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천만의 대도시, 리마에 도착했다. 이미 해는 지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복잡하다. 숙소 주인은 위험하니 택시를 타고 오란다. 그린택시를 타라고 했는데 찾다보니 벌써 열명의 기사가 우리를 둘러쌌다. 어찌저찌 택시를 탔다. 해안도로를 총알처럼 달린다. 야근하고 자정에 강변북로를 달리는 것 같다. 다행히 숙소 앞에 잘 내려준다.
리마(Lima)_0607_0613
페루의 수도, 쿠스코에서 고산은 힘들고, 해안은 사막이고, 아마존은 더 힘들테니 리마밖에 갈 곳이 없다. 파타고니아 이후 뭘 해도 나사가 빠져서 기름이 새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리마에서 따뜻한 기운을 회복했다.
숙박_윌 & 피터 까사_더블룸_4박
대도시는 숙박 구하기가 힘들다. 공기방울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미라플로레스 근처에 깔끔한 방을 하나 찾았다. 예약하니 주인이 이름도 물어보고, 이것저것 친절하게 알려준다. 미라플로레스에서 3,4블록 떨어진 대로변 아파트다. 경비실을 지나서 올라갔다. 복도를 헤메는데 누가 문을 활짝 열고 이리로 오란다.
윌과 피터, 그리고 윌의 동생인 드루스가 함께 지내는 집이다. 큰 거실에 방이 세 개라 남는 방을 공기방울 돌린다. 윌의 엄마(미라플로레스 광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시인들이 강연하는 전통이 있다. 그 영상을 보여주면서 자기 엄마라고 한다. 시인이시다 ㄷ ㄷ ㄷ )도 자주 계시는데 지금은 쿠스코 근처의 고향 마을에 갔다고 한다. 드루스는 볼리비아 수크레 의과대학에 다닌다. 잠시 볼일보러 리마에 왔다고 한다. 피터는 벨기에 와플나라에서 리마에 와서 1년 째 지내는 중이다. 윌은 변호사다. (엘리트 집안이다.) 이런 얘기를 나누고, 피터가 종이 하나를 가져온다. 신문이다. 한 가운데 May & Gordo (여편님과 나) 환영! 메인뉴스다. 주변 잡 기사로 각종 관광생활정보가 있다. 참 재밌는 친구들이다. 싸다는 식당가에 가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와서 잤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거실을 어슬렁 거렸다. 윌과 피터가 아침을 준비한다. 곡물빵으로 구운 샌드위치, 각종 과일과 드립커피, 차 푸짐한 아침을 같이 먹는다. 여행을 많이 다닌 피터는 주인이 잘 챙겨주고, 아침도 든든하게 주는 숙소가 좋았다고 한다. 공기방울도 피터의 아이디어라 여행자로서 좋은 숙소를 꾸미기로 했단다. 그래서 욕실엔 별도의 세면도구도 있고, 차 소리가 들리는 방인 걸 감안해서 귀마개도 준비해뒀다. 든든한 아침을 다 소화시킬 정도로 얘기를 하다가 쉬고 나갈 준비를 했다.
미라플로레스_0608
도시는 바쁘다. 보노보노를 점심에 만나기로 했다. 보노보노는 쿠스코에서 우리보다 한참 먼저 떠나서 아레키파, 이카를 거쳐서 하루 먼저 리마에 왔다. 공기방울로 구한 숙소가 복층 구조의 고급 아파트라고 한다. 주인 부부는 보노보노의 김치찌개에 매우 당황했다. 평일 낮에 둘이 운동을 다녀와서 우리를 불러서 같이 밥 먹는 건 안된다고 했다.
리마 최대의 부촌 미라플로레스 광장에서 보노보노와 너부리를 조우했다. 점심으로 유명한 La Lucha를 먹으러 갔다. 맛난 감자튀김도 추가로 시켰다. 우리는 일반 샌드위치를, 보노보노는 스페셜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그게 훨씬 맛있었다. 다음에 와서 또 먹기로 했는데 못갔다. 위엔 전설적인 Flying Dog호스텔이 보인다. 예전에 키토에서 리마까지 3박 4일의 여정 끝에 머문 곳이다. 내 수화물이 버스 회사 실수로 다음날 오는 바람에 나도 이적처럼 숙소 잡자마자 팬티를 사러 갔었다. (나는 고급지게 백화점에서 샀다.) 추억팔이를 하며 공원의 고양이들을 구경했다. (고양이 사연은 여편님이)
보노보노와 웡마트_0608
커피까지 한 잔하고 마트를 구경하러 갔다. 웡마트, 여기도 대륙의 냄새가 난다. 대도시의 마트답게 한국의 대형마트와 비슷한 크기, 비슷한 구조다. 일층 제품 코너에서 저렴한 커피그라인더를 목격했다. 다들 볼리비아에서부터 원두 내려마시는 재미에 빠져서 한참 살까말까를 고민했다. 콜롬비아까지 와서도 그때 안산걸 후회하고 있다. (어디 안 간 건 후회 안되도 뭐 안 산 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식료품 코너엔 즉석식품과 케잌류가 많다. 페루식보단 유럽식이나 식재료가 눈에 띈다. 주고객층이 누군지 감이 온다. 놀라운 건, 외국식품 코너다. 중국제품 곁에 당당히 큰사발이 보인다. 과자도 있다. 이 마트 뿐만아니라 리마 시내 다른 마트에서도 한국 라면과 과자를 볼 수 있었다. 남미 대륙으로 퍼지는 한국 식품이 리마로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가격도 저렴하다.
로컬식당_0607_0609
시장까지 함께 둘러보고, 보노보노는 남은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집으로 갔다.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어제 갔던 식당가를 다시 찾았다. 케네디 공원 대각선 Reply 쇼핑몰 옆에는 3,4개의 작은 식당들이 붙어있다. 어제 먹은 곳이 시원치 않아 옆으로 갔다. 해물볶음밥을 시켰다. 양이 끝이 없고, 짠걸 빼면 맛있었다. 날씨도 우중충한 것이 동남아 같았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떠들다가 윌, 피터 그리고 드루스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윌이 미라플로레스 골목골목을 안내해준다. 오래된 건물로 둘러쌓인 정원도 있다. 맛집도 알려줬는데 갈일이 없었다. 중국풍의 식당에서 가지볶음 같은 걸 먹었다. 치파보단 더 페루식에 가까웠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대만 사람이라고 했다. 동양음식 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스시 얘기가 나왔다. 유럽부터 남미까지 전세계의 스시 열기는 뜨겁다. 한국에서도 스시는 자주 먹고, 그 중 김밥이란 건 일상이고 길에선 1달러면 먹는다고 했다. 다들 셋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시장통(Mercado Central)_0609
여기 시내에 차이나타운도 있고, 외곽에 한인슈퍼도 있으니 우리도 같이 만들 순 있어. 라고 하자, 드루스가 오늘 안그래도 시장 갈건데 근처에 차이나타운도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한다. 윌은 일을 하러 집으로 돌아가고, 피터까지 4명이 택시를 타고 중심가로 갔다. 중심가는 치안이 안 좋으니 주의하라고 했다.
시장통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차가 막혀서 근처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차이나타운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몇 개 샀다. 여긴 완전 중국같다. 만두가 익어가고 있다. 그 다음 중앙시장을 구경시켜준다. 중앙시장답게 싱싱한 각종 고기는 물론이고, 종류별로 견과류, 원두도 다양하다. 요상한 인삼젤리 같은 걸 먹었다. 본격적으로 옷거리에 접어든다. 드루스는 미친듯이 활보하며 옷을 본다. 꽂힌 가게에서 3,4씩 산다. 놀라서 보는 우리에게 피터가, 저거 다 볼리비아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팔거라고 알려준다. 우린 그 사이 속옷 코너에서 양말 세트와 여편님 속옷을 샀다. 볼리비아에서부터 사겠다는 걸 속옷은 페루에서 사는 거라고 자제시켰었다. 적오빠, 열오빠의 얘기를 들려주니 수긍했다. 페루산 제품들은 모두 만족해서 쓰고 있다. 한참 시장통을 전전하며, 아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동대문 옷타운 같은 곳이다. 다양한 남미의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리 팔 거라지만 드루스의 열정은 대단했다. 쇼핑이 끝나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먹을 기운도 없이 12시간을 잤다. 요즘 리마의 대기오염은 매우 심각하다. 피터 말론 멕시코 시티를 넘어 라틴아메리카 일등을 차지했을 거란다. 거기다 날씨가 계속 흐려서 더 공기순환이 안된다. 목이 칼칼했다.
노다지와 한인슈퍼_0610
토요일은 모두 교회를 간다며, 준비해뒀으니 아침을 알아서 차려 먹으라고 했다. 간단히 아침 먹고 쉬다가 노다지를 갔다. 앞서 방문한 보노보노가 돼지국밥과 반찬을 적극 추천해서 안 갈 수가 없었다. 여행 중에 처음으로 가는 한식당이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한적했다. 고급스럽게 방으로 안내했다. 국밥은 앉아서 먹어야 제맛이지. 화장실 벽엔 대문짝만하게 한류스타들 사진+사인이 붙어있다. 아이돌들도 공연왔다가 다녀간 것 같다.
돼지국밥 두 개를 시켰다. 소문대로 반찬이 많이 나왔다. 갓 지진 전과 튀김, 볶음, 나물, 김치(2종) 등등 푸짐했다. 국밥에도 고기가 반이었다. 국밥이 30솔인데 전 10솔, 튀김 5솔 값은 충분히 한다. 가격만 따져도 페루 다른 현지식당보다 가성비가 좋다. 난 한식에 목 메는 사람은 아닌데 여편님은 목이 멨다. 이걸 먹어야 목감기가 나을 거라고 했다. 계산하고 나오니 어느새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페루 사람들이 주말 외식으로 많이 오는 것 같다.
바로 옆 한인슈퍼에서 단무지와 김, 쵸코파이(정은 없었지만 선물이다.), 내가 쓸 젓가락, 깻잎, 두부 등을 사고 돌아왔다. 여편님은 집에서 배를 두드리기로 하고, 난 쇼핑을 좀 더 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윌과 피터에게 한식당 사진을 보여주니 이런 델 니네 둘만 다녀와? 하는 눈빛이었다고 한다. 내가 백화점 간 사이 여편님은 피터와 과일을 사러 갔다왔다. 망고스틴부터 카카오열매까지 신기방기한 열대과일을 많이 보고 왔다.
백화점_Falabella_0610
리스본에서 구입한 운동화가 계속 말썽이었다. 좀 큰데 발목을 안 잡아줘서 걸으면 불편했다. 벼르고벼르다 리마에서 장만하기로 했다. 먼저 스포츠 매장인 Marathon을 갔다. 싼 건 다 이상했다. 몇 번 신어봤다가 안 사니 매장 직원이 날 죽일 것 같았다. 백화점인 Falabella로 갔다. 여기선 직원이 신경 안 쓸때 혼자 신고 벗었다. 사이즈별로 있는 박스를 일일이 열었다. 오랜 고민 끝에 운동화 하나를 골랐다. 깔창에 쿠션도 있어서 편했다. 바람막이를 찾는데 저기 1+1 후드티 행사를 한다. 난리가 났다. 나도 인파에 묻혀 두 개를 골랐다. 여편님과 번갈아가며 입기로 했다. 하나는 용(Dragon) 그림, 하나는 용협(Dragon Alliance)라고 써져있다. 백화점 들어오면 1시간 안에 체력이 동나는 여편님이 안계시니 장장 3시간을 넘게 쇼핑했다.
김밥 밤(Kimpap Night)_0610
그리고 오늘 저녁은 대망의 김밥을 싸는 날이다. 여편님의 총괄하에 각자 김밥을 싸는 체험형 요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재료 준비를 마치고 모두를 불러모았다. 두르스는 늦게 온다고 꼭 자기 몫을 남겨달라고 했다. 또 다른 초대손님, 윌의 이모님이 잠시 머물기 위해 오셔서 같이 드시기로 했다. 사실 윌과 나는 태어나서 처음 김밥을 마는 것이었다. 피터는 어디서 말아봤는지 아는 척을 하며 능숙하게 말았다. 마트에서 사온 사발면을 겻들여서 먹었다. 다들 잘 먹었다. 이모님도 건강한 맛이라며 좋아했다. 행복한 밤이었다.
그러다 둥둥 누가 왔다. 윌의 또 다른 친척부부였다. 와서 김밥을 같이 먹었다. 그러다 여편님이 계속 기침을 하자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이 분도 의사라고 한다. 기침을 보더니 처방전을 준다. 뭐냐고 물으니 항생제였다. 쿠스코 약국에서 처방 받은 게 있다고 하니, 그걸 먹을 거면 하루에 두 알씩 꾸준히 먹으라고 했다. 중간에 멈추면 괜히 내성이 생긴단다. 피터는 대충 흘려들으라고 한다. 이 나라 의사들의 항생제 남용은 엄청나다고 한다. 그러다 드루스가 왔다. 아예 손전등을 갖고 제대로 진찰해주기로 한다.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관리 잘하고 약 먹으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김밥을 먹는다. 흥분해서 거의 김밥을 마시려한다. 체할까봐 걱정했는데 별 탈이없다. 내일 새벽에 수크레로 돌아갈거라고 했다.
다들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근처에 있는 보노보노를 불러서 김밥을 건네줬다. 그 사이 숙소를 또 옮겨서 주인들과 잘 나눠먹었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개를 산책시켰다. 윌네 집 부엌엔 작은 개가 산다. 처음엔 있는 줄도 몰랐다. 돌아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단다. 사실 한쪽 눈을 잃었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개다. 가볍게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최후의 만찬이 차려졌다. 전날 사온 과일로 아침 상은 더 풍성했다. 공기방울에서 봤을 때 다음 예약이 있어서 겸사겸사 보노보노와 큰 집을 하나 빌려서 며칠 더 있기로 했다. 그 사이 윌과 피터는 우리 마음 껏 머물라고 추가 예약을 못 받게 해놨단다. 시간나면 집으로 놀러오기로 하고, 짐을 챙겨나왔다. 길 건너에서 보노보노와 접선했다. 대로 건너편 집 창문에서 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다.
숙박2_Barranco 아파트_더블룸_2박
보노보노가 바랑코 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하나 빌렸다. 바랑코는 리마에서 인디, 히피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동네로 유명하다. 산책해보니 아기자기한 공원과 산책로 가게들이 많았고, 바다까지 길이 이어져있었다.
워크샵_0611_0612
풍성한 식재료로 2박 3일간 펜션에 워크샵(팀장, 사장 없이 팀원끼리만) 온 것처럼 지냈다. 외출이라곤 장보기와 산책이 전부였다. 체크인을 마치고 먼저 식단을 짰다. 오후에 배고픈 이들은 라면을 먹고 저녁엔 소고기 된장찌개와 두부구이, 페루 와인을 마시고 편히잤다. 다음날 아침, 보노보노가 남은 된장국에 죽을 끓였다. 커피와 달달이로 마무리했다. 점심은 볼리비아에서 공수해 온 퀴노아면으로 고추장 비빔면을 만들었다. 남은 양념에 깻잎을 버무려 반찬 삼았다. 저녁 만찬은 제육볶음과 닭똥집볶음, 여기에 어울리는 또르띠아와 상추쌈이었다. 다들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많이 먹었다.
다음날 아침 물이 안나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주인에게 연락해봐도 기다리란 얘기 뿐이다. 보노보노는 씻지도 못하고 출발했다. 우린 오후 버스라 기다렸다. 12시에 물이 나와서 설거지를 하고 씻고 나왔다. 집 근처에서 중국인이 창안했다는 전설적인 페루식 샌드위치를 먹었다. 듬삭하니 좋았다. 마트에 버스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사러갔다가 고구마깡을 득템했다. 감자깡만 갖고 있던 보노보노에게 자랑했다.
장거리 버스_Lima_Tumbes_Excluciva_0613_0614_24시간
리마에서 바로 에콰도르로 넘어가기로했다. 에콰도르 남부 대도시 과야킬로 가는 버스는 Cruz Del Sur였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리마에서 국경까지 가는덴 절반도 안되는 가격이었고, 버스도 더 좋아보였다. 선택한 버스 회사는 Excluciva, 키토에서 리마로 올 때 내 배낭을 두고왔던 회사가 Civa다. Excluciva는 Civa에서 운영하는 고급 버스라인이다. 180도 의자라는 말에 믿어보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Excluciva 터미널은 Cruz Del Sur 터미널 옆이었다. 터미널도 깔끔하고, 위에 카페테리아도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려 버스를 탔다. 자리는 이층, 의자가 진짜 넓었고, 뒤로 시원하게 젖혀졌다. 바닥도 마루 바닥처럼 되어있고, 화장실도 잘 돌아갔다. 버스는 24시간 정도 걸렸다. 문제는 식사였다. 간식거리도 안될 도시락을 줬다. 아침은 더 심란했다. 조각토스트 3개가 전부였다. 식량을 더 두둑히 챙겼어야했다. 다른 승객들도 도착 직전에 처음 들린 휴게소에서 음식을 사먹으면서 밥이 적었다고 불만이었다.
긴긴 시간을 좌석 앞에 부착된 스크린 영화로 떼웠다. 라라랜드는 보다가 치워버렸고, 한국에서도 개봉한 패신져스(Pasajeros), 개들이 도둑잡는 러시아 영화를 엄청 재밌게 봤다. 에콰도르까지 이어지는 로드무비의 시작이었다. 종종 와아피이도 할 수 있었다. 여편님은 앞자리에 네이마르 닮은 아이와 Puro Puro chantaje(샤키라)와 shaky shaky(대디 양키)를 부르는 아이와 놀았다. 툼베스에서 내려 에콰도르로 가는 CIFA버스 터미널로 갔다. 과야킬로 가는 버스를 타고 국경까지 갔다. 국경통과는 쉬웠다. 에콰도르는 따로 서류도 안써도 되니 편했다.
이날의 버스 여행은 또 하나 특별한 것이 있다. 리마는 남위 12도, 과야킬은 남위 2도다. 버스로 하루 만에 위도 10도를 올라간 것이다. 창밖으론 도시에서 사막, 해변, 열대의 풍경이 순서대로 펼쳐졌다. 지구의 1/18이 가지는 다양성을 하루만에 체험했다.
안데스 마감
안데스 고산 지대인 볼리비아와 페루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볼리비아 얘기는 저번에 했고, 페루는 사실 관광객도 많고 호객하는 사람들, 기념품점, 투어회사 투성이라 좀 정신이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쿠스코 주변의 마을들을 둘러보고 싶다. 꾸이마을, 윌의 고향 등등 말이다. 객관적으로 페루는 관광 천국이긴하다. 빙하부터 사막, 해변, 아마존까지 없는 게 없다. 원주민, 잉카 문명의 정체성을 나라 자체가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토착민, 메스티소 비율은 페루보다 에콰도르, 볼리비아가 더 높다.) 다양한 식문화도 많이 즐기진 못했다. 리마에 감자 박물관있는 걸 이제 알았다.
참고: 요리인류 도시의 맛: 리마편, EBS 세계견문록 페루 맛기행 등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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