이나, 시골 또르띠야 만드는 곳, 메스칼 공장 투어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를 세밀하게 보는 투어는 별로 없었다. 하루에 몽땅 거기에 유적 몇 개(돌덩이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까지 다 둘러본다고 했다.

다음날 허탈한 마음으로 시내를 가다가 여편님이 관광정보센터에 가보자고 했다. 앞에 사람들이 진득하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리 차례가 왔다. 직원이 우리의 고민을 정확히 이해했다. 우선 버스를 타고 Teotitlán del Valle에 가면 직물 작업하는 곳과 메스칼 공장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직접 전화해서 담당자에게 예약도 해주었다. 다녀와서 또 오면 저렴하게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곳도 주선해주겠다고 했다. (결국 요리수업은 하지 않았다.) 이땐 열정이 넘쳐서 주변의 관광안내 책자도 다 가져왔다. (결국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Teotitlán del Valle_0921

시내 더 들어가기 전에 Teotitlán del Valle 다녀온 얘기부터 하겠다. 야구장 앞은 번잡했다. 그쪽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버스는 우리를 마을 진입로 앞에 내려줬다. 여기서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다. 나무 아래 택시가 있었다. Arte y Tradicion으로 가자고 했다. (택시 탈 필요도 없이 가까운 곳이었다.) 마을 안이 아니라 한참 밖에 나와있는 곳이었다. (단체 관광객을 겨냥한 위치인 것 같다.) 결국 마을 구경은 하지 못했다.


Arte y Tradicion

미리 연락받은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맞아줬다. 천연 염색에 대해 설명해줬다. 염색을 위해서는 각종 천연재료가 활용되었다. (나뭇잎, , 꽃 등) 화학적 조합과는 달리 매우 보드라운 색감이었다. 실재로 색깔 입히는 과정을 보여줬다. 양털은 호주에서 수입한다고 했다. 멕시코 양털은 질이 안 좋단다. 작업장을 둘러봤다. 젊은 친구들부터 나이 많은 아저씨까지 열일하고 있었다. 커다란 배틀로 작업하는 아저씨는 장인 냄새가 펄펄 풍겼다.

따로 관람료는 없고, 작품을 보여주고 파는 식이다. 천연+수제라 시장이나 길에서 파는 거랑은 퀄리티가 다르다. 여긴 물고기, , 꽃 문양이 많아서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좀 사이즈가 되겠다 싶은 건 다 몇 천 페소였다. 얼굴만한 물고기 문양을 두 개 샀다. (개당 300페소)

관광안내소 직원의 주문대로 아저씨가 우리를 택시 탔던 마을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


Fabrica_Don Agave

큰 길 주변엔 메스칼 공장이 여러 개 있었다. 추천 받은 돈 아가베 간판이 보였다. 직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연락하고 온 건 모르는 것 같다. 곤잘레스 느낌으로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남자다.) 한국에선 데킬라가 더 유명하지만 데킬라는 데킬라(Tequila)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메스칼의 한 종류다. 전체 메스칼 중엔 와하카 메스칼이 가장 품질이 좋다고 한다. 당연히 종류도 많다.

먼저 밭을 보여줬다. 메스칼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용설란(agave, 선인장류)이 사용되었다. 우리보다 훨씬 크다.

(재배도 하지만 야생 아가베를 사용하기도 하고 이게 더 맛과 향이 좋다. 뿌리를 사용해 술을 만든다. By 여편님) 뿌리를 불에 구웠다가 찧는다. 다큐에서 봤던 말로 돌 돌려서 용설란 찧는 건 안보여줬다. (시기가 아니다.) 그런 다음 큰 통에 담는다. 어떤 건 벌레(Gusano)를 함께 담그기도 한다. 의외로 맛이 있다고 한다.

다음은 시음시간, 대략 4~5가지를 시음했다. 어떤 건 아예 야생 아가베로 담근 것도 있다. 코요테란 놈은 향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작은 병도 천 페소를 넘기도 했다. 좀 싼 건 없냐고 하니, 1리터에 300페소짜리 댓병 메스칼도 보여줬다. 마셨다. 역시 비싼 거랑 맛이 달랐다. 그럼 마가리타는? 더 싼 걸로 만든다고 했다. 더 맛없었다. 취기가 많이 올랐다. (7,8가지 조금씩 마신 걸 생각하면 두 잔은 넘어섰다. 가지러 가는 사이 여편님이랑 맛있는 걸 한잔씩 더 따라 마셨다.) 코요테 작은 놈을 650페소 주고 샀다. 집까지 고이 모셔왔다. 아직도 개봉 안했다.


관광공사 직원은 꼭 여기서 점심을 먹으라고 했다. 안 그래도 시음한 식당이 마당 한 가운데, 탁 트여서 분위기가 좋았다. 몰레를 추천했지만 전날 먹어서, 따꼬와 칠레데예노를 먹었다. 첼레데예노도 감칠나게 맛있었지만, 충격은 따꼬, 전설의 메뚜기(Chapulines) 따꼬 다. 시장통에도 엄청 많은데 거기선 차마 못먹고 여기서 먹었다. 고소하고, 바삭하고, 매운양념을 한 메뚜기는 또르띠야와 살사를 더하니 꿀떡 넘어갔다. 맛있는 맛이다. 또 배터지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진짜 시내 이야기다.


광장_산토도밍고_Plaza Santo domingo

숙소가 있는 북쪽에서 중심 큰 길을 건너 들어가면, 말 그대로 다른 세상 올드타운이 된다. 사람도 훨씬 많다. 커다란 공원에 분수가 있고, 금요일, 토요일이 되면 여러 먹거리를 파는 장터가 선다. 더 들어가면 산토도밍고 성당과 이걸 둘러싼 식물원(Jardin Botanico)가 있다. 성당 앞 광장에선 나무 아래 앉아서 밥도 먹고, 사진도 찍는다. 성인식 이런 문화가 있어서 여자 애들이 남동생 여럿까지 대동해서 드레스 입고 화려한 촬영을 한다. 골목골목 건물 색깔들이 다양해서 날씨가 좋으면 파란 하늘과 색색이 조화를 이룬다. 괜히 와하카 로고가 형형색색이 아니다. 관광 중심지답게 우편 박물관(Museo de la Filatelia Oaxaca)도 있고, 여러 메스칼을 모아서 판매하는 곳도 있다.


식당_La Olla_0919

유명한 식당이다. 파울라가 우리를 위해 친구들에게 와하카 명소 추천도 받아줬는데 포함되어 있었다. 점심 메뉴는 비교적 저렴했다. 여편님은 몰레 네그로(Mole Negreo)를 난 버섯리조또를 시켰다. 큰 쟁반에 샐러드부터 깔끔하게 나왔다. 리조또도 맛있었다. 몰레(Mole가 멕시코 말로 전통적인 살사를 뜻한다. 과카몰레도 살사의 한 종류인 것이다.) 네그로(카카오는 검다.)는 카카오와 각종 양념을 더해 졸인 와하카 특유의 살사다. 밥과 닭고기에 이 살사를 얹어준다. 살사로는 안어울릴 것 같지만 제법 맛있다. (잘 하는 식당에서 먹어야 한다. 잘못 먹고 탈난 사람도 있다.) 짜장에 밥 얹어 먹는 느낌도 난다. 자주 당기는 맛은 아니었다.

유명한 Casa de los Sabores 요리 수업도 같이 운영하는 곳이다. 주인인 Pilar Cabrera가 유명 요리사다. 요리 수업이 비싸서 대신 식당에서 파는 요리책을 샀다. (영어책이다. 가까운 미국 사람들이 많이 와서 배워가나 보다. 요리 수업 들어도 요리책은 따로 판단다.)


정원_Jardin Botanico_0930

성당 뒤의 성벽 안에 식물원이 있다. 미루고 미루다 밤버스 타고 떠나는 날 가게 됐다. 금요일 오후에 가니 오늘 관람은 끝났다고 한다. 내일 오란다. 정해진 관람 시간에 가이드를 동반해서만 볼 수 있다. 토요일이라 오전 10시에 관람이 있었다. 사무실에 입장료를 내니, 모자도 빌려준다. 모기약도 뿌리라고 준다. 가이드가 온다. 와하카 지역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을 보여준다. 와하카는 멕시코 내에서 생명 다양성이 으뜸인 곳이다. 대략 한 시간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다. 역시 놀라운 건 선인장이다. 나문지 뭔지 분간 안가는 것들도 있다. 쭉쭉 뻗은 선인장 숲도 있다. 신기한 세상이다.


건축물과 문화센터_Arquitos de Xochimilco_Instituto oaxaqueño de las artesanías_0922

여편님이 오늘은 문화센터와 건축물을 보러 간다고 했다. 따라갔다. (늘 그런다.) 우선 고대 건축물을 본다고 했다. 오래됐다. 근처에 문화센터 같은 곳이 있다. 와하카 지역의 다양한 공예품들을 팔고 있다. 간단하게 투칸 열쇠고리 하나 샀다.


광장_플라자 단자_Plaza de danza_0923

관광정보센터에 토요일 아침 세계 춤 공연이 있다고 했다. 주말 귀찮음을 뿌리치고 부지런히 갔다. , 며칠 전 지진의 여파인지 아무도 없다. 주변은 여러 Soledad 광장, 건물이 많다. 어디서나 고독한 기운이 흐르는 멕시코다. 장례행렬도 지나간다. 음악이 구슬프다.



광장_소칼로(Zocalo)

산토도밍고를 지나 더 중심부로 들어가면 소칼로 광장이다. 여긴 분위기가 더 다르다. 진정한 중심가다. 주변 카페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가운데엔 지진 피해 모금을 하는 사람들, 무슨 일인지 텐트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이 있다. 한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시장통이 시작된다.

공예품 매장이 있었다. 길에서 파는 것보다 약간 더 깔끔한 것들을 모아서 판다. 도매상 같은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여기서 식탁용 짚깔개를 샀어야 했다. 와하카에서 쓰는 나무로된 둥그런 거랑 치아파스에서 쓰는 거랑은 또 달랐다. 끝까지 구하지 못했다.

한쪽엔 대형 새우집이 있었다. 지나기만해도 엄청난 새우튀김의 열기가 쏟아진다. 시장통 오면 한 번씩은 들르고 가는 곳인 것 같다. 못 먹어서 아쉽다.


시장통 안에 별도 건물로된 시장이 여러 개 있다.

시장_Mercado 20 de Noviembre

먹거리 시장이다. 몰레 네그로, Tlayuda 같은 와하카 음식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안쪽엔 고기 골목이 있다. 대략 20~30개의 고기집들이 소세지, 곱창,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한국 수산시장 회센터처럼 식당에 살사와 야채, 음료(콜라나 맥주) 값을 내고, 고기집에서 고기를 사오는 식이다. 또르띠야는? 아줌마들이 지나가면서 판다. 고기 진짜 맛있다. 곱창도 기름기 쏙 빠지게 잘 굽는다. 다시 한 번 멕시코에선 고생해서 고기 사다 구울 필요가 없다는 걸 느낀다. 토요일 점심부터 또 배가 터졌다.


시장_Mercado Benito Juarez

일반 시장이다. 위 아래 두 시장을 섞어 놓은 느낌이다. 메뚜기, 벌레부터 가지가지 재밌는 것들이 많다. 와하카 지역별 다양한 의상을 볼 수 있다. (꽃 수를 놓았는데 동네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프리다가 여기서 장을 보고 의상실을 꾸몄을 것 같다. 여편님은 원피스까지 입어보다가 가벼운 티만 샀다.


시장_Mercado Artesanal

전통 의상, 공예품 등을 파는 곳이다. 위 두 시장에 비해 다소 활기가 떨어진다.


메스칼_Mezcal_El famoso

시장통에 종종 보이는 메스칼집이다. (공장은 Teotitlán del Valle 돈 아가베 옆에 있었다.) 메스칼 투어 가기 전에 이미 여기서 한 병을 샀다. 구사노 들어간 것 부터 기본적인 몇 가지가 있다. 와하카에 머물면서 종종 마셨다. 메스칼 마시다 목 마르면 맥주를 마시라고 배웠다.

카카오_Chocolate Mayordomo

여기도 시장통 주변에 여러 매장이 있는 곳이다. (터미널에도 매장이 있다.) 와하카의 대표 카카오 판매 브랜드이다. 통 카카오부터 잘개 쪼갠 것, 으깬 것, 초콜렛, 몰레 네그로(여기 사람들에게 카카오는 디저트가 아니라 식재료다.) 등을 판다. 와하카 떠나기 전에 여기서 카카오 닙스 1킬로를 샀다. 한국도 카카오 닙스가 유행이라 다들 먹고 있었다. 비교가 안됐다. 현지 시장에서 바로 구매한 것이라 그런지 향미와 풍미, 신선도가 압도적이었다. (치아파스 산크리스토발에서 사온 카카오보다도 질이 훨씬 좋았다.) 홈쇼핑에서 페루산 카카오 닙스를 드시던 모 어머님은 이거 불러먹을 방법 없냐고 하셨다. 다른 카카오 닙스는 줘도 안 드시던 아버님도 탈탈 털어 드시고 계신다.


멕시코 내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커피가 재배되는 곳이다. (치아파스 바로 옆이니까)

브런치_Boulenc

원래는 근처 타코집을 가려했으나 닫아서 브런치를 먹었다. 유명한 곳이라 사람이 많다. 치즈 진하게 올려주는 바게트빵이 맛있다. (물론 살사랑 같이 준다.)


카페_Café La Antigua Gourmet

La olla 근처라 들어간 카페, 유명로스터나 커피 체인점은 아니지만 야외 실내 모두 밝고 쾌적하고, 차분했다. 핫초코가 진해서 머무는 동안 애용했다.


카페_Café Brujula_서점_porrua

와하카 시내에 몇몇 지점을 갖고 있는 와하카 커피가게다. 시내에 있는 곳은 오래된 건물에 정원도 있어서 쾌적하다. 숙소 근처에도 매장이 하나 있었다. 여기 기념 티셔츠는 프리다 칼로 케릭터라서 여편님이 하나 샀다. (프로 중남미 커피집 티셔츠 수집가) 시내 매장 옆에는 Porrua라는 멕시코 유명 서점 매장도 붙어 있다. 특히 여기엔 와하카와 멕시코 음악을 많이 소개해뒀다. 릴라 다운스(Lila Downs) la cantina (술집) 씨디를 하나 샀다.


카페_Café Blason

거의 전국적인 체인이라 매장이 매우 깔끔하다. 와하카는 물론 베라크루즈 등 멕시코 각지의 원두로 커피를 내린다. 오래 작업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쪽은 어두워서 책 읽고 싶은 우리 취향은 아니었다. 쇼파가 매우 편하긴 했다.


카페_Café Nuevo Mundo

와하카 커피를 내건 집이다. 위 커피들과 다르게 매장에서 로스팅하고 바로 판다. (로스팅 정도도 고를 수 있고, 갈아달라면 바로 갈아준다.) 분위기는 좀 로컬했다. 여기서 산 원두로 숙소에서 모닝커피를 만끽했다.


집 없음_0930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했다. 바로 손님이 들어오기로 해서 10시에 방을 뺐다. 그래도 아래 빈방에 짐을 두고, 화장실도 맘편히 쓰라고 했다. 그래도 이미 우리 방은 없고, 낮에 이런 저런 걸하며 시간을 떼워도 시간이 남았다. 하루라도 집이 없는 건 서러운 일이다. 남미 대륙으로 넘어와 수도 없이 밤 버스를 탔지만, 과야킬 습격사건 이후로 거의 백일만에 타는 밤버스였다. 버스야 타면 졸다깨다 바쁜데 정작 힘든 건 버스 타기 전까지의 허전함이다. 오랜만에 타도 밤버스는 잠이 잘왔다. 새벽 치아파스 주도인 툭스틀라를 지나 산크리스토발로 꼬불꼬불 올라가다보니 잠이 다 깼다.


죽음의 날_Dia de Muerto_1102

9월 독립기념일과 함께 멕시코 최대의 축제날은 112일 죽음의 날이다. (할로윈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귀국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와하카에서 푹 머물면서 죽음의 날을 보내려고 했다. 축제는 멕시코 전역에서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와하카 축제가 가장 성대하다고 했다. 나중에 멕시코를 또 여행한다면 꼭 11월에, 와하카를 다시 찾을 것이다.


음악_릴라 다운스(Lila Downs)

지난 회에 언급한 영화 프리다에도 등장한다. 와하카 출신의 가수다. 멕시코 음악하면 산타나, 라쿠카라차 정도만 알았는데 멕시코시티에서 알게됐다. 파울라도 이 언니를 적극 추천해줬다. 와하카에서 열심히 듣다보니 CD(앨범: La cantina: Entre copa y copa...)를 살 정도로 팬이됐다. 와하카 원주민 출신 엄마와 스코틀랜드 아빠 사이에서 자랐고, 메르세데스 소사가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좀 비슷하다.)

LA CANTINA: ENTRE COPA Y COPA 앨범엔 와하카 문화가 잘 녹아든 곡들이 많아서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진짜 몰레(Mole) 만들 것 같은 라이브: La Cumbia del Mole (En Vivo)_https://www.youtube.com/watch?v=8_qakIoYmso) 산타나와 라이브(Una Noche en Napoles_https://www.youtube.com/watch?v=ks7xvjT8bEE)에서도 옆의 (나름 유명한) 언니들보다 너무 돋보여버렸다. 우리가 오기 직전에 와하카 지진돕기 콘서트를 하러 다녀갔다. 아쉽다.


독서_매혹과 잔혹의 커피사_마크 펜더그라스트_을유문화사

오래전부터 읽고 싶던 책이다. 쿠바에서 공수받고 소원을 이루었다. 와하카에서 커피 공부를 열심히했다. (커피 열정이 산크리스토발에서 만개했다.) 나 읽고, 여편님도 읽었다. 미국 중심인게 아쉽지만 (어차피 한국 커피 문화가 태반 미국에서 온 거라) 커피 문화와 산업의 역사에 대해 조예가 좀 깊어졌다.

인상적인 대목은 1900년대 초반만해도 많은 미국의 가정에서 커피를 직접 볶아 먹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 부대에서도 꼭 취사병이 커피를 볶았다고 한다. (그러다 간편한 인스탄트가 급격하게 보급됐다.) 그리고나서 대형 로스터들이 등장하고, 균일한 로스팅 어쩌구하는 마케팅이 심해지면서 커피는 원두는 다 사먹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난 집에서 더욱 부지런히 커피를 볶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프레스로 내리는 게 최고라고해서 프레스도 구비해서 마시고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읽은 두 책과 함께 와하카 디씨엠브레 민박에 기증했다.)


다큐_블랙골드(Black Gold_https://www.youtube.com/watch?v=c28cUBjWtmc_http://blackgoldmovie.com/)

책에서 추천한 다큐다. 1시간짜린데 커피 산업의 불균형을 잘 보여준다. 에티오피아 커피가 더 맛있어 보인다.


다큐_블랙 커피_(PBS- Black Coffee)_https://www.youtube.com/watch?v=TTDy-L0NKIg

책에서 같이 추천한 다큐인데 세 시간짜리라 못봤다.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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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숙소를 근거로 멕시코 시티 곳곳과 주변을 돌아봤다. 요약하면 리베라와 프리다, 돌덩이다.


소칼로 주변_0909_0910

대진 다음날, 여진을 우려해 하루를 쉬고 9일부터 관광에 나섰다. 2호선을 타고 Bellas Artes역에 내렸다. 지하철엔 시내로 놀러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광장에 나가도 시내는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근처에 관광 안내소가 있었다. 프로지도수집가가 지도를 받았다. 시티투어버스도 노선이 여러가지였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패키지가 있었는데 결국 타지 못했다. 프리다가 그려진 버스를 보는 걸로 만족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Museo Mural Diego Rivera_0909

비가 오니 가장 가까운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디에고 리베라의 유명한 벽화가 있는 박물관이다. 민중예술을 지향했던 리베라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봤으면 하는 마음에 벽화에 열정을 쏟았다. 이 벽화 박물관과 예술궁전(Palacio de bellas Artes), 대통령궁에 전설적인 벽화가 하나씩 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크고 작은 벽화들이 있고, 큰 방에 유명한 아라메다 광장의 일요일 오후의 꿈(Sueno de una tarde dominical en la Alameda Central)이 있다. 그런데 하필 이 벽화를 배경으로 두고 무슨 토론회 같은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럴거면 입장료 받기 전에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위층에서도 볼 수 있고, 많이 가리는 건 아니라서 열심히 봤다. 그림 속 각 인물이 누구인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침략자 피사로부터 판초비야, 프리다, 어린 리베라 등등이 보였다. 사실 이 벽화를 제외하곤 볼게 많지도 않고, 규모도 엄청 작아서 무료인 일요일에 오는 게 좋을 뻔했다.


이 교훈으로 예술궁전은 내일 오기로 하고,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대통령궁으로 가는 골목길, 상점들이 매우 많다. 그 좁은 길로 가는데 비가 쏟아졌다. 다들 가게 안으로 대피했다. 우리가 피신한 가게는 향수가게였다. 각종 향수를 (브랜드 없이) 파는 곳이었다. 자기 마음대로 향 조합도 가능했다. 재밌는 곳이다. 비가 그치고 대통령궁으로 갔다. , 여권 없으면 못들어간단다. (치안에 신경쓰고 나서 여권은 숙소에 두고, 사본만 들고다니던 시절이다.) 광장만 돌아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 주말은 멕시코 독립기념일이다. 거기에 맞춰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소칼로 광장의 커다란 건물들을 초흰빨의 멕시코 색깔로 장식했다. 축제 때 여기 올까? 그냥 주말도 이렇게 복잡한데?


광장에선 향토음식문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눈 여겨 보다가 다음날 점심을 여기서 먹었다. 그냥 길거리 음식도 맛있는데 전국의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모아놨다. 참을 수가 없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발목이 잡혔다. 바싹 구운 푸른 또르띠야에 야채와 살사를 가득 얹어준다. 아드득 고소하다. 이제부턴 꾹 참고 둘러보기로 한다. 와하카 원두도 있어서 한통 샀다. 숙소에서 내려 마시니, 마트에서 산 원두보다 훨씬 싱싱했다. 끝으로 가니 줄줄줄 서있는 곳이 있다. 틀라이우다(Tlayudas)라는 와하카 음식이다. 커디란 또르띠야에 찐팥을 두르고 쫀득한 와하카 치즈와 야채, 바베큐된 고기를 얹어 굽고 반으로 접는다. (퀘사디야와 비슷하다.) 우리도 줄 서서 하나를 받아서 반으로 갈랐다. 콜콜한 살사를 곁들여 먹으니 배가 불렀다. 전국적 행사인데 와하카 음식이 반이다. 역시 멕시코에서 제대로 먹으려면 와하카를 가봐야 한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와하카행 버스 티켓을 끊었다.)


대통령궁(Palacio Nacional)_0910

여권을 들고 궁에 들어갔다. 고급진 순찰견과 고양이들이 있다. 벽화를 보러 올라갔다. , 리베라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하나의 벽화에 마야 문명의 탄생, 스페인의 침탈, 투쟁과 민중의 삶이 모두 녹아 있었다. 계단의 벽화를 한참 감상하고 2층의 벽화들도 찬찬히 둘러봤다. 마야의 옥수수 문명을 아기자기하게 그린 벽화가 인상깊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내부 전시실이 있었다. 멕시코 현대사와 각 지역, 문화에 대한 소개였다. (간단해 보이지만 내부가 매우 알차고 큰 전시실이다.) 깔끔하면서도 상세한 소개 자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 보다간 오늘 하루 지날 거 같아서 대충 보고 나왔다.


예술 궁전(Palacio de Bellas Artes)_0910

점심을 먹고 예술궁전으로 갔다. 여기도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로 유명하다. 그런데 줄이 길다. 일요일이라고 다들 무료 전시를 보러 온 것 같다. 기다린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 입장했다. (사실 전날도 줄이 좀 길어보여서 패스했다. 전날 봤어야 했다.) 벌써 4시다. 다행히 오늘은 연장 개방한단다. 바로 피카소와 리베라라는 기획전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이었다. 미국의 어느 박물관과 번갈아하는 기획이라고 한다. 기획전시실에만 사람이 엄청 많았다. 우리도 유럽에서 한 피카소하고 왔으니 뒤질 수 없다.

피카소와 리베라의 그림을 비교하면서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설명해줬다. 둘은 동시대의 화가로 교류를 많이 했다. 리베라도 피카소와 마찬가지로 입체파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그리스의 전통으로 파고든 피카소는 그 시대에 더 자연스럽게 표출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표현했다. 마야로 파고든 리베라는 마야 문명의 전통과 지금 억압받는 멕시코 민중을 표현하게 된 것이다. 교양이 마구 솟구쳐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층의 다른 전시실은 한가했다. 그리고 이층 복도는 벽화들이 장식하고 있다. 트로츠키 암살을 시도했다는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의 그림에선 광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한가운데 리베라의 벽화가 있다. 뉴욕 록펠러 재단에서 그리려다 철거되어 다시 그린 벽화다. El hombre controladro del universo. 맑스와 레닌, 트로츠키가 노동자와 함께 자본과 귀족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혁명의 열기가 마구 타오르는 순간이다.

다른 기획전시로 Leo Matiz라는 콜롬비아 사진가도 있었다. 어느새 시간이 늦었다. 얼른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식당_일식_Matsu

여편님은 일식을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 (물론 한식재료 사기 전) 일식 인기가 높아서 멕시코시티엔 좋은 일식당이 많았다. (동네에도 많았다.) 이왕이면 시내의 괜찮은 곳을 가기로 했다. 나름 저렴한 가격이라고 광고도 하고, 맛있었다. (외국에서도 일식당은 배신하는 법이 별로 없다.) 우동튀김 세트와 스시 등을 먹었다. 광화문 뒷골목 사보텡에 온 줄 알았다. (대강의 위치도 그러하다.)


카페_Cafe Cielito

멕시코 시티 곳곳에 있는 체인점이다. 눈에 띄어 들어갔다. 베라쿠르즈, 와하카, 치아파스 등 멕시코 곳곳에서 생산된 커피를 블랜딩해서 판다. 원두도 판다. 커피도 괜찮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각종 굿즈들이다. 멕시코 식당에선 파란 범낭 그릇과 냄비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여기선 그 범낭에다가 푸른색의 회사 로고를 새겼다. 주전자도 사고 싶은 걸 참고, 컵만 두 개 샀다. 며칠 전에 부엌에 장식용+티스푼 꽂이로 비치했다.



코요아칸(Coyoacan)_0912

프리다와 리베라가 살던 집, 카사 아술로 유명하지만, 그게 아니어도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많은 곳이다. 트램으로 편하게 갔고, 날씨도 좋고, 가는 길에 오리엔탈 슈퍼도 발견해서 기분 좋았다.


까사 아술_프리다 칼로 박물관(Casa Azul_Museo Frida Kahlo)_http://www.museofridakahlo.org.mx/

사람이 많다는 소문에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다. 입장 시간까진 시간이 남아서 근처 시장을 둘러보고 왔다.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직접 사는 입장권이 더 예뻐서 여편님은 달라고 졸랐다. 주지 않았다. 사진 촬영 스티커는 한 명만 샀다. 번갈아 붙이며 찍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프리다와 리베라의 일생(대충 아는 내용)과 둘의 그림이 (프리다 위주)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몸이 불편한 프리다를 위한 곳곳의 침대와 작업실이 눈에 띈다. 집보다 더 좋은 건 정원이다. 파란색 벽돌에 마야 돌조각, 초록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다. 의자에서 광합성을 하니 너무 좋다.


별관엔 의상 전시실이 있다. 프리다가 입었던 옷들이다. 참 토속적인 취향이다. 상점엔 온갖 화려한 굿즈들이 많다. 다른 건 좀 많이 비싸서 엽서만 잔뜩 샀다. 박물관 입장료도 여기가 가장 비싸다. (그 거대한 인류학 박물관이나 테오티우아칸 보다 비싸다. 일반 입장료: 200페소 vs 70페소) 작년의 한국, 그 이전부터 미국에서 여성주의 바람을 타고 인기가 급상승한 것 같다. 사실 이번 멕시코 시티를 둘러보며, 감탄한 건 프리다보다 리베라였다. (이전엔 나도 프리다를 더 좋아했었다.) 그가 민중 예술을 통해 그려낸 가치와 열정은 대단했다. 프리다 역시 그녀의 의상과 그림에서 멕시코의 토속적 문화, 리베라와 함께한 이념적 투쟁(그 지향점 때문에 개떡같은 리베라의 성격과 바람기를 참아준 거 아닌가)이 주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프리다가 화가보다 ‘여성’화가라는 점만을 부각시켜 대중성과 상품성에만 치중하는 느낌이다. 물론 프리다의 자아, 여성 정체성과 관련된 그림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작품 세계가 또 있을 것이다. (여편님은 수박 그림을 좋아한다. 왜 자신과 스탈린을 함께 그렸을까? 왜 맨날 멕시코 의상만 입었을까?) 물론 그 중심에 있는 미국 문화계는 민중, 토착민(Indian), 공산주의 이런 단어는 일단 지워버리고 시작했을 것이다.


빨간집_레온 트로츠키 박물관(Museo casa de Leon Trotsky)

코요아칸 중심가를 둘러보고 큰 길로 나가면서 들렀다. 그 레닌, 스탈린과 함께 꼽힌다는 러시아 혁명의 영웅 레온 트로츠키가 살던 곳이다. 스탈린에 쫓겨 멕시코에 망명 온 트로츠키는 리베라와 프리다의 집에 머문다. 그러다 (프리다와 사랑에 빠졌다는 유력한 설도 있지만) 리베라와 사상의 차이로 집을 나와 근처에 머문다. 집 벽은 진짜 기존의 집을 개조해 벽을 높이고, 베란다를 막은 흔적이 보인다. (결국 여기서 최후를 맞는다.)

입장료도 현격히 저렴하다. 안에는 트로츠키를 다룬 신문기사, 그의 사진들이 있다. 정원으로 가면 그가 마지막까지 가꿨던 선인장과 토끼집이 있다. 왜 힘든 일을 손수 하냐는 소년의 질문에, ‘노동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사람이 노동을 싫어해서 쓰겠느냐’라고 대답했다. 안쪽의 별채가 그가 머물렀던 방이다. 워낙 버려지다시피 보존이 잘 되서 100년 전의 생활상까지 보여준다. (욕실, 화장실 등등) 정원과 건물엔 풀이 무성하다. 옆의 파란집과 비교하면 이 빨간집은 관람객도 별로 없고, 초라해 보인다. 아니 아무리 예술이 좋고 위대하다지만 인류와 지금 우리가 그의 사상에 빚진 걸 생각하면 이래도 되는 건가. 안타까웠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래도 조용한 것이 사색에 빠지기 좋은 공간이다.


시장_스티커

코요아칸엔 시장이 많았다. 하나는 일반 시장, 하나는 먹거리 시장, 하나는 기념품 시장이었다. 기념품 시장은 그리 활기 있지 않았다. 그나마 맘에 드는 건 프리다 스티커였다. 해골 스티커도 추가했다.


식당_Taqueria Los Parados

먹거리 시장도 시원치 않아 보였다. 광장을 기웃거리다 맛나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멕시코시티엔 타코를 전문으로 하는 큰 식당도 많다고 했다. 바베큐 타코와 새우탕을 시켰다. 새우탕은 좀 많이 짜고 칼칼했지만, 새우탕면의 라이브 버전이었다. 결국 밥을 추가해서 말아 먹고 말았다. 타코도 가격이 비싼 만큼 고기도 실하고, 또르띠야도 진했다.


카페_El Jarocho

아직 멕시코시티 커피 탐방의 열정이 남아있던 시기, 코요아칸의 이름난 카페를 찾아갔다. 아직 영업을 안한단다. 카페가 대낮에 안 열면 언제 연다는 건가. 포기했다. 멕시코시티에선 그냥 무난하게 마시다 가기로 했다. 그러다 또 시장 건물 한면을 차지한 카페를 발견했다. 모카포트 로고가 인상적이다. 원두보단 카페의 전통에 더 끌리는 풍경이었다. 난 시그니쳐 메뉴인 계피커피를 마셨다. 아메리카노에 계피를 잔뜩 타주는 식이다. 벤치에만 앉아셔 마셔도 맛있었다.



차풀테펙_0913 & 0917

커다란 공원과 박물관이 몰려있는 차풀테펙을 갔다. 지하철로는 꽤나 멀었다. 내리는 순간 그간 못 봤던 고층 빌딩과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을 목격했다. 멕시티의 강남이었다. 역 주변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넥타이를 멘 사람들이나,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나 길거리 식당에서 먹긴 마찬가지였다.

어찌저찌 공원쪽으로 건너갔다. 공원도 왠지 매연을 많이 머금은 느낌이다. (차라리 나르바르떼의 골목길이 쾌적하다. 나무 많기로 소문난 동네이기도 하다.) 공원엔 온갖 노점상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호수에 오리 타는 사람들도 있고, 야외테라스를 겸비한 서점이 스타벅스와 나란히 있다. 주말엔 정말 사람이 많았다. 두 번째, 일요일에 갈 때는 택시를 타고 갔다. 생각외로 멕시코 시티의 택시 요금이 저렴했다. 그래서 다음날 터미널에 갈 때도 택시를 타버렸다.

국립인류학박물관(Museo Nacional de Antropología)_0913_http://www.mna.inah.gob.mx/

점심 먹은 뒤라 티켓을 사고, 카페를 찾아갔다. 커피가 맛있다. Agua mineral을 달라고 했더니 탄산수를 가져다 준다. 그냥 물은 Agua natural이라고 알려준다.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했다. 늘 느끼지만 멕시코의 안내도는 불친절하다. 이 큰 박물관을 어디서 어떻게 돌아보라는 말이 하나도 없다. 일층을 보다가 연결된 이층으로 가니 거긴 문화영역이다. 다시 일층으로 내려갔다.

일층엔 아주 고대의 멕시코 지역의 문명 흔적부터 시작해서, 스페인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구축된 문명을 보여준다. 잘 알려진 곳 말고도, 유카탄, 와하카 등 멕시코 각 지역에 퍼진 문명에 대해 소개한다. 마야 문명이란 것이 대륙 일대를 다 지배하던 게 아니라, 옥수수 먹고 사는 부족들이 각 지역에 고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박물관의 백미는 실내와 야외에 그대로 옮겨놓은 돌들이다. 작은 돌이 아니라 진짜 피라미드에서 나온 실물 크기의 동상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문들을 안에 옮겨놨다. 어떤 인류학박물관보다 규모가 크다.

돌들을 다 보고나면 시간이 한참 흐른다. 힘들다. 벤치에 누워서라도 쉬다가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도 재밌다. 각 지역의 토속문화(의상, 음식, 축제 등)을 재현해 둔 곳이다. 비슷한 듯 달라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층 하루, 이층 하루 이렇게 나눠서 보면 좋았을 뻔했다. 기념품 샵에서 투박한 그림을 하나 샀다. 나중에 와하카에 가니 길거리에서 5페소 10페소로 팔고 있었다.


Jadrdin Botanico

복잡한 대로변이 아닌 공원 사이로 난 길을 따라나갔다. 재밌는 그림들을 공원 벽에 전시해두었다. Jardin Botanico도 있었다. 주말 장이 서서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건너편의 Tamayo 박물관도 유명하다고 한다. (문화적으로 볼 게 너무 많다!!) 고르고 골라 무료인 일요일에 현대미술관을 갔다.


현대미술관(Museo de Arte Moderno)_0917_http://www.museoartemoderno.com/

마침 기획전시로 Garry Winogrand라는 미국 사진작가의 전시가 있었다. 한쪽에선 예전 귀족집 물건 만으로 또 전시를 하고 있었다. 이층에 Identidad de Mexico라는 타이틀로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프리다와 리베라를 비롯해 멕시코의 주요 화가들의 그림이 잔뜩 모여있다. (프리다의 유명한 자화상 그림도 다 여기 있었다.) 멕시코의 시대성, 자연과 화가들의 정체성이 잘 어우려져 있었다.

박물관 뒤에는 기념품 점과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가볍게 에피타이져를 시켰다가 또 배가 터질 뻔했다.


식당_Los Panchos_0913

블로그를 보니 맛집이라고 알려졌다. (멕시코시티 오자마자 가는 사람도 있었다.) 평범한 입구와 달리 안은 정말 넓고 고급스럽고, 벽면은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넥타이 멘 무리들이 단체로 회식을 하는 분위기다. 우린 점심이라 과카몰레와 호박꽃퀘사디야를 시켰다. , 그간 우리가 먹은 음식들이 동네 분식집 쫄면이라면 이건 3대 냉면의 평양냉면 같았다. 과카몰레를 담아낸 돌그릇하며, 또르띠야 하나하나의 만개하는 고소함, 살사의 진한맛, 나초마저도 한 웅큼 싸가고 싶은 수준이었다. 멕시코에선 저렴한 음식도 맛있지만 비싼 식당은 또 그 값어치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식당_Antojitos Yucatecos Los Arcos_0913

한식당, 한인 슈퍼가 있는 Zona Rosa에 족발집이 있다는 호세호세(블로그)의 제보를 받았다. 유카탄식 돼지 요리인 차모르라고 한다. 진짜 한국 민속촌 바로 옆에 있다. 족발 앞에 한식당은 우리를 1도 유혹하지 못했다. 돼지발 맞냐고 물으니 맞다고 한다. 하지만 여긴 술을 안판다고 했다. 옆에 성경 같은 문구가 보인다. 그래도 침착하게 콜라와 족발을 시켰다. 잘 졸여진 느낌이라 부드럽고, 따뜻했다. 수육 메뉴도 하나 더 시켰다. 온 몸에 온기가 돌았다.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_0915_http://www.teotihuacan.inah.gob.mx/index.php

멕시코 시티 주변에는 피라미드 말고도, 배 타고 꽃놀이하는 호수도 있다. 하지만 호수는 가기도 멀고, 우리 같이 눈에 띄는 관광객에겐 바가지도 심하다고 했다. 유명한 피라미드 테오티우아칸만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에서 가기는 정말 편했다. 트램의 종점이 버스가 있는 Terminal Norte였기 때문이다. (대신 한참을 가야한다.)

멕시코 시티엔 여러 개의 터미널이 있다. 북터미널은 그 중에 작은 축에 속하는데도 규모가 컸다. 8번 창구 구석에 Autobuses Teotihuacan (헷갈릴 일이 없다.)이 테오티우아칸까지 오고가는 버스를 운행한다. 버스는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좀만 교외를 벗어나도 사막이었다. 벌판 같은 곳에 내렸다.


피라미드 구경

입구가 여러 개 있는 모양이다. 티켓을 사고 걸어들어가니 상점가가 나왔다. 여편님이 화장실 간 사이 냅다 저렴한 옥수수 모자를 샀다. (모자는 아직도 집에서 옥수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모자 안 샀으면 큰일 날 뻔했다. 햇볕이 쨍하니 덥다. 여기도 별로 친절한 안내도는 없다. 본격 유적지로 들어섰다.

쌩 사막일 줄 알았는데 제법 풀이 돋아 있고, 거무틔틔한 돌들이 쌓여있어서 편안하다. 넋놓고 돌아다니다간 해가 다 질것 같다. 유명한 것만 돌아보기로 한다. 우선 태양의 피라미드(Piramide del Sol)로 갔다.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이거 올라갔다오면 허벅지가 남아날까. 12시까지 기다리면 태양이 정확히 피라미드 정점에 내려앉는 걸 볼 수 있을 것 같다. 올라갔다. 계단이 촘촘한 구간은 좀 위험해보였다. 보기보다 힘들진 않았다. 올라가면 유적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주변의 숲과 산세도 보인다. 역시 이런 건 다 명당에 짓는다. 올라오니 바람이 많이 분다. 사진 찍고 내려간다.


여세를 몰아 달의 피라미드(Piramide de la luna)도 가보기로 한다. 여긴 좀 더 낮고 넓은 구조다. 피라미드 위에서 거닐기 좋다. 아늑한 곳이다. 금방 내려온다. 피라미드 주변엔 짤랑짤랑 장난감들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랑 비슷한 모자를 써서 친근감이 넘친다. 여편님은 구멍 두 개 뚫린 거북이모양 피리를 샀다. 우리가 불어도 소리는 잘 난다. 반대편 입구의 굴속 식당까지 찾아가서 점심을 먹는 건 무리일 것 같다. 나가는 길에 일방통행만 허용되는 유적을 봤다. 이쪽이 큰 출입구인지 기념품 상점과 매점이 도열하고 있다. 신기한 색깔의 돌맹이를 판다. 하나 사왔으면 유용한 장식물로 썼을 것 같다. 버스 타는 곳이 나온다. 거부할 수 없는 망고 소년이 있다. 11쯤 도착해서 3시 쯤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오길 잘했다

터미널에 돌아오니 로비에 음악이 울린다. 독립기념일 명절 연휴를 맞아, 귀향길에 오르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다. 마리아치(Mariachi)를 여기서 만나게 됐다. 다들 가던 길 멈추고 둥그렇게 모여서 본다. (나도 귀향하고 싶다.) 연주도 잘하고, 노래도 잘한다. 어디서건 좋은 음악을 만날 수 있는 나라다. 옆에 따꼬집에서 따꼬를 몇 개 집어 먹었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소고기를 굽고 비빔면을 먹으니 모래 먼지까지 가라앉는 완벽한 하루였다


참고_친절한 테오이우아칸 방문기(영어)

https://sightdoing.net/how-to-visit-teotihuacan-without-a-tour/



대지진의 여파 속에서도 얘기 잘 통하는 호스트,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 프리다와 리베라, 귀여운 돌덩이들, 맛난 먹거리로 대도시의 풍성함을 안겨준 멕시코 시티 시간이었다. CDMX의 상징색인 핫핑크도 잊혀지지 않는다. (택시, 지하철, 버스, 관공서 등등 어디서나 보인다.) 파올라는 마지막 주말에 캠핑을 갔다가 떠나는 날 늦게까지 자는 바람에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 택시를 타고 Terminal Oriente로 왔다. ADO 버스 전용 터미널이다. 동그랗고 크다. 한 시간을 넉넉히 기다려 와하카행 버스를 탔다.



영화_프리다(Frida, 2002)

멕시코 오기 전, 쿠바에서 봤다. (반갑게도 그 비날레스 민박집 색깔도 멕시코스러웠다.) 난 예전에 감명깊게 본 영화인데 여편님은 안봤다니 충격이었다. 진심 멕시코시티를 가기 전에 꼭 봐야하는 영화다. 멕시코의 전설적인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까사 아술에 얽힌 비화들이 쏟아진다. 또 봐도 재밌었다.


다큐_EBS 다큐프라임_불멸의 마야

멕시코 오기 전 쿠바에서 봤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다소 과테말라 위주) 곳곳에 분포했던 마야 문명과 지금 원주민의 생활에 대해 말한다. 인류학 박물관, 피라미드 보는데 도움이 됐다. CG가 고퀄이라 당연히 해외 다큐 더빙인 줄 알았는데 자체제작이다. 현지에서 섭외한 이들의 연기도 재밌다.


도서_멕시코의 세 얼굴_옥타비오 파스

쿠바에 온 솔님에게 책을 여러권 부탁했다. 멕시코 관련 책이 몇 권있다. 그 중 먼저 읽은 책이다. 문체가 딱딱하고 오래된 책이지만, 인간의 본성, 멕시코 사람들이 갖는 열등감, 역사 등을 다룬다. 열등감 얘기는 한국 사회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 시사점이 컸다.


도서_화가, 혁명가 그리고 요리사_바버라 킹솔버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이다. 멕시코 시티, 음식, 프리다, 리베라, 트로츠키, 피라미드 등 여기저기에 양념을 팍팍 뿌려줬다. 프리다와 리베라의 집에 요리사로 고용된 소년이 트로츠키까지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특히 까사 아술과 트로츠키 박물관에 가면 작가가 여기를 세세하게 묘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만나고 있는 기분이다.


두 책은 와하카 디씨엠브레 민박에 기증했다.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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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Ciudad de Mexico)_0907_0918

멕시코는 연방 국가다. 나라 이름은 수도인 멕시코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와 시를 구분하기 위해 멕시코 수도는 국제적으로 멕시코 시티로 많이 불린다. 근교에 큰 피라미드도 있고, 도시 내에도 볼 게 많다. 그냥 수도라서 볼 게 많은 게 아니라 문화 예술적으로도 마드리드, 파리, 바르셀로나, 로마 뺨치게 풍성한 곳이다. 열흘도 부족했다.


시내 교통

도시가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지하철이 잘 되어 있다. 멕시티 공항에서 내려서 오른쪽으로 나가다보니 지하철 역이 나왔다. 숙소 주인에게 물으니 우버를 추천했다. 우린 꾸역꾸역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낡은 지하철, 환승 구간도 길어서 힘들었다. 아직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공항은 시내랑 가깝다. 택시를 타도 그리 비싸지 않았을 것이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유명한 관광지도 같이 표시되어 있고, 지하철 요금은 무지막지하게 저렴하다. (5페소) 지하철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사람들 생김새다. 멕시코 특히 멕시코시티는 유럽계와 메스티소가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하철엔 백이면 팔구십이 원주민계열인 것 같다. 저렴한 탓에 서민들만 타고, 부자들은 다 자가용을 타고 다니고, 극명한 인종간 빈부격차가 여기서도 보인다. 숙소는 지하철에서 10분정도 떨어져 있었다. 시내 중심에 두 개 역과 가까워서 큰 불편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알게된 것이 중앙 트램이다. 진짜 멕시코 독립과 역사를 함께했을 것처럼 오래된 트램이다. 시내에 노선이 한 개인 것 같은데 마침 집 앞 큰길을 지나갔다. 시내 중심 광장은 물론이고, 피라미드 가는 터미널까지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요금은 4페소인데 절대 지폐를 받지 않는다. 당황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보던 아저씨가 혼쾌히 내주었다. 에콰도르 사람인데 일본에서도 일하고 지금은 여기서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니다보면 큰 도시지만 인정이 살아있다는 걸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숙박_나르바르테 하얀집_10_더블룸

동네는 도시 한 가운데 서울 마포 같은 위치였다. 공항 대란을 마치고, 아침 일찍 도착했다. Narvarte 역에서 내리니 슈페르따꼬(SUPER TACO) 노점이 보인다. 한 번 먹어봤다. 아니, 카르멘의 어느 비싼 식당보다 맛있다. 양념곱창에 밥을 겻들여서 넣어준다. 고추튀김도 있다. 든든하다. 골목, 하얀집에 도착했다. 친절하게 집주인인 파울라와 친구가 맞아줬다. 파울라 친구는 미국에서 공부 중인데 오늘까지 쉬다가 간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방청소가 안되었다. 기다리라하고 서둘러 치워준다.)

집은 파울라가 어릴 때부터 가족과 살다가, 부모님은 외곽으로 이사가고, 파울라는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이 집에서 살기로 했다. 넓지만 워낙 오래된 집이라 하루하루 꾸미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일층은 부엌과 차고, 그 옆 차고를 거실처럼 꾸며놓았다. 해먹과 선인장이 있다. 2층 방도 엄청 넓고, 햇볕이 아주 잘 들어온다. 파울라는 조명을 공부해서 밝은 걸 좋아한다. 아침을 준다고는 써있었지만 별로 먹을 건 없었고, 주방엔 모카포트 등 있을 건 다 있어서 아침, 저녁 잘 차려먹었다. 일주일 예약했다가 삼일을 추가해서 머물렀다.

파울라가 아예 맛집과 주변 생활 시장, 편의시설 리스트를 적어놔서 생활이 매우 풍족해졌다. 특히 맛집 리스트는 찬양할만했다. 원래 이 구역이 곳곳에 시민들이 찾는 맛집이 많다고 했다. 심지어 타코는 멕시티 제일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가장 좋은 건, 오전에 방에도 햇빛이 쩍 드는 것이고, (드디어 쿠바와 카르멘의 습기에서 해방됐다.) 일층 거실의 해먹의자에서 그네를 타며, 커피와 소설책을 보는 순간이었다. (무려 그 소설의 배경이 이곳 멕시코 시티다.)


운명의 밤_0907

여편님은 여정이 피곤해서 낮잠을 자고, 난 근처 시장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보통 시장에 가면 밥과 끓인팥, 고기, 또르띠야를 겻들인 정식 메뉴들이 저렴하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돌아왔다. 그때까지도 집엔 인터넷이 고장이었다. 내일 고칠거라고 했다. 오늘 저녁에 중요한 전화를 받기로 했다.

별 수 없이 근처 스타벅스로 갔다. 통화를 했다. 같이 일을 하기로 했다. 10월 중순까지 귀국하면 좋겠다고 했다. 여편님은 그러자고 했다. 부모님들께도 소식을 전했다. 티켓은 내일 끊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동네 식당에서 김치찌개(맛 나는 수프)와 소고기구이(ARRACHERA)를 먹었다. 피곤한 나는 그대로 잠들었고, 여편님은 어수선한 마음을 다스리다 나를 깨웠다.

지진이다. 난 잠이 덜 깨서 흔들리는지 땅이 흔들리는지 모르고 따라 나갔다. 옆방의 파울라도 데리고 나갔다. 땅이 꿈틀꿈틀, 주변은 번개가 쩌렁(나중에 생각해보니 합선으로 생긴 것이었다.) 골목 주민들과 함께 10여 분의 진동을 맨발로 느꼈다. (신발은 우리만 안 신고 나왔다….) 10분 정도 더 기다렸다. 다들 괜찮다며 집으로 들어갔다. , 파울라가 열쇠를 안 갖고 나왔단다. 안에서 자동으로 잠기는 문이다. 망할, 전화도 한동안 먹통이다. 발을 동동 거리다 앞집 아저씨가 들어오라고 한다. 겨우 언 몸을 녹였다. 잠시 뒤 파울라가 열쇠공을 불렀다. 나가서 열쇠공이 문 여는 걸 본다. (실력이 의심된다. ) 한참동안 문을 못 연다. 그러다 옆 차고를 열면 어떠냐고 하니 아! 하고 몇 번 끄적이고 문을 연다.


겨우 방으로 돌아왔다. 불안감에 몇 번을 자다깼다. 결국 여편님은 다음날 감기에 걸렸다. 여전히 인터넷은 불통이다. 조식을 먹을 겸 스타벅스로 갔다. 카톡방이 난리가 났다. 평소에 연락없던 사람들까지 안부를 묻는다. 부모님은 당장 돌아오라고 했다. (무슨수로 당장 돌아가는 비행기를 끊나) 차분히 생각했다. 그래도 남은 기간 멕시코만이라도 더 여행하기로 했다. 대신 시설이 취약한 지역말고, 안전한 도시 위주(와하카, 산크리스토발)로 여행하기로 했다. 한참 검색한 끝에 우선 LA-인천 구간 비행기를 끊었다. (며칠 뒤 산크리스토발 옆 툭스툴라에서 LA까지 가는 비행기도 예매했다.) 지구와 함께 우리의 여행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있었다.


시장_Mercado Postal & Mercado Narvarte

파울라가 알려준 시장은 나르바르떼 시장, 집에서 큰 길 나가면 바로였다. 첫날 점심 한 번 먹고, 빠에야 특선 메뉴도 먹었는데 그리 활기찬 맛은 아니었다. 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우체국(Postal) 시장이 좋아보였다. 시장이 규모도 크고 싱싱한 것들이 많았다. 점심으로 Chille rellono를 먹었다. 개운한 고추 안에 밥과 고기가 잘 다져들어갔다. 망고, 파파야도 싱싱했다.

사실 역까지 가는 길엔 시장 말고도 위협요소가 많았다. 길에 앉아서 할머니들이 파는 또르띠야의 색은 다 다르다. 검은색, 하얀색, 회색 등등. 역까지 버티지 못하고 길에서 번번히 발목을 잡혔다. 여편님은 따끈한 옥수수수프, 난 든든한 바베큐 타코를 먹었다. 망고도 여기서부턴 거의 안 사먹었다. 길에서 잘라서 파는 것도 맛있었다.

집 앞엔 커다란 푸드트럭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약간 미국식이 가미된 햄버거 가게였다. 친절한 여편님은 주인과 안면까지 텄다. 감자튀김도 맛있고, 살사의 나라답게 소스 맛이 잘 배겨들어있다.


한식_Super Oriental

멕시코 음식은 너무 맛있다. 든든하다. 하지만 이러다 몸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여편님은 감기가 걸려 죽도 먹었다. 주변 동네슈퍼나 마트는 카르멘처럼 아시아 음식이 풍부하진 않았다. 그러던 차에 카사 아슐을 가려고 Coyoacan 근처에 트램을 타고 내렸다. 가다보니 Super Oriental! 중국 슈퍼다. 규모가 꽤나 컸다. 중식은 물론, 한식, 일식 식재료가 풍성했다. 짜파게티와 쌀국수, 양념거리를 샀다. 차풀테펙에 갔다가 Zona Rosa에 들리니 한인슈퍼도 들어갔다. 전설의 8도 비빔면이 있었다. 냉큼 샀다. 고추장과 된장을 고민하다 또 된장을 샀다.

짜파게티는 파울라와 나눠먹고, 소고기에 비빔면, 된장찌개, 쌀국수를 우리끼리 해먹었다. 야심차게 갈비김치타코를 시도했으나 (여편님은 피쉬소스, 고춧가루를 활용해 김치도 담갔다. 심지어 파울라는 원래 김치를 좋아했다고 한다. 지금껏 수많은 아시아 애호가를 만났지만 대부분 일본, 일식에 관심이 많았지, 이런 친한파는 처음이었다.) 갈비가 설익고 질겨서 망했다. 멕시코 고기들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식당 가면 고기 실컷 잘 구워준다. 굳이 고생해서 구울 필요가 없다.


식당_Los secina_0908

귀국 비행기 발권을 기념하기 위해, 파울라가 추천한 식당을 찾아갔다. 합구정의 잘나가는 힙하지만 약간 비싼 식당같았다. 화지타와 샐러드를 시켰다. 역시 소문난 식당답게 살사가 각별했다. 또르띠야도 수제, 레알, 유기농같다. 실컷 먹고 마셨다.


식당_Henrry Sailor_0914 & 0916

파울라 추천 식당의 하이라이트, 해산물집이다. 파란 인테리어에 브리튀시 아릴랜드 바다를 헤메이는 인테리어다. (이름도 영국식이다.) 물회인 아구아칠레가 고도의 탑처럼 나왔다. 우선 문어튀김을 시켰다. 맥주가 꿀떡꿀떡 넘어가는 맛이었다. (서비스로 데낄라도 한잔 준다. 거부할 수 없다.) 문제는 파울라가 추천한 멕시코 음료, 클라마토 (clamato), 케챱에 맥주를 탄 맛이다.

너무 맛있어서 일요일에 또 가서 한을 풀었다. 이집의 또다른 백미는 오르차타(Horchata). 식당에서 겻들여 주는 식혜같은 음료인데, 이 집은 직접 만들어서 새벽햇살을 마시는 기분이다.


카페_Almanegra & Salem Witch Store & Coffee

커피의 나라 멕시코에서 스타벅스만 간다는 건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파울라도 커피를 좋아해서 주변의 좋은 카페 리스트도 있었다. Almanegra는 멕시코 스페셜티 카페 추천리스트에도 나오는 곳인데, 커피는 맛있는데, 앉아서 마실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길가의 벤치에서 마셔야 한다. Salem Witch Sore & Coffee는 마녀카페다. 온갖 주술적 장신구로 가득한 카페였다. 공간은 넓었다. 다행히 커피의 한은 와하카와 치아파스에서 실컷 풀었다.


복잡한 시내를 구경갔다가 나르바르테로 돌아오면 한없이 평화로웠다. 작은 번화가만 나가도 눈에 찍어두고 못간 맛집들이 가득했다. 첫 일요일까진 교회에서 행사를 한다고 폭죽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쏴댔다. 그래도 특이하게 장식된 교회는 재밌었다. 저녁에 맛난 것을 먹고 들어와도 무섭지도 않았다. 좋은 곳이다.



부록_멕시코 지진에서 느끼는 소회

우리가 멕시코에 머물렀던 97일과 919일 멕시코에선 두 번의 큰 지진이 있었다. 첫 번째 지진의 규모는 8.1 진원지는 멕시코 남부 와하카주의 바닷가였다. 지진 규모가 컸지만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많이 흔들리기만 했지, 별 피해는 없었다. (밤에 대피한 그 지진이다.) 피해는 와하카주와 치아파스주의 산골마을에 집중되었다. 주로 가난한 원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멕시코시티는 85년에 대지진 이후 건물들의 내진 설계가 잘 되었다고 한다. 안그래도 가난한 원주민들은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도 취약한 처지인 것이다.

그렇게 지진에 대한 기억이 사그라들 때쯤 다시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와하카에 도착한 다음날,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니 또 카톡이 한더미 와있다. (우리보다 한국이 소식이 빠르다.) 이번엔 전날 우리가 지나친 멕시코시티 인근 푸에블라주가 진원이라고 한다. 멕시코시티에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 멕시코시티는 내진 설계가 잘 되어있다고 해도, 원래 호수가 많던 도시를 스페인 침략자들이 메꿔서 지금과 같이 넓은 대지를 만든 도시다. 지진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에 반해 와하카시티처럼 원래 원주민들이 모인 대도시는 지반이 단단한 곳이라고 한다. 우린 천만다행으로 지진의 파고를 비켜갔다. 다음날 여진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정말 집이 흔들렸다. 숙소 마당으로 대피해서 진동을 보냈다. 와하카에 머무는 내내 대피할 수 있는 가방을 문 앞에 두고 잤다. 한동안 멕시코 국립대학의 지진정보 사이트를 보는 게 중요한 일과였다. (http://www.ssn.unam.mx/)

한국 언론에서 멕시코 지진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수준이하였다. 이 커다란 멕시코 전체가 흔들리기라도 한듯 보도했고, 멕시코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것봐라 그런 나란 위험하다. 이런식이다.) 사실 우리가 멕시코 언론에서 보는 모습은 사람들이 지진 피해를 돕기 위해 연일 구호품을 보내고, 자원봉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도시 곳곳에, sns에 구호를 독려하는 곳들이 많았다. 집주인 파울라를 통해서, 마트의 구호품 모으는 곳을 통해 작게 나마 손길을 보탰다. 가까운 칠레, 페루 등은 물론 멀리 일본에서도 구조대가 왔다. (괜히 일본이 선진국이 아니다.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을 보면 위상 차이를 확실히 느낀다.) 물론 처음 와하카에서 피해가 컸을 때와 두 번째 멕시코 시티의 피해가 컸을 때의 관심도가 다른 건 안타까운 대목이다.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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