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나와 여편님의 배낭에서 가장 큰 무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책이다. 둘 다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서로가 원하는 책을 챙기는 걸 별로 만류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참사로 이어졌다. 현재 목표는 다음 행선지까지 각자 2,3권의 책을 다 읽고 누군가에게 주거나 한국으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먼저 여편님이 지고 있는 책부터 소개해보면,


1) 사는게 뭐라고_사노요코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고, 보는 내내 낄낄 거리며 이 할머니 완전 멋있다고 하는 책이다. 매우 쿨한 분의 이야긴 것 같다.


2)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_김남희

여행작가인 김남희씨가 발리, 스리랑카, 태국, 라오스에 대하여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시며 동남아 여행지를 추리셨는데 이런저런 정보가 여행 중에도 도움이 될거라고 하셨다.


3) 열대식당_박정석

출발 직전 들린 처가에서 뒤늦게 추가된 책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버마의 음식문화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된 책이라 유용해 보인다.


4)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_이반 일리치

작년에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를 인상깊게 읽어서 보다 그의 사상을 깊이 있게 소개한 책을 읽고 싶었다. 해당 출판사를 거느린 모 카페에서 직접 정가를 주고 구매해서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5) 불타석가모니_와타나베 쇼크_법정 옮김

지은이 보다 옮긴이에 주목한 책이다. 아시아를 이해하는데 있어 불교 사상과 석가모니의 생애를 이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6) 셀프트레블 베트남편

여편님이 예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베트남 가이드북이다. 베트남을 최초 출발지로 선정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다음은 내가 지고 다니는 책이다.

1) 루트아시아 2015

아시아적 관점에 기초해 아시아지역의 경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잡지(?). 이번에 처음 발간되어 여러모로 알찬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챙겨왔다.


2) 갈색의 세계사_비쟈이 프라사드

1900년도 쯤부터 제3세계의 변화를 다룬 책이다. 강대국 관점이 아닌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 국가들의 주체적인 노력을 담고 있다.


3) 바빌로프_피터 프링글

이것도 작년에 인상 깊에 읽은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 바빌로프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전기다.


4)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_잭 호이나키

녹색평론 2년 구독 연장 사은품으로 받은 책이다. 아메리카, 유럽, 인도 등을 여행한 미국인의 이야기다. 이반 일리치와 절친한 사이기도 하단다.


5)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_제임스 C. 스콧

구매할 때 가장 고민이 됐던 책이다. 책값이 가장 비싸기도 했고, 꽤나 학술적인 책이라 여편님과 바꿔 읽기에도 적합해 보이지 않아서다. 그래도 태국과 버마 국경 사이에서 특정 국가에 귀속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흥미를 끌었다. 여러모로 '국가가 날 위해 무엇을 해주는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회의적이게 만드는 것이 이번 한국 정부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6) 감옥으로부터의 사색_신영복

열대식당과 마찬가지로 출발 직전 처가에서 보이는 걸 집어왔다. 때가 때인지라 의미가 남다르다.


7) LONELY PLANET THE WORLD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가이드북인 론니플레닛 시리즈에서 전세계 판을 내놓았다. 론니플래닛의 장점인 적은 사진과 상세한 설명이 여기선 나타나지 않지만, 각 국가별 지도와 개괄적인 안내, 주요 여행포인트를 소개하고 있어서 유용한 듯하다.


8) 론니 플레닛 네팔(한글판)

여편님이 아는 분 중 네팔에 여러 번 다녀온 분을 만나 여러 좋은 이야기도 듣고, 네팔 여행책도 몇 권 빌려주셨다. 네팔까지 소중히 들고 갔다 오는 것이 목표다.


9) BARRON'S SPANISH GRAMMAR

둘다 틈틈이 스페인어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로 가져왔다.


10) LONELY PLANET PHRASE THAI

태국말 단어장이다.


다행히 다른 짐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초반에 읽기 쉬운 몇 권만 덜어버리면 지고 다니는데 큰 부담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굳이 특히나 무거운 책들을 챙겨온 이유는 같은 무게 대비 글의 양이 많기도 하고, 평소에 읽기 힘든 책들도 여행 다니며 지루한 시점에 읽으면 술술 읽히고 구절구절이 잘 새겨진 경험이 있어서다.

들고 와서 읽고 있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신영복 선생님은 늘 생각하신다. 책을 맑이 읽고 생각과 지식을 넓히는 것 보다 적게 읽더라도 깊이 생각하고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단다. 굳이 많은 책을 가져와서 낑낑거리는 것도 다 집착이다 싶고, 선생님의 말씀에 좀 뜨금하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행 중엔 읽은 내용에 대해 충분히 사색하고 되새길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지식을 실천한다는 것이 생활 속에 마주하는 대상을 배운바 느낀바 대로 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왕 가져온 책이니 잘 읽고, 더 나은 태도로 마주치는 사람과 자연을 대하도록 해야겠다.


'저는 전에도 말씀드렷듯이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싶습니다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 함은 사침하여야시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_신영복



<숙소에서 줄 세워 본 책들>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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