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진행하는 시상식을 건너뛰는 대신 여행 기간 보고, 읽고, 들은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음악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음악_CHINO Y NACHO

본격적인 음악 여정은 크레타섬의 조르바에서 시작된다. Zorba the greek 따란, 따란,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노래가 Paco Ibañez가 부른 Andaluces de Jaén이라는 노래다. 안달루시아 올리브 노동요다. 이 노래만 들으면 지금도 땀의 숭고함에 저절로 눈물이 나온다. 리스본에서 Luis Sobral의 노래를 백 번 더 듣다가, 콘서트까지 본 것도 의의가 있었다.

본격적인 음악 여정은 남미 대륙으로 넘어오면서 시작된다. Despacito2월부터 버스 내내 주구장창 듣다가, 겨우 열기가 식을 때 쯤, 중미로 넘어오니, 저스틴 비버가 한 번 더 불러버리는 바람에 지금 한국의 거리에서도 듣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겁을 잔뜩 먹어서 라이브는 못들었지만, 카를로스 조빔이나 세르지오 멘데스 같은 형들과도 친해졌다. 우루과이로 넘어가기 전에, 호르혜 드렉슬러(Jorge drexler)를 안 것도 큰 수확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선 탱고 공연은 보러 안 가고, 메르세데스 소사의 라이브 공연 영상을 봤다. Todo Cambia 수건 돌리는 걸 보니, 신이 내렸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파타고니아에선 잠시 음악과 멀어졌던 것 같다. (대신 네루다의 시와 와인을 마셨다.) 산티아고에선 Los Cafres를 소개 받았다. 뚜루루루. 페루, 볼리비아의 젊은 열기를 느끼다보면 CNCOREGETTON LENTO가 스쳐간다. CNCO와 마찬가지로 그 전부터 꾸준히 듣긴 했지만, 에콰도르에서 마침 샤키라의 새 앨범 EL DORADO가 나왔다. 버스에서 아가들은 늘 뿌로부로 CHANTAJE를 외쳤다. (샤키라가 MALUMA와 같이 부른 노래다. 백지영 옥택연의 내 귀에 캔디 느낌이다. 엄마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어지간히 좋아한 모양이다.) 안데스의 소리 EL CONDOR PASO를 들으면 지금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콜롬비아에서 CHINO Y NACHO를 발견한 것은 근래 몇 년 음악 인생의 최대 성과다. 최근에 작년 해체 소식을 접했지만, 지금도 데뷔앨범부터 차곡차곡 잘 듣고 있다. 김종국과 이정 조합의 느낌이다. 치노와 나초가 없었다면, 지난 몇 달이 15%는 심심했을 것이다. 쿠바에선 재즈도 부에나 비스타도 좋았지만, HASTA SIEMPRE COMANDANTE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멕시코에선 릴라 다운스를 뜨겁게 들었다. CD를 안 사왔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했다.

Calle 13Latinoamerica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리운 장면이 다 나온다.


사회+과학 부문

여행의 좋은 점은, 일상에서 읽기 힘든 두꺼운 벽돌책들을 읽을 만큼 집중력과 여유가 생긴다는 점이다. 최고는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다. 여행은 총균쇠를 읽은 여행과 읽지 않은 여행으로 나뉜다.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리 호이나키 같은 인생의 스승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총균쇠가 다 담지 못한 곳, 네팔 히말라야, 안데스 등 고원 산간지대 문명의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칭키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는 영원한 푸른하늘, 초록 대지만큼 상상력을 넓혀줬다. 돌아보니 지리적 감수성을 넓혀준 책들이 여행을 많이 풍부하게 해준 것 같다.

무히카, 조용한 혁명은 내가 원하던 무히카에 대한 책이었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덕분에 나만의 커피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욕심을 내게 됐다.

사과공책_2016_http://cordon.tistory.com/148

사과공책_2017_http://cordon.tistory.com/228


문학 부문

여행하는 동안엔 소설이 잘 먹히지 않는다. 소설은 현실도피의 맛인데 그럴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학이라고 하면 수필류를 많이 봤다. 시작점에서 읽은 신영복 선새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청구회 이야기는 아직도 선명하다. 시베리아의 향기는 대문학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실벵 테송의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는 한국에 두고 온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은 횡단열차 최고의 선택이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들 새로운 인생, 이스탄불 그리고 이난아의 평론집 덕분에 터키 여행이 세 배는 즐거웠다.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은 남미 대륙을 관통할 만큼 풍성했다. 화가, 혁명가 요리사도 멕시코 시티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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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엔 영화가 참 재미없었는데, 2017년엔 좋은 영화를 몇 편 봤다. 다시 본 프리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화면이 좋았다. 영화는 영상미다. 드라마 나르코스의 인트로는 언제 들어도 설렌다. 귀국 후 본 다시 태어나도 우리가 티베트와 연결고리를 시작했다.


영화_2017_http://cordon.tistory.com/229

영화_2016_http://cordon.tistory.com/151


좋은 다큐를 많이 봤다. 코스모스는 총균쇠와 양대 산맥을 이룬다. 올해는 책으로 읽어볼 생각이다. 웨이스트 랜드 덕분에 리우에서 몇 일간 마음이 편안했다. 체 게바라 뉴맨, 그는 위대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생선의 종말을 좀 더 읽찍봤다면, 이베리아 여행 경로가 대격변했을 것이다.

팟캐스트를 여기다 덧붙인다. 조선왕조실록에 감사를 표한다.


다큐_2017_http://cordon.tistory.com/230

다큐_2016_http://cordon.tistory.com/150






Posted by Co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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